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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면 지하철역으로 가서 세 권의 영화 잡지를 산다. 보통은 씨네21과 필름2.0을 사는데, 몇 주 전부터 무비위크도 사고 있다. 무비위크는 예전에, 어떤 이유로 한 번 산 적이 있는데 적응이 안 돼서 관심을 안 가지다가 최근 그냥 같이 구입하고 있다.
씨네21과 필름2.0만 살 때는 몰랐는데, 무비위크를 사서 내용을 훑어보다가 무비위크가 씨네21이나 필름2.0과는 성격이 확연히 다르단 걸 느꼈다. 필름2.0이나 씨네21이 “영화전문지”(이건 필름2.0의 김영진이 쓴 표현이다)란 느낌이 많이 든다면, 무비위크는 영화에 좀 더 초점을 둔 “잡지”란 느낌이 많이 든다. 물론 이런 느낌은 필름2.0과 씨네21을 줄곧 봤기에 생긴 편견일 수도 있다. 그만큼 성격이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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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무비위크를 사려고 표지를 보는데, 가장 큰 제목으로 “Sexist Stars”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깜짝 놀랐다. “성차별적인 스타들?” 만약 이런 제목의 특집기사가 이른바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잡지에서 나왔다면 좀 덜 놀랐을 거 같다. 혹은 “진보 성향”을 과시하고 싶어서 안달하는 잡지였어도 덜 놀랐을 거고. 근데 중앙일보에서 발간하는(중앙일보에 편견이 있다) 무비위크의 특집제목이 “Sexist Stars”라니. 그러다 순간, “설마?”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자세히 보니 “The 20 Sexist Stars”라고 적혀 있고, 큰 글씨 위에 작은 글씨로 “2007 가장 섹시한 남녀 스타 20″이라고 적혀 있다.
쿵.
그, 그러니까, sexy의 최상급이란 의미로 “sexist”를 사용한 것이냐. ;;; “가장 섹시한 스타”를 “성차별적인 스타”로 표현한 제목 앞에서 웃음 밖에 안 나왔다. (근데 혹시 sexist에 “가장 섹시한”이란 의미가 부가된 건 아니죠? ←급소심해진 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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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에 실린 “김소희의 오마이이슈”를 읽다가 이명박의 공약 중에 “대한민국 747″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연 7%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대국”이란 의미란다. 다른 사람이 이런 공약을 내걸었다면 피식 웃고 말았지만, 이명박이 내건 공약이란 점에서 충분히 가능하겠다고 중얼거렸다. 이명박이라면 이 정도 쯤이야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한반도 대운하”도 할 거라고 믿고. 걱정은, 하지도 못 할 공약을 내걸고 있다는 게 아니라, 정말 이렇게 할 거란 점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그 많은 욕을 먹고도 이명박은 시장시절 청계천을 복구했고 버스노선을 정리했다. 자기가 하겠다고 하면 주변의 비판은 신경도 안 쓴다는 걸 충분히 봤기에, 대운하 정도는 문제도 아니고, 747도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끔찍하지 않나?
7%성장에 국민소득 4만 달러 자체가 걱정이 아니다. 이 정도 성장해서 취직 걱정 없고 돈도 잘 벌면 좋잖아. 하지만 민노당에서 이렇게 말했다면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겠지만(민노당을 지지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이명박이 이렇게 말하는 순간, 누구의 성장이고 누구의 소득이냐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7%성장? 중소기업 다 죽이고 몇몇 재벌에 집중하면 이 정도 성장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4만 달러? 루인의 연 소득이 1만 달러가 될까 말까 해도 이건희 같은 사람의 소득이 400만 달러 혹은 4,000만 달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747이란 공약 속에, “어떻게”와 “누가 혹은 누구에게”란 고민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부가 특정 집단에만 집중될 것 같다는 걱정이 앞선다.
아, 정말이지 올 연말엔, [눈뜬 자들의 도시]([눈먼 자들의 도시] 후속편)처럼 집단 백지투표가 나왔음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