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기에, 함께: 트랜스젠더-레즈비언-게이-동성애자-양성애자-퀴어, 그리고 혈연가족들

그동안 성적소수자 인권운동은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들에 관한 법률의 제,개정과 사회적 인식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실제 성적소수자들에게 더욱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또한 가장 가까이에서 삶을 나누고 있는 부모님과 형제, 그리고 친구들의 이해와 지지입니다.

그러나, 성적소수자가 가족과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설사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말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부모님이나 형제, 친구들도 충격을 받고 놀라며,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어떻게 대해야 좋은지를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서 성(별)정체성으로 인해 고립과 혼란, 고통과 소외를 당하고 있는 것은 성적소수자뿐만 아니라 성적소수자의 주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여기에, 함께] 프로젝트는 바로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찾기 위한 첫 번째 시도입니다. 무지와 편견으로 인해 가족과 친구사이에도 차별과 소외가 생겨나는 것을 막고, 우리가 모두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성적소수자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가장 적극적이고 따뜻한 지지자로서 우리 사회의 성적소수자 인권의식의 함양에 밑거름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쉽지않은 일이겠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로 우리, 여기에, 함께 프로젝트가 아름다운 소통과 인권의 열매로 맺어지길 기대합니다. 격려와 부족함을 지적해주시는 의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우리, 여기에, 함께 프로젝트 연구원 일동

* 본 프로젝트는 국가인권위원회 2007 인권단체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사이트는 여기

커밍아웃이건 아웃팅이건, 그다지 개의치 않는 루인이지만, 이성애혈연가족들에겐 굳이 말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죠. 특히나 부모님에겐 더더욱. 부모님이 알면 안 된다란 의미라기보다는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죠. 그래서 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소통할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말하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굳이 말할 이유도 없는. 꼭 말할 필요는 없지만 꼭 말하고 싶은.

이런 복잡한 감정은 루인에게 혈연가족과 친구들이 상당히 복잡한 감정으로 다가온다는 의미죠. [우리, 여기에, 함께] 프로젝트, 잘 되면 좋겠어요. 🙂

[#M_ +.. | -.. |
제목은, 솔직히, 낚시용입니다. -_-;;; 낄낄. 이 프로젝트를 많이 알리는 것도 중요하겠다 싶었죠. 그런데, 이 글의 제목에 프로젝트 이름만 적으면, 이와 관련한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검색을 해도, 검색사이트에 걸릴 가능성이 극히 적거든요. 리퍼러로그에 따르면, 관련 사이트가 걸리는 순서는 내용에 관련 단어가 있는가 하는 여부보다는, 제목에 관련 단어가 있는지의 여부더라고요. 내용에 아무리 “트랜스젠더”란 단어가 많아도 제목에 “트랜스젠더”란 용어가 있으면 더 상위에 링크된다는…;;; 그래서 제목을 이렇게… *힐끔*_M#]

불안

어쩔 수 없나보다. 조금 불안한 느낌들이 몸에 머물러 있는 거.

길을 걷다가 갑자기 가방을 열고 지갑이 있는지 확인하기 일쑤고, 문을 잠그고 나왔음에도 갑자기 불안해서 다시 돌아가서 확인해야 하나 망설이곤 한다. 단 한 번, 우산을 잃어버린(의도적인 망각일 수도 있었지만;;;) 적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 어디 가서 물건 한 번 잃어버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이 불안함. 그냥 갑자기 지갑이 있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리고 여전히, 손에 들고 있는 지퍼파일가방을 지금 잘 챙겨들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며 불안해하곤 했다. 손에 들어 그 무게를 느끼고, 시각으로도 가방이 있음을 확인하면서도 지금 가방을 가지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해 불안에 빠지곤 한다.

주인집 연락을 받고, 다 괜찮았는데, 계단을 올라가며 마지막 계단에서, 호흡을 잠깐 중단했다. 어느 정도의 상태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막상 직접 확인하려니, 엄두가 안 났다. 히죽히죽, 웃으면서 玄牝으로 걸어갔는데…. 그래도 예상보다 상황이 괜찮아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아무려나, 대청소도 했으니 전화위복이려나.

결국 뒤늦은 해석이긴 하지만, 어떤 느낌들이 있긴 했다. “그 일”이 있기 며칠 전부터 자꾸만 뭔가 불안했다. 아침에 玄牝을 나서며 문을 잠글 때마다, 뭔가 두고 나온 것 같고 비우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자꾸 뒤통수를 당기는 느낌을 받곤 했다. 물론 이런 느낌 혹은 예감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뒤통수를 당기는 느낌은 그저 여느 때와 다름없는 불안으로 치부했겠지.

저축통장 하나, 비상금 한 푼 없는 삶이고 玄牝이라(정말, 玄牝엔 10원 한 장 없다-_-;; 크크) 별일 없었지만, “별일” 없었다는 말은 역설적이기도 하다. 킥킥.

문헌정리

지난 토요일부터, 토요일 저녁의 지렁이 회의를 제외하면, 계속 연구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특히나 연구실에 들어오면 玄牝으로 돌아가 때까지 외부로 안 나가는 일요일인, 어제는 계속 컴퓨터 앞이었고. 두세 시간이면 되겠거니 했던 참고문헌정리가 사흘 걸렸다. 정리할 문헌이 많아서란 의미보다는 영어워드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블로그 주소를 입력하거나 메일 주소를 입력하며 조금은 손에 익어 있던 영어타자가, 이번 기회를 통해 좀 더 빨라진 것 같기도 하다. (순전히 착각. -_-;;) 아무려나 방학이 되면 꼭 하겠다고 벼르던 두 가지 일-玄牝 대청소와 참고문헌정리-을 얼추 다 한 셈이다.

통상하는 용어로, “참고문헌정리”란 표현을 하고 있지만, 좀 더 정확하게는 현재 사무실에 있는 책들과 논문들의 목록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玄牝에 있는 책은 정리불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임… 흑흑 ㅠ_ㅠ) 게으른 루인이 이런 일을 할 계획을 세운 건 갑자기 부지런해져서는 아니고, 불편한 일들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이다.

논문을 읽다가, 그 논문에서 참고문헌으로 사용한 “ㄱ”이란 논문이 꽤나 흥미로우면 따로 적어뒀다가 찾곤 한다. 어떤 땐 꼭 필요한 논문을 찾기도 하고. 그런데 잡지에 실렸으면 인터넷으로 다운로드가 불가능하고, 선집에 실렸으면 그 책이 품절이라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일 때가 있다. 이럴 때면 무척 아쉬워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어느 날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다른 선집을 뒤적이다, 그토록 찾던 “ㄱ”이 실려 있을 때의 황당함이란.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ㄴ”이란 논문은 [가]란 책에 실려 있다고 나와 있어서 가능한 모든 곳을 검색해도 [가]란 책을 구할 수가 없는데, 우연히 [나]란 책을 뒤적이다가 “ㄴ”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일부러 처음으로 실린 판본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긴 하다.) 그러면서 현재 가지고 있는 책들과 인쇄해둔 논문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책 자체는 많지 않은데, 논문을 모아둔 책일 경우, 각각을 기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일테면 한 권의 책에 15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면, 총 16개의 참고문헌이 기록되는 셈인데, 이렇게 한 권을 기록하면 한 시간 정도 간단하게 지나갔다. 그러다보니 사흘이 걸렸달까. 물론 완벽하게 끝난 건 아니다. 일테면, 40~50편의 논문이 실린 책 몇 권은 그냥 책 제목만 기록했다. 엄두가 안 난 달까. 대신 목차만 따로 복사해서 관리하기로 했다. 그 외에도 짧은 논문이나 에세이를 모아둔 책들도 제목만 기록했다. 파일로는 있지만, 아직 인쇄를 하지 않는 자료들은 일단 통과. 다음에 인쇄를 하게 되면 그때 해야지, 현재로선 다 못 할 분량이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속으로 참 많이 비웃었다. 지금 정리한 책과 논문만(파일로 있는 것은 제외하고) 다 읽으려고 해도 1~2년은 더 걸릴 텐데, 왜 이리도 자꾸 욕심을 내고 있나 싶어서. 그래도 언젠간 읽겠지, 한다. 몇 년 전에 산 CD를 지금도 즐겁게 듣는 것처럼.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예전에 산 CD를 안 듣는 것이 아니듯, 지금 구한 자료를 꼭 지금에 읽어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라고 쓰지만, 궁색한 느낌이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