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이 바국 대국을 하고 있고 알파고가 오늘까지 2승을 해서 더욱 화제다. 인공지능이 세계를 정복하는 상상을 하며 걱정하는 반응도 있고, 어떻게든 ‘인간’이 이기길 응원하는 반응도 많다. 알파고 혹은 인공지능의 능력은 정말 흥미로운 지점인데 많은 질문거리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누가 인간인가? 알파고 혹은 기계-컴퓨터와 이세돌 혹은 인간의 대결로 구조화하지만 사실 알파고 역시 인간이 조직한 산물이다. 그럼에도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인간을 어떤 식으로 상상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미 무수히 많은 인간이 몸에 기계를 부착하고 있음에도. 심장병 수술을 받고 기계를 몸에 이식하기도 하고,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공급을 위해 기계를 몸의 일부로 부착하기도 한다. 혹은 익숙하게도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기계와 거의 일체가 되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기계와 인간의 대결이란 구도는 2010년대에 누가 인간이고 여전히 어떤 몸을 인간으로 가정하고 싶어하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수십 년 전과 별 차이 없이 여전히 어떤 자연스러운 몸의 인간을 가정하는 태도는 어쩐지 씁쓸하다.
이런 식으로 인간의 몸을 가정하는 태도는 언제나 트랜스젠더퀴어에게, 인터섹스에게, 장애인에게 부정적 여건을 조성한다. 알파고가 실제 인간이냐 기계냐 혹은 다른 어떤 존재냐의 문제가 아니라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인식하는 방법은 장애-퀴어 정치 맥락에서, 트랜스젠더퀴어 정치 맥락에서 결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태도다. 아니 때로 위험할 수도 있다.
나는 알파고의 등장, 바둑에서 승리가 새로운 몸의 등장으로 상상할 수 없을까란 고민을 하고 있다. 알파고 자체가 퀴어 정치와 이론에서, 특히나 트랜스젠더퀴어 정치/이론 맥락에서 어떻게 사유할 수 있을까와는 별개로 새로운 사이보그 주체가 등장하는 순간으로 이해할 순 없을까 싶다. 물론 아직 ‘자아’라고 가정하는 것을 가지진 않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무튼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몸이 등장하는 사건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직 뭐라고 더 잘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천천히 더 고민하면 되겠지, 바쁜 일은 아니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