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주일치 rss목록을 보다가, 이런, 일주일동안 7편의 영화를 읽었단 걸 깨닫고 당황하고 있다. 무슨 이런 일이. 그러다보니 일주일 동안 쓴 글의 절대 다수가 영화감상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없어진 건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은 넘치는데…. 도피할 일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왜, 바쁠수록, 그래서 도피하고 싶을수록 블로그에 글을 쓰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근거 없는 학설-_-;;도 있잖아. (쿨럭.)

9월 초에 종시가 있다. 3과목 중에 2과목을 보기로 했다. 다른 한 과목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보기로 했고. 그러니 8월 달엔 종시를 준비해야 하다. 즉 8월 달엔 블로그에 글을 많이 쓸 지도 모른다. 크크크. 6월 즈음부터 격일제로 글을 쓰는 것 같은 경향이 생겼는데 이런 경향도 조만간에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

며칠 전에 아는 사람에게서 논문을 받았다. 그 사람의 석사논문. 논문을 받는데, 순간 그 사람의 뒤에서 후광이 보이더라는.

얼추 일 년 남았다. 일 년이라고 우기고 싶지만, 열 달 혹은 열한 달 남았다. 뭔가 코미디 같다. 작년 이즘에도 논문 운운하고 있었던 거 같은데-_-;;

[영화] 영원한 여름

[영원한 여름] 2007.08.02.목, 씨네큐브광화문 1관 B-78

※스포일러 없을 걸요;;

영화를 읽으면서, 작년 한창 화제였던 [브로크백 마운틴]보다 훨씬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퀴어영화(혹은 게이영화)라고 불러도 상관없고 성장영화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장르를 어떻게 부르건 무슨 상관이랴. 직접 고백하는 장면만 빼면, 이 정도의 애정과 눈빛은 여타의 영화에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니까. 그저, 이 영화를 읽으며 읽길 잘 했다고 중얼거렸다.

그냥, “좋다”란 말로 끝맺고 싶은 느낌의 영화랄까. 이 영화 읽기 전에 읽은 영화, [인랜드 엠파이어]가 (많이 다른 맥락에서) “해석에 반대한다”-_-;;란 말을 중얼거리게 했다면(크크크 ;;;), 이 영화는 영화를 따라가며 드는 느낌을 그냥 내버려 두는 방식(이 느낌 자체가 해석이지만)으로 “해석하고 싶지 않다”라는 환상을 품게끔 했다. 난도질하며 어떻게든 분석하고 그래서 무언가 말할 거리를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읽고 싶은 느낌이랄까. (이건 순전히 루인의 문제인데, 항상 영화를 읽고 나면 뭔가를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기도 하다.)

인물들의 관계가 참 예뻤다. 시간이 흐르면(영화에선, 나이가 들면) 변하기 마련이라는 걸 깨닫는 성장통이, 예쁘게 다가왔다. 상대방도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좋다가도 좌절하며 헷갈리는 감정들을 품었는데, 알고 보니 상대방이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음을 알았을 때의 슬픔엔 짠하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읽다가, 영화 속 인물들의 관계를 “게이”로 설정하는 순간, 감정이입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도 재밌는 감정이다.) 위샤우헝이 캉정싱을 질투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웠다. 흐흐흐.

+
사랑과 우정이 비록 분명하게 구분이 안 가는 감정이긴 하지만, 바로 이런 모호함이 사람을 많이 힘들게 만드는 감정이기도 하다.

[영화] 인랜드 임파이어(+추가)

[인랜드 임파이어] 2007.08.02.목, 17:20, 씨네큐브광화문, 2관 63번

※스포일러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ㅠ_ㅠ

01
이 영화의 교훈: 영화매체에서 별 다섯 개씩 날리고, 상찬에 극찬을 남발하는 영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_-;; 크크크
영화를 읽는 도중에, 짐을 챙겨 들고 나가는 사람을 직접 본 것만 4명.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만 여러 번.

전 날, 회의가 밤늦게까지 있었고 어제 오전엔 문상을 갔다 와야 해서 많이 피곤했다. 영화 초반에 30분 정도 졸았는데 이렇게 존 건, 피곤해서 그렇다고 우기고 싶다. ㅠ_ㅠ 근데 영화 읽는 내내 졸거나 멍하니 읽고 있거나. 러닝타임은 무려 3시간. -_-;;;

02
어쩌면 의미를 파악하려고, 이해하려고, 단일한 서사를 구성해서 설명하려고 애쓰는 노력, 모든 텍스트를 이런 식으로 분석하려는 태도가 이 영화를 읽는 데 가장 큰 방해요소였지 싶다. 파악하려는 순간, 그래서 ‘아, 그렇구나’라고 깨달으려는 순간 영화는 이미 저 멀리에 있거나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 줄 알았지?”라고 조롱이라도 하듯 다른 곳에 가 있다. 만약 처음부터 이런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 영화를 읽는 재미는 전혀 다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나중에 이 영화를 다시 읽어야지 하고 중얼거리는 중이다.

03
그래도 이 영화, 영화라는 형식적인 특성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이런 점들도 참 매력적이다.

+
04
영화엔 자체적인 영어 자막이 등장하기도 한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장면들 때문. 근데 웃긴 건, 일본인(일본인으로 자신을 설명한 것 같은데 긴가민가 -_-;;)이 나오는 장면에서, 그 사람은 꽤나 괜찮은 영어를 구사했음에도 영어 자막이 나왔다. 순간 상당히 불쾌했다. 이 사람보다 발음이 더 안 좋게 느껴지는 이들도 자막이 없었다. 미국에서 나고 살았어도, 외형이 아시아인이면, 발음이 안 들린다고 백인들이 반응한다는 것처럼, 이 영화는 이런 식의 인종차별을 반복하고 있다고 느꼈다. (2007.08.03.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