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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울음에 체해 짜부라질 것만 같은 하루였다면, 오늘 하루는 어떤 일도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어요.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익숙하거나 적어도 낯설지 않기에 견딜 수 있을 뿐이라 해도.
기대나 막연한 희망이 하루를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대나 희망을 버리는 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그것이 막연한 기대나 바람이었음을 깨닫는 힘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그러면서도 놓지 않고 있는 유일한 희망은, 결국 시간이죠. 결국은 시간이 흐른다는 거, 이 순간이 영원하지는 않을 거란 거. 이것만을 놓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오늘 하루는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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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단체는 어찌나 회의를 좋아하는지 내일 아침 8시 30분에 모이기로 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오늘 저녁에 회의를 했어야 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내일 아침에 하기로 한 것. 그래도 새벽 1시에 모여서 회의를 한 경험에 비추면 양호한 편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도 변했다. 몇 달 사이에 이렇게 변하는 구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열심히 모이던 사람들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한다. 얼추 6개월이 흘렀구나. 6개월 뒤엔 어떤 모습일까? 아니, 초동모임이 아닌 발족준비위로 모임을 시작한 8월, 그리하여 발족준비위 모임을 시작한지 1년이 지난 8월에는 어떤 모습으로 남겨져 있을까?
천천히 오래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상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어떤 결과(인 과정)를 맞이한다고 해도 괜찮다. 그 어떤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그 과정은 그 상황에서의 최선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