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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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울음에 체해 짜부라질 것만 같은 하루였다면, 오늘 하루는 어떤 일도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요.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익숙하거나 적어도 낯설지 않기에 견딜 수 있을 뿐이라 해도.

기대나 막연한 희망이 하루를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대나 희망을 버리는 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그것이 막연한 기대나 바람이었음을 깨닫는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그러면서도 놓지 않고 있는 유일한 희망은, 결국 시간이죠. 결국은 시간이 흐른다는 거, 이 순간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란 거. 이것만을 놓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오늘 하루는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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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단체는 어찌나 회의를 좋아하는지 내일 아침 8시 30분에 모이기로 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오늘 저녁에 회의를 했어야 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내일 아침에 하기로 한 것. 그래도 새벽 1시에 모여서 회의를 한 경험에 비추면 양호한 편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도 변했다. 몇 달 사이에 이렇게 변하는 구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열심히 모이던 사람들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한다. 얼추 6개월이 흘렀구나. 6개월 뒤엔 어떤 모습일까? 아니, 초동모임이 아닌 발족준비위로 모임을 시작한 8월, 그리하여 발족준비위 모임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난 8월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겨져 있을까?

천천히 오래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상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어떤 결과(인 과정)를 맞이한다고 해도 괜찮다. 그 어떤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그 과정은 그 상황에서의 최선일 테니까.

몸 따라 변하는 기억의 흔적

※의외로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음.
영화 [스파이더 릴리]에, 샤오뤼(?, 였는지 다른 한 명이었는지는 긴가민가)는 다케코에게 문신을 하러 가며, 살이 찌거나 해서 몸이 변하면 문신도 변하겠지, 라는 말을 한다. 질문 같지만 질문이 아닌 일종의 혼자말로. 현실로, 실재인 것으로 남아 있겠지 하는 흔적도 세월 속에선 변하기 마련이다.

샤오륑(?, 이름이 긴가민가 하니 때때로 바꿔가며 부른다는 -_-;;;)은 다케코에게서 문신을 하는 도중 다케코와 헤어지면서, 기억은 환상이어도 문신은 현실(혹은 실재)이라고 중얼거린다. 몸에 분명하게 남아 있다고 믿는 흔적. 샤오륑은 백일몽과 깨어 있는 상태를 헷갈리고 다케코의 동생이 아니라 다케코 자신, 혹은 샤오뤼 자신이 해리성 기억상실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세월이 지나 몸의 형태가 변하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문신도 변하기 마련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샤오륀은, 문신 만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한다. 변하는 기억 속에서도 그 흔적이 있다는 사실 만은 붙잡고 싶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가능성 끝!

종일 울음에 체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주기로 오긴 해도, 어쨌거나 낯선 감정 상태는 아니지만, 언제나 어찌할 수 없는 상태다.

주저리

01
다이어리 사용과는 별도로 핸드폰에 있는 스케줄 기능을 사용하는 편이다. 알람용으로도 괜찮기 때문에 핸드폰 없는 생활은 루인에게 상상하기 힘들 정도. 그렇다고 핸드폰이 전화 등의 연락을 위한 용도냐면 그렇지는 않다. 왠걸, 주변 사람들에게 루인은 핸드폰을 잘 안 받는 사람으로 각인 되어 있다. 하지만 이건 루인이 스스로 자처한 건데, 핸드폰 번호를 주고 받을 때면, 항상, 루인은 전화를 잘 안 받는 편이라고, 고의로 안 받는 건 아니지만, 받을 확률은 절반 정도라고 얘기하는 편이다.

아무튼, 스케줄관리 항목엔 한 달이 지나도록 지우지 않고 두고 있는 내용이 있다.
2007.03.07.수요일 16:55 뮤즈공연!!!
16시 55분이면 공연장으로 출발하기 위한 알람시간. 아직도 이 일정을 지우지 않고 있다. 이 흔적을 지우면 더 이상 버틸 무언가를 잃을 것만 같아서.

02
그러고보면 핸드폰으로 연락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다. 딱히 핸드폰을 안 받는 편도 아니고 핸드폰이 몸의 일부라고 말할 정도로 항상 챙겨 다니지만, 부재중 전화가 꽤나 많다. 핸드폰은 연락 수단이 아니라 스케줄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인 셈이다. 전화를 통한 연락은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하단 느낌을 많이 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신 메일을 통해 연락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루인이 먼저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03
참 오랜 만에 딸기를 샀다. 두 근. 현재 먹고 있는데 맛있다. 다만, 씻지 않고 먹고 있다 -_-;; 귀찮아서. 케케. 농담이고(정말?), 씻는다고 해서 농약이 씻겨 나갈 것 같지도 않고 그저 먼지를 털어 내는 수준일 텐데, 씻으면 수도물을 보태는 격이니, 그게 그거 아닐까 싶어 씻지 않고 먹는 중. 근데 정말 괜찮을까?

04
오늘 음료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