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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인의 손금을 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놀라는데 생명선이 징허게 길기 때문이다. 루인이야 맨 날 보는 손금이니 길다고 못 느끼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정말 길긴 길다. 물론 150살 까지 살 거란 말은 농담이지만 정말 이렇게 살지도 모를 일이다. (헉;;) 하지만, 종종 루인의 손금이 이렇게 긴 건, 루인의 시간을 경험하는 방식과 관련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하곤 한다.
어느 날 저녁, 그날 아침의 일을 떠올리려 하면, 아득한 옛날 일 같고, 몇 시간 전의 일도 아주 오래 전에 겪은 일처럼 느끼곤 한다. 그래서 일주일을 살면서도 그 주에 겪은 일들이 언젯적 이야기인지 긴가민가하다. 그것이 딱히 어느 정도의 시간이라고 느끼는 건 아니어서 하루를 일주일의 시간을 견디듯 산다는 식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저 까마득한 옛날 같다. 그런데 그 일이 그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거나 일주일 전에 있었던, 그래서 단지 7일이 지났을 뿐임을 깨달으면, 화들짝 놀란다. 그렇기에 한 시간 전의 일도 아득하다. 그래서 손금이 긴 걸까? 이 정도는 길어야 소위 말하는 평균 수명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일까. 지금 충분히 긴 시간을 살고 있다는 의미일까?
아무려나, 정말로 오래 산다면, 나중에 꼭 수학을 다시 배울 거다. 학부과정부터 시작해서 대학원과정까지. 물론 등록금을 낼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된다는 가정 하에서 가능한 말이지만. 20년 정도 지난 시절엔 한 학기 등록금이 2,000만원이라고 해도 별로 놀랍진 않은데, 그런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경제력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려나 나중에 꼭 다시 수학을 배우고 싶다는 건, 일종의 자기 약속이다. 몇 안 되는 미래 계획 중 하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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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이곳에 아무런 얘기도 없이 비우고 싶은 충동에 빠지곤 한다. 자주는 아니어도 돌연 이런 충동에 시달리는데 이런 충동은 단순히 [Run To 루인]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그 시기엔 다른 모든 관계에서 사라지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그런 적이 없다(고 기억한다 혹은 우긴다).
그래서 일 년에 두 번, 설과 추석에 부산 가는 날이면 부산에 간다는 말없이 내려갔다가 오고 싶기도 하다. 말없이 사라지고 싶음. 그 매혹. 그래서 아무런 말없이 며칠 자리를 비우고 싶지만, 어김없이 “부산가요, 그래서 며칠 동안 글을 못 써요”라는 요지의 글을 남긴다. 일종의 자기 약속인 셈이다.
포털사이트로 검색할 때면, 주로 블로그에서 생산한 정보를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여러 블로그의 내용을 비교하는 건 필수. 그러며 어떤 블로거가 쓴 글이 유용하겠다 싶어 클릭했는데, 사이트가 없어 졌거나 비공개로 바뀌어 있는 경우를 심심찮게 접한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트랙백이나 링크를 따라가다 보면 없어진 사이트가 꽤나 많다는 불평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한 다짐이기도 하다. 끝까지 남기는 것, 사라지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그것이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할 수 있는 소박한 약속이기도 하단 걸. 꽤나 불성실한 루인이지만, 이곳을 찾아 주는 분들에게 루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단 걸. (근데 왠지 지금 이런 내용의 글을 예전에도 한 번 쓴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_-;;; 써야지 하고 안 쓴 글이 많아서 긴가민가한 걸 수도 있고, 정말 썼는데 안 쓴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
그나저나 지금 쓰고 있는 글까지 포함해서 731개의 글을 공개 중에 있고, 요즘 들어선 글을 공개하고 한 두 시간만 지나면, 네이×나 다×에 뜬다(올블로그에 링크했기 때문이다). 검색로봇을 차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700개 이상의 글을 썼으면서 검색로봇에 노출되지 않길 바랄 순 없다. 하지만 일 년 전, 혹은 [Run To 루인]을 시작하며 쓴 글이 검색 상단에 노출되면 당황스럽다. ‘아, 저 글을 비판한 다른 글을 썼는데 저 글이 노출될 건 뭐람’이라고 중얼거리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노출된 글을 비공개로 바꾸지는 않는다. 어차피 그 시절의 느낌들을 쓴 글인데, 굳이 지금에 와서 비공개로 바꿀 이유는 없으니까. 그 시절의 글이 부끄럽지 않다면 그게 더 부끄러운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