Nina Nastasia [You Follow Me]

좋아하는 가수의 새 앨범을 듣는다는 건 정말 기대와 흥분으로 두근거려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일이고, 그래서 신보소식을 들으면 발매되는 날까지, 그리고 앨범을 사서 듣는 그 순간까지 신보를 떠올릴 때마다 괜히 웃는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니나의 이번 앨범도 그러한데, 신보를 발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앨범을 구매해서 들을 수 있기까지 얼추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마이스페이스에서 들려준 곡과 레이블 공식 홈페이지에서 들려준 곡을 녹음해서 듣는 걸로 신보를 기다리는 설렘과 기대를 달래곤 했다. 그리고 정작 신보를 샀는데.

다들 알다시피 이렇게 기대해서 듣는 앨범은 종종 미묘한 상황일 때가 있다. 예전에 나온 앨범을 다시 꺼내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고, 좋긴 한데 뭔가 미묘하게 아닐 경우도 있고. 기대가 커서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고, 예전 앨범에 너무 익숙해서 생기는 현상일 수도 있다. 특히나 새 앨범에서 색깔의 변화를 시도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첫 앨범부터 좋아하는 팬들에게 색깔의 변화를 시도하는 건 정말 모험일 수 있는데, 오랜 팬들과 새로운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니나의 이번 신보는, 이전의 앨범들이 그렇듯, 직전의 앨범에서 들려준 음악 그 이상을 들려주는 동시에, 그 자체로도 멋진 앨범이다. 후후후. 아마 니나가 무슨 음악을 해도 좋다고 열광할 듯-_-;; 흐흐

니나의 앨범을 듣다보면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일테면 “That’s All There Is”는(들으러 가기) 그전까지 그저 앨범을 마무리 하는 곡 정도로 여겼던 다른 앨범들의 마지막 곡까지 다시 듣게 했고, 작년에 나온 앨범, [On Leaving]은 이전 앨범들에서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 편곡을 어떻게 했는지를 다시 듣게 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의 첫 곡, “I’ve Been out Walking”(들으러 가기)은 이전 앨범들의 첫 곡을 다시 듣게 하고 있다.

사실 이전 앨범까지, 니나의 앨범에서 첫 곡을 들을 때면, 앨범을 여는 인트로 정도의 성격으로만 들은 경향이 없지 않다. 물론 두 번째 앨범의 “Run, All You”(이 곡 제목을 읽으며 뭔가가 떠오르는 분들도 있을 듯, 흐흐)는 무척이나 근사하고 잘 만든 곡이라 니나의 곡 중에서 상당히 좋아하는 곡이고, 세 번째 앨범의 “We Never Talked”(들으러 가기)는 그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이긴 하다. (근데, 사실 하나마나한 소리긴 하지만, 니나의 곡 중에서 싫어하거나 아끼지 않는 곡이 없다;;; 흐흐) 그럼에도 니나의 앨범에서 첫 곡은,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을 잘 담은 인트로, 혹은 소품이란 느낌이 강했다.

근데 이번 앨범의 시작하는 곡은 완전히 다르다! “I’ve Been out Walking”은 이 앨범 기획 자체가 그러하듯, 기타와 드럼만으로 연주하는데, 단 두 개의 악기로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별도의 곡으로도 멋진 동시에 이 앨범이 어떤 성격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진짜, 음악은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건, 이럴 때 절감한달까. 흐흐.) 이 앨범을 들으며 너무 좋아서 이제까지의 앨범에서 첫 곡들은 어떤 성격이었는지 요즘 새로 듣고 있고(시작하는 곡들 한 번에 들으러 가기), 그러면서 마치 처음 듣는 음악처럼 좋아하고 감탄하고 있다. 흐흐. 어느 정도냐면 요즘 들어 이번 앨범을 하루에 두 번 정도는 기본으로 듣고 있는데, 첫 번째 곡이 너무 좋아서 앨범 전체를 몇 번 더 들을 정도랄까. 히히.

눈물 없인 쓸 수 없는 글

인생이 계획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계획이란 건, 반은커녕 계획을 세웠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할 때가 있다. -_-;; 아무튼 어제의 계획은 11월 3일에 있을 지렁이 행사에서 발표할 발제문을 쓰는 거였는데, 아하하, 한 줄도 못 썼다.ㅠ_ㅠ 좀 더 정확하게는 두 장 정도의 초고와 워드 작업을 하며 좀 더 늘어난 세 장 분량의 원고를 쓰긴 했다. 발표를 위해 필요한 분량이 4~5장 정도이니 얼추 다 쓴 거라고 할 수 있지만, 내용이 몸에 안 들어 폐기했다. 쓰기 싫은 글을 꾸역꾸역 억지로 써서, 쓰는 중간에도, 워드 작업을 하는 중에도 중구난방이라고 확신했고, 사실 너무도 쓰기 싫기도 해서 미련 없이 3장 분량의 원고는 버렸다. 그리곤 지렁이 까페에 마감시한(어제 밤이었다) 못 지켜 미안하다는 글을 남기곤 글을 쓰는 건 포기하고, 책을 꺼내 읽었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소설 한 권을 읽고, 조금 밍기적 거리다가 장보러 갔다. 일주일치 반찬거리를 사서 玄牝에 도착. 조금 쉬다가 음식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손과 팔은 음식을 정리하고 머리에선 주제와 관련한 고민을 하지만 풀리지 않고 엉킨 상태가 계속. 장을 볼 땐, 이따시 단 걸 사려고 마트 곳곳을 뒤졌지만 내키는 건 없었다. 뭔가 엄청 단 초콜렛이라던가 너무 달콤해서 몸이 녹아 버릴 것만 같은 그런 거. 학교 사무실에 있을 땐, 각설탕을 와삭와삭 씹어 먹었지만, 오래되고 습기에 눅눅해져서 달콤한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쓰고 텁텁했다. 뭔가 단 것을, 매스껍고 두통이 날 것 같은 단 걸 먹고 싶다는 바람을 품었지만 그런 게 마트에 있을 리 없다.

아무튼 음식을 정리하다가, 청량고추를 만진 손으로 코밑, 윗입술 위를 만졌다가 음식을 정리하는 내내 맵고 따가웠는데, 이런 상태에서 양파 7개를 자를 땐 눈물이 줄줄.ㅠ_ㅠ 다음부턴 양초라도 켤까 보다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데, 바로 그 순간 그토록 안 풀리던 글의 방향이 잡히기 시작했다. 글의 방향도 명확하게 못 잡았고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에 힘만 들어갔지 아무 것도 못 한 상태로 꽉 막혀만 있던 뭔가가 풀리는 느낌이 들면서, 흩어져 있던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글의 방향이 잡혔달까.

확실히 글이 안 풀릴 땐 딴 짓 하는 게 최고고, 양파를 정리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지만(아, 매워ㅠ_ㅠ), 그래도 글은 썼다. 그러니 이번 글은 눈물 없인 쓸 수 없는 글인 셈이다. -_-;;; 낄낄.
(왠지 낚시질을 한 것만 같은 자책감이 든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