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집

[검은 집] 2007.06.29. 17:00, 아트레온 2관 3층 C-17

애시 당초 이 영화를 읽을 계획은 없었다. 영화 잡지에서 이 영화와 관련한 기사가 나올 때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지다님 블로그에서 이 영화와 관련 글을 읽곤, 영화관에서 읽어야지, 했다. 그냥 뭔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스포일러 없이 쓰고 싶은데, 스포일러 없인 쓸 수가 없네요. 근데 이 영화가 얘기하는 “사이코패스”가 누군지 이미 알고 있다면, 스포일러는 없을 듯.

01
영화를 읽으며 뭔가 낯선 결말을 기대했는데, 뻔한 전개라서 그러려니 했다. 마지막 결론 부분은, 어쩜 그렇게 뻔할 수 있는지 놀라웠는데,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면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 낯설게 만들 것인가가 관건인데, 익숙한 이야기를 익숙하게 풀어가고 있었다. (다음 장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 친절하게 알려준다는 느낌이랄까.)

그나마 “원인 없는 살해”란 점이 ‘좋았다.’ “좋았다”고 말하는 건, 그간 읽은 몇 안 되는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특히나 한국에서 만든 이런 종류의 영화들이 구구절절 “가해자”의 어떤 사연을 설명하는 게 짜증났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 받은 트라우마가 있다거나 부모님에게 버림 받았다거나 하는 식인데, 이런 설명은 영화를 읽는 사람들에게 죄의식을 강요하는 방식이며 기존의 제도를 강화하는 방식이기에 너무도 짜증났다.
일테면 [그 놈 목소리]는 아이의 엄마에게 상당한 죄의식을 강요하고 종종 “나쁜 엄마”로 만든다. 그래서 그 아이의 엄마가 이 영화에 소송을 걸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럴 줄 알았어”가 루인의 솔직한 반응이었다. [달콤 살벌한 연인]을 좋아하는 건 이런 죄의식을 요구(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신이화를 설명하며 어릴 때부터 그랬다는 식이다. 초등학생 때 문집에 쓴 글을 통해, “범인”은 아주 어릴 때부터 (혹은 “원래부터”?) 그랬다고 영화는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이런 설명은 [마이너리티 레포트]와 무엇이 다르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바로 이런 상상-“사이코패스”는 타고나거나 어릴 때부터 그 “싹수”를 알 수 있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하는데, “사이코패스”의 행동보다 이런 상상이 더 무섭다. “이것이 그 사람이 어릴 때부터 그랬다는 증거다”가 아니라 “이것”(영화에선 문집)을 현재의 “원인” 혹은 “증거”로 불러들이는 맥락이 무엇인가를 물어야 했다.

비록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얘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선 좋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여성범죄자’는 드디어 그냥 미친 거구나”, 라고 중얼거렸다. 이전까지는 모성이나 어떤 죄의식이라도 얘기했다면, 이 영화에서 “여성범죄자”는 그냥 “사이코패스”일 뿐이다. 그리고 “남편”은 “불쌍한 희생자”로 등장한다. 좀 과장해서 읽으면, “현재 한국사회에서 ‘여성’ 혹은 ‘아내’가 너무 기세등등하니까 ‘남성’/’남편’들이 기를 못 펴고 살지 않느냐”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꼼꼼하게 읽는다면 아주 불가능한 해석은 아닐 것 같다).

02
이 영화는 사람타령[사랑이 아니라 사람/인간-_-;;]을 참 많이 하고, 주인공은 끝까지 신이화를 구하려고 하는데, 루인은 전준오(황정민)가 사이코패스인 줄 알았다. -_-;; 근데, 사실 영화를 읽는 내내, 신이화가 아니라 전준오가 사이코패스 같았다.

03
“범인”이자 “사이코패스”는 박충배(신이화의 남편)가 아니라 신이화라는 걸 알려주는 단서로, 영화는 손목에 자해를 한 흔적을 제시한다. 하지만 손목에 자해를 한 흔적을 단서이자 증상으로 말하는 장면에서, 기분이 상당히 불쾌했고 더러워졌다.

자해를 하는 많은 맥락들을 이 영화는 간단하게 “사이코패스”로 환원한다는 점,
“사이코패스”를 “질병”으로 만든다는 점,
“사이코패스”를 격리해야 할 존재로 만듦으로서 어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이란 환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범죄자를 아주 특별한 존재로 만듦으로서 친밀한 관계나 가족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들을 은폐하려 한다는 점,
등등. 이 영화가 공포영화라면 이런 점에서라고 중얼거렸다.

음악다방의 운영과 관련해서

어제, 늦은 밤, 키드님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음악다방을 접는다는 글을 읽으며 기분이 꽤나 복잡했어요. 물론 복잡한 기분을 정리하기도 전에, 변태고냥J가 거주하는 공간의 공개수위를 바꿨지만요.

음악다방의 공개수위와 관련해선 얼추 한 달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어요. 물론 개정된 저작권법은 전혀 몰랐고요. 그저 검색로봇에 걸리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죠. 그러다 RSS발행수위를 조절하면 검색로봇에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글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RSS가 발행되는 방법과 이올린에 공개해야만 RSS가 발행되는 방법, 이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가 있더라고요. 물론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이올린에 공개하지 않아도 공개만으로 RSS가 발행되는 방법을 선택했죠. 처음부터 이올린이나 티스토리 메인엔 공개하지 않았기에 검색로봇이 아니면 낯선 이들이 들어올 일은 별로 없었어요.

그럼에도 가끔 검색해서 들어오는 흔적을 볼 때면, 여러 갈등을 했죠. 비록 [Run To 루인]은 완전공개라 해도, 변태고냥J의 공간은 아는 사람만 아는 공간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팀블로그로 만들까, 하는 고민도 했었죠. 티스토리를 사용하는 분들이 많다는 점에서요. 조만간에 “RSS 발행을 중단한다는 글을 써야지”, 라는 고민도 했고요.

이런 와중에 키드님 글을 읽자, 가장 먼저 한 일은 RSS발행을 중단한 것. RSS로 들어오는 분들이 몇 분 있지만 RSS가 검색로봇을 불러들이는 역할도 하니까요. 그러고 나선 첨엔 모든 글을 비공개로 전환했어요. 하지만 곧 보호글로 바꿨죠. 블로그 주소를 바꾼다면 확실하게 숨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주소가 좋으니까, 그러진 않기로 했어요.

변태고냥J를 그냥 중단하기엔, 루인이 자주 애용하기도 하거니와, 루인의 글만 있는 건 아니란 점이 걸렸어요. 이 지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죠. 어제까지 쓴 157개의 글도 글이려니와, 댓글로 소통한 흔적들을 그냥 닫기엔 많이 망설여지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보호”글로 바꿨어요. 원하는 분들에게만, 비밀번호를 알려드리는 방법으로 하는 건 어떨까 했거든요. 이렇게 하면 티스토리를 사용하지 않는 분들도, 이곳을 공유할 수 있겠다는 상상.

그저 음악을 나누는 기쁨. 새로운 음악을 만나는 기쁨. 그러니 혹시나 원하시는 분들에겐 비공개 댓글로 비밀번호를 남겨드릴게요. (아무도 안 원하면 참 민망하겠다. 크크크.) 다만, 혼자 사용하는 컴에서만 열어주셨으면 하는 소심함을 함께 전하면서. (왜냐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나면, 다시 “로그아웃”을 할 방법이 없어서 창을 모두 닫는 방법 밖에 없더라고요. 힝.)

멍하니

어제는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곳에 3시간짜리 강의(?)를 하러 갔어요. 길에서 보낸 3시간, 강의실에서 보낸 3시간. 오전엔 강의 준비. 그런 이유로 어제 글을 쓰지 않은 건 아니죠.

아침에만 해도 강의가 끝나면 영화를 읽울까 했어요. 하지만 루인의 서식지에 도착했을 땐, 영화를 읽을 시간이 넉넉했음에도 읽지 않았어요. 그냥 쉬고 싶었어요. 아침을 먹은 이후로 커피만 마셨을 뿐인데 배도 안 고프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터벅터벅 玄牝으로 돌아갔죠. 학교 연구실에 갈까, 잠깐 고민했지만 그냥 玄牝으로 갔어요.

나스타샤를 켜며, [Run To 루인]에 글을 쓸까 했어요. 하지만 지지에 옮겨 담을 음원을 추출하며 멍하니 시간을 보냈어요. 무엇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냥 멍하니 있고 싶었어요. 세 시간의 강의가 힘들었던 건 아니예요. 강의보다는 그곳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했는 걸요.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정리가 안 되요. 뭔가 막막하고 먹먹한 몸이에요. 이 “몸”이 고민이에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