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책 알바, Dennis Rodman + 등등

01
어제 날씨 덕분에 컨디션이 안 좋다고 했는데, 아니었다. 글을 쓰고 나서, 페퍼민트를 마시다가 깨달았다. 뭔가 상한 음식을 먹은 거라고. 그래서 독성을 분해하느라 심한 두통을 앓고 있는 거라고. 약국 가서 약을 사 먹었더니 괜찮다. 재밌는 건, 속이 메스껍고 두통이 심하다고 하니, 소화불량과 관련한 약과 두통약을 처방하면서 두통약을 가리키며, “30분 정도 나른할 수 있다”고 했다. 알바 가는 길이라 두통약은 안 먹었는데 알바 끝날 즈음 속은 괜찮은데, 玄牝에 돌아가서까지도 두통은 심했다. 약 먹고 일찍 자야지 하는 심보로 두통약을 먹었는데, 웬걸 약을 먹고 나니 오히려 쌩쌩해지더라는. ;;; 보통 때 같으면 잠이 쏟아질 시간까지 잠이 안 왔고, 아침엔 전에 없이 무척 개운하게 일어났다. ;;; 예전에, “잠이 안 오는 비염약”이지만 부작용으로 잠이 올 수 있는 약을 먹었다가 하루 종일 졸음에 취해 비몽사몽으로 지냈던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제 루인은 잠이 오는 약을 골라서 먹어야 잠이 안 온다는 결론? 흐흐흐 -_-;;

02
사흘간의 숨책 알바가 어제로 끝났다.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알바비를 너무 많이 줘서 항상 미안하다. 그러니까 노동 강도에 비해선 엄청 센 알바비고, 평균적인 알바비에 비춰도 상당히 세다. 일본에서의 알바비를 떠올리면 될 듯. 그러면서 세 권의 책을 샀다. 한 권은 데니스 로드맨(Dennis Rodman)의 자서전 비슷한 책인 [Walk on the Wild Side], 다른 한 권은 [not simple]

03
데니스 로드맨이 누군지 알게 된 건, 아마 작년 즈음일 듯 하다. 모씨의 모 책을 제본하면서;;; 책 말미에 이 사람과 관련한 부분이 있어서 누군가 하고 찾다가 알았다. 누군가 했더니

[#M_ 이런 사람이네.. | 농구선수.. |


_M#]

스포츠 자체에 관심이 없거니와, 체육시간엔 가능한 한 광합성을 했고, 체육필기성적이 전교 35x명 중에서 35x등을 했던(그래도 꼴찌는 아니었다, 음하하 -_-;;) 루인이라, 이 사람이 누군지 알리가 없다. 그런데 왜 이런 농구선수의 자서전 비슷한 걸 샀느냐고? 그 모씨의 책에서 이 사람을 왜 기억하냐고?

[#M_ 왜냐면.. | 이 사진들 때문.. |


자서전 비슷한 이 책에서 로드맨은 “YES, I’M GAY” / “I’M STRAIGHT”(174)[나는 게이이다. 나는 이성애자다.]라고 말한다.

다양한 의미에서 흥미로운 책인데, 한국의 헌책방에서 출판본이 있을 때가 또 언제 있으랴 싶어 망설이지 않고 샀다. 참, 그 모씨의 모 책은 Leslie Feinberg의 [Transgender Warriors].
_M#]

+
작년 메가박스에서 일본영화제를 할 때 꼭 읽고 싶었음에도 표가 없어 못 읽은 영화가 있었다. 근데 이번에 개봉한단다. 꺅꺅. 그동안 DVD도 안 나와서 안타까웠는데, 너무 좋아하고 있다. 우헤헤.

양성애/bisexuality와 관련한 논문 몇

Ruth Goldman, “Who is that Queer Queer? Exploring Norms around Sexuality, Race, and Class in Queer Theory”
Amber Ault, “Hegemonic Discourse in an Oppositional Community: Lesbian Feminist Stigmatization of Bisexual Women”
Christopher James, “Denying Complexity: The Dismissal and Appropriation of Bisexuality in Queer, Lesbian, and Gay Theory”
in Brett Beemyn and Mickey Eliason eds. Queer Studies: A 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Anthology, New York and London: New York University Press, 1996

지난주에, Queer Studies에 실린 논문 중, 몇 편을 골라서 읽었는데, 그 중 세 편은 양성애/바이섹슈얼과 관련한 글이었다. 양성애와 관련해서 읽은 글이라면, 아마 작년에 읽은 퀴어이론과 관련한 개론서에서 언급한 부분이 전부일 듯. Queer Studies와 작년에 읽은 책의 출간 시기가 얼추 비슷해서인지, 핵심 주장은 크게 많이 다르진 않다. 다만, Queer Studies에 실린 논문들이 좀더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좋았달까. 세 편의 논문을 좋았던 순서로 꼽으라면, Goldman-James-Ault 다.

Goldman의 논문은 제목이 좀 헷갈렸는데, 첨엔 저 제목을 “누가 퀴어를 퀴어로 만드는가(누가 퀴어를 퀴어화하는가)”로 해석했달까. 기본적인 영어문법도 무시하는 이런 해석에 찬사를-_-;;; 두 개의 퀴어(queer) 중에서 앞의 퀴어가 주어고 뒤에 나오는 퀴어가 동사라면 후자에 s/es가 붙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다는 건, 주어-동사 관계가 아니란 의미이다. 그런데도 주어-동사로 해석했으니, 이 무식함을 어쩔 거야. ㅠ_ㅠ 그러니 다시 해석하면, “그토록 퀴어한 퀴어는 누구인가?” 정도랄까. 앞의 퀴어는 뒤에 오는 퀴어의 수식어인 셈.

아무튼 세 편의 논문을 무식하게 요약하면, 양성애는 박쥐처럼 “남성”과 “여성”을 모두 좋아하는 존재라기보다는, 오직 한 젠더만을 좋아해야 한다는 인식에 대한 문제제기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 양성애는 레즈비언이나 게이로 가는 일종의 중간 단계가 아니란 것. 그러며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논의에서 레즈비언이나 게이만 언급할 것이 아니라 양성애 역시 언급하고 감안할 것을 의미한다.

일테면, 영화 [영원한 여름]을 해석하며, 루인은 게이만 언급했는데, 사실,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관계를 게이-이성애-이성애로만 해석해야 할 이유는 없다. 게이-바이-이성애로 해석할 수도 있고, 바이-바이-바이로 해석할 수도 있고, 게이-바이-패그해그로 해석할 수도 있고. 소위 “같은 젠더”라고 여겨지는 이들의 관계를 반드시 “동성애”로 해석할 이유가 없으며, 이성애-동성애란 식의 구분과 해석은, 이분법을 강화하는 방식일 수 있음을 지적한다.

Goldman이 좀 더 매력적이었던 건, 퀴어관계에 인종이나 계급을 교차해서 분석하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1993년 MTV 공연에서, 마돈나는 “This is Not a Love Song”을 부르면서,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의 부치역할의 여성과 다른 세 명의 펨 역할의 여성이 무대에 등장한다. 이 공연을 분석하며, Goldman은 읽기에 따라선 퀴어공연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여기에 인종이 개입되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고 말한다. 즉, 부치역할의 세 명은, 마돈나, 백인여성, 아프리칸-아메리칸 여성인 반면, 펨역할의 세 명은 아시안-아메리칸 여성들이란 것. 이는 아시아여성은 “수동적이고, 이국적이며, 더욱더 여성적인 타자”라는 걸 강화하는 방식임을 지적한다.

젠더, 섹슈얼리티 외에도 인종이나 계급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실제 이렇게 분석하거나 고민하는 글은 그렇게까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 글은 특히나 매력적이다.

날씨

타이밍을 맞추기에 따라, 우산 없이도 돌아다닐 수 있거나 우산이 있어 봐야 옷이 흠뻑 젖을 날씨다. 덕분에 좀 시원할 만도 한데 잠깐 시원하다 금방 한증막에 있는 기분이랄까. 밤에도 열기는 그다지 가라앉지 않아서,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선풍기를 켜면 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안 켜면 더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덕분에 두통으로 골이 지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