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엮어 가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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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언제나 쌓여 있지만, 종일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빈둥거리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 다음 주 목요일이 석탄일이라 수업이 없다는 사실에, 그러니 당장 일주일 후의 수업 준비를 할 부담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은 느슨하게 있다. 이럴 때 개별연구로 하는 책을 읽으면 좋으련만, 또 그러진 않는다. 맨 날 바쁘다고 말하면서도 맨 날 빈둥거리고, 오늘 같은 날은 아예 대놓고 빈둥빈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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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칫. 화들짝 놀라지는 않지만 이런 자신에게 놀라. 그러고 보면 처음 댓글을 남기기까지 얼마나 많이 망설였는지…. 지금도 댓글을 쓸 때면, 용기가 필요해. 처음 댓글을 쓰고 다시 댓글을 쓸 때까지 한 달은 더 걸린 것 같아. 이 용기가, 이 “소소한”, 하지만 루인에겐 너무도 큰 용기가 그 전과는 다른 만남을 가능하게 한 것 같아. 이런 용기들이 말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고 있어. 그래서 고맙고 기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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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리지만, 또 그런 와중에도 파란 하늘이 보이고 햇살도 비춰. 이런 햇살, 햇살 아래 그림자. 그림자를 따라가는 루인. 루인을 따라가는 햇살. 햇살을 따라가는 구름들. 구름 가는 길을 걷고 있는 루인. 루인을 따라 걷는 그림자와 숨바꼭질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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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천둥소리. 비가 오려는 소리. 이런 소리와 어울려 오는 니나 나스타샤의 목소리. 시간을 엮어가는 건 음악이라고, 음악을 따라 시간이 흘러. 그 시간들 속에서 기억하고 있는 몇 사람들. 루인은 어떻게 기억될까. 기억은 될까. 그 한 켠 어딘가에 희미하게 남아 있을까. 남겨질까. 사라짐과 동시에 지워지길 바라지만, 그래도 가끔은 기억되고 싶어.

음악들:Kevin Devine + Cat Power + Jolie Holland + Nina Nastasia

요즘 신나고 행복한 음악들을 많이많이 만나서, 오랜 만에 설레고 두근거리고 있다.

01
우선 키드님이 보내 준 음악들은 이미 J씨의 다방에도 올렸고. 🙂

도넛자세님은 Kevin Devine이라는 멋진 음악을 보내 주었다. 도넛자세님 블로그에 가면 음악을 확인할 수 있는데, 루인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곡들이었다. 그런데 다른 앨범도 만날 수 있다니! (현재로선 한국에 수입되어 있지 않은 상황.) 조만간에 올릴 예정! 흐흐.

02
어제는 멋진 CD도 몇 장!

기대도 하지 않았던 Cat Power의 [Dear Sir]를 구했다. 향에서 개인주문으로 구했는데, 처음엔 그냥, 설마 개인주문이 가능할까 하는 심정이었다. 10년도 더 전에 나온 앨범이라 아직까지 판매할 거란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 그런데 정말 구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의 기쁨이란! [Dear Sir]는 공식적으로 캣 파워의 첫 앨범. 마타도어로 옮기기 전에 발매한 두 장의 앨범 중 한 장이기도 하고, 루인으로선 마타도어에서 발매한 음악보다는 그 전에 발매한 앨범들([Dear Sir]와 [Myra Lee]의 스타일)을 더 좋아하기에 무척 즐겁다. 아, 그렇다고 이후의 음악들이 안 좋다는 건 아니고. 흐흐. 사실, 이렇게 CD를 살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는 중이기도 하다. (조만간에 올리겠죠? 흐흐)
기존에 올린 음악을 들으려면 여기로

또 다른 CD는 Jolie Holland의 앨범들! 우연히 받은 음원에 푹 빠져선, 결국 개인주문으로 석 장을 모두 구매했다. 재밌는 건, 첫 번째 앨범인 [Catalpa]는 공식적으로 녹음한 앨범이 아니라 팬들 사이에서 부틀렉으로만 떠돌던 음원을 레이블에서 발매했단다. 그래서 두 번째 앨범인 [Escondida]가 스튜디오에서의 첫 레코딩 앨범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은 뭔가 소소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 어떤 재미를 준다. 첫 앨범을 듣고 있으면, 노래하는 중간에 기침 소리도 나오고 목소리를 빼면 악기 연주는 선명하지 않지만, 아무렴 어때. 🙂
기존에 올린 음악을 들으려면 여기로

03
그리고 오늘 아침, 올해의 앨범을 만났다. 2007년에 발매한 앨범 중에서 올해의 앨범을 선정한다면 이 앨범이 될 건 뻔하고, 올해 처음 만난 앨범 중에서 선정한다고 해도 이 앨범이 될 건 뻔하다. 이견이란 있을 수가 없다(루인의 자가 분열 중 -_-;; ).

이 앨범은 바로 Nina Nastasia의 신보 [You Follow Me]. 자세한 정보는 여기로. 발매일은 2007.05.28. 그러니까, 아직 앨범이 나온 상태는 아니다;;; 그래도 루인에게 올해의 앨범일 수 있는 건, 니나 나스타샤이기 때문. (뮤즈나 캣 파워의 신보가 올해 나올 가능성이 없거나 적다는 가정 하에 경쟁 상대도 없달까… 흐흐. 사실 아직 음원도 들은 적 없는 모 가수에게 상당한 기대를 품고 있긴 하다.)

이번에도 Steve Albini가 레코딩을 담당했고, 기존의 밴드 동료들이 참가했다지만, 대충 설명을 읽어보면 뭔가 색다르고 흥미로운 결과물일 것만 같은 기대. 미리 듣기를 통해 들어본 곡들 역시 매우 만족스럽다. 곡의 2분 정도만 들을 수 있는데, 아아, 이렇게 좋을 수가. “Late Night”은 지금까지의 나스타샤로선 상상도 못한 곡이지만, 아주, 아주 멋지다!

설마 올해 나스타샤의 신보가 나올까 했는데, 너무 즐겁다. 아흥, 두근두근.

+추가: 팬페이지

개입과 간섭 사이, 계정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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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과 간섭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개입과 간섭의 경계는 종종 너무도 모호하고 사람마다 느끼는 방식이 너무도 달라, 나는 개입하는데 상대방은 간섭하는 거라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갈등 속에서 몇 가지 일들을 망설이고 있다.

02
어젠 비가 참 많이도 왔다. 메일을 쓸까 했다. 글쓰느라 고심 하고 있을 친구에게.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보내지 않았다. 오늘은 맑으니까, 이런 맑음이 친구에게 힘을 주길. ㅌㄹㅌㄹㅂㅈ.

03
지렁이의 “무지증오”카페 건으로 곧장 개입하다가, 잠깐 거리를 둬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속도 조절과 거리 두기는 루인에게 필수인데, 이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방식을 좀 바꿔야겠다는 판단. 어떤 형식의 언어를 사용해도, 읽는 사람은 자신의 맥락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란 걸 유의할 것. 그렇다면 어떻게 개입할 수 있을까? 이 일을 어떤 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늘어나는 댓글과 무수한 검색어 속에서 고민만 쌓인다.

04
며칠 전부터 계정 마감 기간이 다 되었다는 메일이 오기 시작했고, 어젠 문자가 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이고 있다. 연장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연장해야겠지, 싶기도 하다. 굳이 계정을 사지 않아도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연장하려는 이유는 뭘까, 싶기도 하다.

21일이 마감이고, 이후 2달간 연장신청이 없으면 모든 자료를 없앤단다. 1년 치라고 해봐야 그렇게 많은 금액이 아님에도 망설이는 이유가 뭘까? 옮길 곳도 많은데, 굳이 왜? 지금까지 이어온 인연 때문에? 하지만 굳이 옮기지 않아도 상관없잖아. 그냥 그렇게 사라지는 느낌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하지만…. 며칠 안 남은 시간, 고민을 좀 해야겠다. 계정을 연장할 것인지 그냥 그렇게 끝낼 것인지.

(아, 다른 계정을 말하는 거예요. ;;; [Run To 루인]이야 내년 치까지 계정을 사둔 상황인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