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색눈물: 하지만 꿈은 변하는 걸

[황색눈물] 2007.06.26.화, 20:30, 스폰지하우스(씨네코아) 2관 6층 C-91

그냥 무난하게 읽은 듯 하다. 만화가 주인공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작가, 가수, 화가의 꿈을 꾸는 동거인들의 삶, 등장하는 다른 많은 인물들의 삶과 노력을 소홀히 한다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비록 만화가를 꿈꾸는 주인공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엄청 노력한다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작가, 가수, 화가의 꿈을 꾼 이들이 자신의 바람을 ‘포기’한 거라곤 믿지 않는다. 다르게 읽는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 반드시 지금 꿈꾸는 방식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건 아니며, 꿈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데. 영화는 이 지점에서 소홀하다고 느꼈다.

루인이, 지금은 비록 글을 쓰며 살겠다는 꿈을 꾸고 있지만, 10년 뒤 어느 회사의 창고관리 일을 한다고 해서, 글쓰기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거나 열심히 하지 않았단 의미는 아니잖아. 그리고 반드시 지금의 꿈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영화는, 만화가의 꿈을 꾸는 이가 만화가가 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면서, 화가나 가수, 작가의 꿈을 꾸던 이들이 어떻게 다른 식의 삶을 선택하는지는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동창회”란 모임을 통해 간단하게 언급할 뿐. 이 지점이 아쉬웠다. 비록 작가를 꿈꾸는 이가, 글 한 줄 안 쓰면서 줄거리 구상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해도, 그래도 괜찮잖아. 작가를 꿈꾸다가 외판원이 되는 것이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닌데. 꿈이란 건 포기하거나 바꿀 수도 있는 일이고. 그래서 이 지점을 좀 더 섬세하게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지금 하고 싶은 일과 나중에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영화] 열세 살, 수아

[열세 살, 수아] 2007.06.26.화, 18:10, 스폰지하우스(시네코아) 1관 4층 B-108

#스포일러 없을 듯.

01
원래 계획은 15시에 하는 [스파이더 릴리]를 읽고 [열세살, 수아]를 읽고 [황색눈물]을 읽는 것이었는데, 머리를 자르러 갔다가 시간이 많이 걸려 [스파이더 릴리]를 못 읽었다. 이렇게 일정이 헝클어지는 걸 싫어하는데, 머리가 몸에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흐흐. 아무튼 시간이 어정쩡하게 남아 [열세 살, 수아] 시작 시간이 6시 10분임에도 영화관엔 4시에 도착. ;;; 그냥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 사실 꽤나 많이 졸았다. 영화 읽을 때 안 졸고 미리 졸아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힐끔* 아무튼 오늘 [스파이더 릴리] 읽으러 갈 듯.

02
수아가 아빠의 안경을 닦아 주는 장면에서, “그 옷”을 입은 엄마가 들어오는 그 장면에서부터 펑펑 울었다. 모르겠다. 그 장면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났고 주체할 수 없이 자꾸만 눈물이 나서 주변사람들에게 조금 미안했다. 만약 혼자서 영화를 읽었다면 소리 내어 울었을 듯. 그나마 영화관이라 큰 소리는 못 내고… -_-;; 그 후로도 여러 장면에서 울었다. 일테면 빗속에서 엄마와 수아가 껴안고 있는 장면, 특히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03
루인은 어릴 때부터, 루인의 진짜 부모는 따로 있을 거라고 믿었고, 고등학생시절까지도 같이 살고 있는 부모는 생부모는 아닐 거라고 믿었다. 이것이 루인의 어떤 정서이기도 한데,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소설은 집나가는 내용, 생부모를 찾아가는 내용, 무인도에서 혼자 사는 내용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런 맥락으로 수아와 동일시했다.

수아는 비록, 엄마 “윤설영”을 찾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진짜 엄마”는 어딘가 있을 거라는 정서 자체가 해소된 건 아닐 거라고 느꼈다. 물론 이건 루인 방식으로 해석한 것일 뿐.

04.
영화 후반부에 버스 유리창을 통해 갈림길을 만드는 장면이 좋았다.

좋은 영화를 만나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