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에 대처하는 방법

E가 [Korea Skeptic]란 잡지 5호를 건네주며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잡지에 실린 캐롤 타브리스의 칼럼이 무척 재밌다고.

보통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기보다 표출하고 발현함으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이것이 정신 건강에 더 좋다는 논의가 있다. 그래서 많은 심리 치료사가 욕설, 큰소리, 인형을 향해 방망이질 등을 권한다. 그러고 보면 일전에 본 어느 영상에서도 분노를 표출하라며 있는 힘껏 방석을 방망이로 내리치도록 처방하는 장면을 봤다. 이를 통해 감정을 표출하고 분노를 억누르기보다 표출하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사람에게 더 좋다는 주장이다. 타브리스에 따르면 이것은 프로이트의 논의에서 출발하지만 프로이트 논의의 일부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분노 등을 배출할 때 예술의 창조와 같은 건설적 활동으로 승화할 것을 권했다. 방망이질이나 욕설, 큰소리가 아니라.
그러나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분노를 욕설로 표출한다. 그것은 특히 인터넷 시대에 악플이나 키보드 워리어의 형태로 자주 나타난다. 프로이트의 논의 일부를 놓친 카타르시스 이론에 따르면 이것은 어쨌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에겐 좋은 일이다. 그 욕설을 듣는 입장에선 스트레스겠지만. 그리고 타브리스는 어떤 악플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하다 선물과도 같은 논문을 찾았다. 그 제목은 “트위터에 나타난 심리적 언어와 지역별 심장병 치사율의 상관관계”다.
논문의 연구 방법은 생략하고 결과만 말하면 “부정적인 사회관계, 이탈, 특히 분노, 증오, 공격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언어 패턴은 심장질환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트러났다”고 한다. “일반적인 인구 통계학이나 사회경제적 요인, 흡연, 당뇨, 고혈압, 비만을 포함하는 건강 위험 요인을 통합한 전통적인 모델보다 언어가 죽상동맥경화성 심장질환 위험도를 더 정확하게 예측했다”고.
타브리스가 전하는 이 논의의 교훈이 뭐냐고? “인터넷에서 멍청한 욕쟁이 악플러 때문에 분노하게 되거든 그냥 내버려둬라. 그 트롤들은 어느 날 심장병으로 쓰러지게 될 것이다. 우리들은 러셀 베이커가 남긴 교훈을 따라 아름답고 교양 있는 댓글을 추구하면 될 일이다.” 이렇다고 한다.
타브리스의 어떤 표현이나 어떤 순간순간은 비판하고 싶지만(“병으로 죽어버렷”, “쟤는 심장병으로 죽을 거야”와 같은 언설은 질병을 혐오하는 사회적 인식을 재생산한다), 그 결론엔 동의한다. 어그로꾼이나 악플러엔 그냥 무시하는 게 가장 좋다. 애당초 논의가 가능한 집단도 아니니까. 물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내가 멘탈갑이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호호.

퀴어락 웹아카이브, TQueer.com을 퀴어락으로 기증!

“TQueer.com: 당사자주의가 아닌, 또 다른 퀴어 활동을 위한 웹진”이란 웹진이 있습니다. 2010년 8월 첫 글을 공개하면서 시작했고 2012년 2월 마지막 글을 공개하며 더 이상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사자주의와 정체성 정치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트랜스/젠더/퀴어 정치학으로 글을 쓰고 번역 작업을 했던 웹진입니다.
보통 웹진 활동이나 단체 활동이 중단되면 해당 단체나 모임의 홈페이지, 블로그, 게시판 등은 방치, 폐쇄 혹은 소멸의 수순을 밟습니다. 활동 당시 특정 시점에서 홈페이지 호스팅 계정을 연장 했다면, 이후 활동을 중단하면서 더 이상의 호스팅을 연장하지 않지요. 그렇게 단체의 소중한 기록, 흔적이 남아 있던 사이트는 사라집니다. 누구도 찾을 수 없고 때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도 없게 됩니다. 이것은 인터넷 시대의 슬픈 현실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백업 데이터를 가지고 있겠지만 운영 당시의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활동 당시 생산한 자료를 살피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TQueer.com” 역시 지금은 아는 분이 거의 없을 듯합니다. 2012년 2월을 끝으로 더 이상 웹진 활동을 안 하고 있으니까요. 다행인 건 활동을 중단했음에도 TQueer 활동가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정을 계속 연장하며 사이트를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비온뒤무지개재단 부설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홈페이지의 관리 및 유지 권한을 퀴어락에 기증하겠다고요.
웹아카이브는 퀴어락이 오랫 동안 고민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던 시대, 통신도 활발하지 않던 시대엔 잡지라는 형태, 종이 편지의 형태, 포스터의 형태로 삶과 활동을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잡지나 소식지를 발간하던 단체가 활동을 중단해도 관련 기록이 남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퀴어락은 1993년 말에 설립해서 1994년 초에 해소한 초동회의 소식지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퀴어락 자체는 2009년에 설립되었지만 종이 잡지나 편지는 누군가가 보관할 수 있는 형태니까요. 웹진은 좀 다릅니다. 웹진은 구독자가 ‘소유/소장’할 수 없으며, 발행 단체가 사라지고 계정 연장을 더 이상 하지 않으면 찾기가 불가능합니다. 인터넷 시대는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비용 걱정이 종이잡지에 비해 덜하고, 파급력이나 확산 속도가 이전에 비해 빠릅니다. 바로 그런 만큼이나 사라질 가능성도 더 큽니다. 종이 잡지는 구독자가 해당 권호를 소장할 수 있지만 웹진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잡지만이 아니라 웹자보, 웹 홍보문서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다면 퀴어 관련 이런 소중한 자료, 웹에서 유통하겠다는 목적으로 생산된 자료를 어떻게 하면 지속시킬 수 있을까? 퀴어 역사에서 소중한 여러 웹자료를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퀴어락의 오랜 고민거리입니다.
이 와중에 TQueer.com에서 웹진을 퀴어락에 기증해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것은 시작입니다. 단체가 해소되거나 활동 중단으로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퀴어락에 기증해주신다면 퀴어락은 열심히 관리하겠습니다. 퀴어락은 웹에서 생산된 자료를 수집하고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고요. 관심이 있다면, 혹은 기증해주실 자료가 있다면 퀴어락에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웹진을 퀴어락에 기증해주신 TQueer.com 활동가 분들께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TQueer.com은 이제 http://queerarchive.org/tqueer/ 로 접근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KSCRC)의 역사 동영상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의 2002-2016년 역사를 요약한 동영상입니다. 공유하면 좋을 듯해요.
그 역사 자체가 기쁘기도 하지만, 센터를 통해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이 만들어질 수 있었거든요. 센터가 아니었다면 퀴어락이 생겼을까 싶기도 합니다. 퀴어락만이 아니라 별의별상담연구소, 비온뒤무지개재단,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등을 설립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영상엔 그 역사가 요약해서 담겨 있기도 하고요. 🙂

https://youtu.be/Od0W0cyaB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