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따뚜이

[라따뚜이] 2007.07.26. 21:40, 아트레온 9관 11층 C-5

※스포일러 없음.

왠지 이 영화 재밌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대도 꽤나 했고. 그러니 개봉 첫 주의 저 늦은 시간에 영화관에 갈 수 있었겠지. 근데… 재미없어ㅠ_ㅠ 중반부가 지났을까, 그 즈음부터 지루해서 몸을 배배꼬았더라는. 물론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그래서 길게 안 쓰려고.

그냥, 두 가지 의문. 왜 이 영화의 악역은 아시아인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어. 유난히 키가 작고 주인공을 방해하는 그는 중동계란 느낌을 받았어. 그럼, 요즘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걸까? 아마 그렇겠지. 유일한 “여성”형 캐릭터의 성격은, 참 짜증나게 만들었더군. 성공하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한 “여성”은 “성격이 안 좋다”란 말들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더라고요. 루인이 그런 성격을 싫어해서일 수도 있고, 그 사람에게 루인을 투사해서 괜히 싫은 걸 수도 있지만.

그냥, 루인은 무척이나 재미없게 읽었다.

참, 그리고 있잖아, 열심히 노력하면, 그 사람의 배경과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는 참 짜증나거든? 더군다나 그 노력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자의 노력이라면 더 짜증나거든!

+
이렇게까지 싫진 않았는데 죄다 안 좋은 말 같아서, 괜히 미안하네. OST는 정말 괜찮았다. 영화도 만들긴 잘 만들었고. 위에 적은 이유라고 해서 반드시 싫어하는 건 아닌데, [라따뚜이]엔 왜 이렇게 반응하고 있지? 한창 졸릴 때 읽어서 그런가? 아무려나, 괜히 미안하네.

[영화] 화려한 휴가

[화려한 휴가] 2007.07.25. 20:10, 아트레온 1관 지하3층 B-7

※스포일러 없음.

영화를 읽는 내내 울었다. 이 울음의 의미, 울 수 있음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질문하기도 전에, 울고 있었다. 그러며 이 영화와 관련한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냥, 이 영화를 읽었다는 정도의 구절로 끝날 것만 같았다. 영화관을 나서서, 玄牝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그랬다. 하지만 그 길, 어디였더라, 영화의 마지막 구절, “기억해주세요”를 중얼거리다가, 이 영화와 관련해서 쓸 말이 너무 많음을 깨달았다.

기억한다는 건, 해석한다는 의미이다. 그 시절의 일을 “있는 그대로” ‘기억’한다는 건 불가능하며,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 그 시절의 일을 기억(해석/재현)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누구의 입장에서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점에서, 기억한다는 건, 정치적인 행위이며, 그 자체로 정치적인(“이데올로기적”) 해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하고 재현할 것인가(즉, 기억할 것인가).

이 영화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재현만 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개봉한 시점이다 보니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감독의 저 말은 언론플레이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터뷰 전문을 훑다가,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감독은 정말로 “이데올로기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고 믿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말이야 말로, 5.18을 해석하고 재현하는데 있어 감독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고 느꼈다.

이 영화는 기존의 성역할부터, 자주 들어온 해석을 고스란히 반복한다. 일테면 영화는 총을 들고 지키겠다는 “남성”역할의 사람들과 간호하고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여성”역할의 사람들이라는 성별구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 동시에 광주항쟁에 “참여”한 사람들 중, “여성”역할의 사람은 단 한 명만 등장할 뿐이다(일테면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과 같은 역할인 셈이다). 동시에 이 영화는 지키는 자와 이런 이들에게 “보호” 받는 자 혹은 참여하지 않는 자란 영웅서사를 반복한다.

꽤나 짜증났던 장면 중 하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영화는 광주시민들(을 매개해서 극장에 온 관객들)에게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란 말,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음을 기억해달라는 의미의 말들을 반복한다. 5.18과 관련한 유명한 다큐를 차용한 그 장면은, 시민군과 계엄군이란 대립구도를 만들고, 시민군으로 총을 들고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잠든 사람들 혹은 방관자로 만들거나, 방관자까지는 아니어도 5.18에서 소외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즉, 도청에 모이지 않은 사람들, 계엄군이 진입해 오던 그 시간에 자고 있던 혹은 집에 있던 사람은, 극장에서 이 영화를 읽는 관객과 같다는 효과.)

감독은 지식인의 해석, 지식인의 등장이 필요 없다고 말하며, 사람들의 증언을 듣기만 해도 충분했다고 한다. 이 말은, 이 영화를 찍는 감독 자신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화 전체를 좌우하는 지식인일 수도 있단 걸 의미한다. 감독은 “이데올로기적인 해석을 않”했다고 하지만, 결국 이 말은, 기존의 주류해석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 영화를 재현(해석/기억)했다는 의미이며, 감독은 이렇게 해석하는 이들의 입장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었다는 의미는 아닐는지. 그리고 바로 이런 이유로 “그저 재현만 했다”란 식의 홍보가 가능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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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읽고 있노라면, 감독이 5.18이란 사건에 압도되어 있다는 느낌이 상당히 강하다. 그건, 감독의 출신지역과 관련 있는 걸까?

이 영화를 읽고, 이 영화와 관련한 글을 쓸 수 없다고 느낀 건, 어쩌면 부담스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에 대한 비판이 5.18자체를 비판하는 건 아님에도 행여나 그렇게 비춰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혹은 부담과, 부산에서 19년을 살아온 역사적인 경험 때문에 생긴 부담 때문인지도 모른다.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활동가 중의 한 명인, 광주 출신의 C는 중고등학생 시절 물에 젖은 손수건 없인 등하교를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집이 전남대 앞이었기에, 데모와 최루탄이 일상이었다고 했다. 다른 한 활동가는, 역시 광주 출신인데, 초등학생시절 어느 대학에 갔다가, 대학생들에게서 화염병 던지는 방식을 배웠다고 했다. 훈련이 아니라 그냥 장난삼아 가르친(초등학생에게 화염병 던지는 방법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그 대학생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느낀다).

반면 루인은 5.18을 강준만의 책을 통해 알았다. 어떤 사람들은 매일같이 그 분위기에서 살지만, 어떤 사람들은 책 혹은 텍스트를 통해 읽는다. 이런 경험의 차이. 더군다나 지역감정이 심한 상황에서, 부산에서 산다는 건, 광주에서 산다는 것과 너무도 다른 상황들을 경험한다는 걸 의미한다. 아마 전두환이 재판정에 섰을 때의 상황을 얘기하면 분명해지려나. 그 시절, 루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전두환을 욕했지만, 루인의 느낌에 5.18때문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돈을 챙겼다는 이유로, 부정부패 때문에 욕하는 분위기였다. 이렇게 욕하면서도 다들 하는 말이, “그럼에도 전두환이 인물이지”였다. 노태우처럼 혼자서 돈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심복들에게도 돈을 나눠줬다는 점에서 전두환은 똑똑한 인물이고, 의리가 있는 인물로 여겨졌다. 경남 합천에서 전두환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이 등장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분위기/맥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고.

루인이 대학 들어가면 반드시 데모를 할 거라고, 학생운동을 할 거라고 말하며, 절대 데모는 하지 말라고 말하던 부모님들은, 이런 이유로 한겨레신문을 못 보게 했고,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못 읽게 했다. 그렇다고 루인 “과격”하거나 “진보”적이었느냐면, 지금도 그렇지만, 전혀 아니었다. 그러니, 이 정도의 루인도 “과격”하다고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근데 좀 웃긴 건, 이런 아빠님, 루인의 초등학생시절, 여운형을 긍정적으로 그린 책을 읽으라고 줬다는 거. ;;;)

이런 역사적인 경험 속에서, 이 영화를 읽고 난 후 글을 쓴다는 건 적잖아 부담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텍스트로 대상화해서 감상문을 쓰는 건 아닌가 하는 부담. 그렇다고 “당사자주의”를 말하려는 건 아니고. 다시 “어떻게”라는 질문에 직면한다.

펜타포트

이상하게도 지난 뮤즈내한공연 땐 한 달도 더 전부터 맨날 뮤즈만 들었는데 요샌 거의 안 듣고 있어요. 뮤즈만 안 듣고 있는 게 아니라, 팬타포트에 오는 애들 음악 자체를 안 듣고 있는 상황이죠. 이러다 어쩌려는지 몰라도, 뮤즈는 내일부터 듣고 다른 아해들은 그냥 가볍게 구경하는 기분으로 들으려고요. 체력 안배를 해야 하니까요. 🙂

사실, 요즘 고민은 그날 무슨 옷을 입고 갈 것 인가죠. 땡볕에서 하루 종일 있다보면 분명 옷이 땀에 흠뻑 젖을 것 같은데, 무얼 입을까 하는 고민. 사실 내심 정해둔 옷이 있긴 해요. 지난 뮤즈공연 때 산, MUSE가 적힌 티를 입고, 역시나 MUSE가 적힌 가방을 매고 가는. 흐흐흐. 첨엔, 딱 좋다고 혼자서 좋아하고 있는데, 문득, 뮤즈 오타쿠도 아니고 이게 무슨 차림인가 싶더라고요. (음악의 신이 강림/재림한다느니, 음악의 신을 알현한다느니 하면서?)

뮤즈티를 입고 가는 게 망설여지는 실질적인 이유는, 그날 입으면 세탁을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목이 늘어날 수가 있다는 염려 때문이죠. 한 벌 뿐인 뮤즈티라서 깨끗하게 간직하고 싶은데 그날 입고 빨래를 했다가 목 부분이 늘어난다거나 색이 바래거나 하면 무척 속상할 것만 같아서. 사실 그래서 가방을 사고도 아직 한 번도 안 썼다는. -_-;; 그저 고이, 깨끗하게 간직하고 싶달까. (왠지 오타쿠 맞는 거 같다 -_-;; 흐흐)

아, 어쩌지.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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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님 블로그에서 확인한지 얼마 안 지나 문자도 왔다, Damien Rice가 안 온다는. ㅠ_ㅠ 그래서 일요일에 누구누구 구경할까 하니, 이동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15시에 하는 넬(Nell)보고, 16시 20분에 한다는 Asian Kung-Fu Generation은 관심이 없으니 이때 밥 먹고(근데 밥 먹을 곳이 있나?), 18시부터 연달아, Ash, 크라잉 넛, 그리고 대망의 Muse를 보면 되겠다. 일정상으론 23시에 끝난다고 하지만, 24시 전에 끝나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걱정이 없는 건, 삼화고속이 있다는 거. 물론 공연 끝나고 삼화고속 타려면 엄청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삼화고속은 새벽 1신가 2시까지 운행하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