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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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영화관에 가는 길, 그 맑은 햇볕에 감탄하면서, 중얼거린 말은

“이런 날씨에 빨래 말리면 최곤데!”
흐흐흐

자꾸만 비가 와서 빨래도 제대로 못하고, 옷도 제대로 못 말려서 한참 신경 쓰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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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살던 동네의 적지 않은 아이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탈 때, 루인은 항상 옆에서 구경만 했다. 탈 줄도 몰랐고, 넘어져서 다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고. 이런 루인이 인라인스케이트 판매 알바를 할 줄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전에도 적었듯(혹은 여러 번 썼듯),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한 건 순전히 제품을 팔기 위해선 제품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갈증이었다. 사람들은 제품에 대해 물어보는데, 정작 파는 사람은 탈 줄을 모를 때, 답답한 건 문의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답을 못 하는 루인이었다. 그렇게 어설프게 매장에서 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매장의 다른 회사제품을 담당하는 알바들이 바뀌고 루인은 인라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그때. 인라인스케이트를 파는 곳을 담당하던 할인점 직원은 다른 알바들에겐 인라인을 타지 말라고 했지만, 루인에겐 자주 타고 다니라고 했다. 점장이 그러라고 했다는 말과 함께. 하지만 “우물 안의 개구리”란 속담처럼, 루인의 인라인은 매장의 매끄러운 바닥에서일 뿐, 아스팔트 도로에서 탄 적은, 사실상 없다(딱, 한 번 있긴 한데…;;;).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다시 인라인을 타라고 하면 여러 번 넘어지고, 몇 미터를 못 가 멈추길 반복할 것 같지만 그럼에도 타면 탈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자신감도 있다.

자전거는 아마 세발자전거가 마지막이지 싶다. 근데 요즘 이웃블로그를 돌아다니며, 흑흑. 두발자전거는 한 번도 타본 적이 없고, 다른 사람들이 타는 걸 볼 때마다, 넘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만 앞서지만, 인라인을 타면서 배운 건, 그냥 타면 된다는 거. 일단 타고 넘어지고 다치다보면 된다는 거.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가장 큰 장벽이란 거.

스트라이다 핑크색…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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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불이 붙기 시작했으니 일 년 정도 지나면 뭔가 결론이 나겠지. 흐흐 -_-;;

[영화] 카모메 식당

[카모메 식당] 2007.08.10.금, 20:35, 스폰지하우스 2관 6층 B-118

댓글로 아옹님이 추천 해줘서, 읽으러 간 영화. 보통 추천 받은 영화나 책, 앨범은 미묘할 수도 있는데, 이 영화, 정말 재밌다! 고마워요!

핀란드에서 일식식당을 연 주인공과 핀란드에 온 일본인과 친구가 되는 과정, 한 달 가까이 손님 한 명 없는 식당에서 빈자리 하나 없는 식당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겹쳐있는 이 영화는, 시종 일관 웃음과 어떤 감탄사를 연발케 하는 힘이 있다. 비록 뒷부분으로 가면 이야기가 살짝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긴 해도, 부담 없으면서도 재밌는 영화를 본 건 오랜만인 듯. 고바야시 사토미는 기억해 두고 싶은 배우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미묘하게 변하는 표정(맛이 어떨지 몰라 의심하는 표정에서 “아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를 표현하는 표정으로)을 잘 표현한 조연들의 연기 역시 일품. 흐흐.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부럽다”는 말에, “그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 뿐”라는 대답이 좋았다.

[영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2007.08.10.금, 17:55, 스폰지하우스 2관 6층 A-110

※스포일러 없음. 아니, 스포일러가 있을 만한 영화가 아닐 수도.;;

01
이 영화를 읽겠다고 했을 때 이 영화와 관련해서 가졌던 예상내용이나 기대: 대도시의 작고 어두운 방에서 살아가는 네 사람의 이야기.

이런 기대를 품고 영화관을 찾았다. 물론 이왕 스폰지하우스에 나가는 길인데 한 편만 읽는 건 아쉽지 않나 해서 선택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내용은 이런 기대 혹은 예상과 상당히 달라 꽤나 당황했다. 그렇다고 마냥 발랄한 내용이란 의미도 아니고 우울하지 않은 영화란 의미도 아니지만.

꽤나 재밌게 읽은 영화인데, 할 말은 많지 않아서 왜 그럴까를 고민하고 있다. 아무튼, 사토코와 도코란 캐릭터가 좋았음.

02
영화를 읽다보면 영화 내용도 내용이지만, 세세한 소품들이 더 눈에 띈다. 사토코가 사는 집의 베란다에 있는 그네와 투명 냉장고([영원한 여름]에서도 나왔던)는 너무 부러웠다는. 아키요가 잠드는 상자도 부러웠는데, 나중에 루인도 하나 짜고 싶다는 바람을 품기도.

그리고 자전거가 유난히 신경 쓰였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