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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한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고 돌아오던 지하철에서, 같이 갔던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활동가에게서 엽서를 선물 받았다. 마침 일행이 네 명이었고 그는 네 장의 엽서를 꺼내며 나눠 갖자고 했다. 루인은 망설임 없이 귀여운 아기 고양이가 나무에 올라가 있는 사진의 엽서를 골랐다. 고양이도 좋았고 나무도 좋았기에.
그 엽서는 그 활동가의 일본인 친구가 보내 준 것이었다고 했고, 그래서 일본어로 무슨 말이 적혀 있었다. 정확히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무리해서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하지 말라”였던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일 년 운세가 적힌 종이를 고른 기분이었다.
운세의 내용이 나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말 나쁘다는 건지, 어떤 좋은 상황을 전제한 나쁨이란 건지, 그렇기에 “나쁘다”는 상황이 평상시의 상황이라면 나쁨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건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선 나쁠 수도 있지만 나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건지, 점을 해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쁘다는 거지 그 점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오히려 좋은 것일 수도 있다는 건지, 그러니 알고 보면 그 점을 듣는 사람에겐 상당히 좋은 내용인데 해석한 사람이 나쁘다고 해석한 것인지…. 이 모두일 수도 있고 어느 것도 아닐 수도 있다.
어쨌거나 “나쁘긴 나쁜데” 그것을 일상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면 나쁘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지금은 그런 시기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나가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엽서의 내용이 떠오른 건 이 지점에서 이다.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2월 달의 운세는 나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욕심이 언제나 뒷수습하느라 바쁜 루인을 만들 뿐, 만약 루인이 이번 달에 아무런 욕심도 안 내고 아무 일도 안 하고 적당히 빈둥거리면서 지내겠다고 다짐한다면, 이번 달 운세는 나쁜 것이 아니라 상당히 좋은 것일 수도 있다. 무리하게 높이 올라가지 않고 적당히 현상 유지만 하는 선에서(다만 이 “현상유지”의 기준이 제멋대로라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지내겠다고 다짐 한다면, 그렇게 계획을 세운다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시간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일테면 현재 루인은 두 개의 세미나와 현재 청탁 받은 글을 포함해서 쓰려고 계획 중인 글이 다섯 편이고 읽겠다고 욕심내고 있는 논문과 책이 쌓여 있는데, 여기서 책에 대한 욕심만 비워도 생활은 달라질 수가 있다. 어쨌든 글은 써야 하니까, 글 쓸 시간을 위해 책이나 논문을 조금 포기하고, 세미나는 무리해서 준비하지 말고, 가끔 아무 것도 안 하고 지나가는 시간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꽤나 괜찮은 한 달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모습으로 인해, 루인에게 일정 정도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실망도 감당할 준비를 한다면, 다 괜찮은 걸.
혹은 저 운세라는 것이, 사실은 정말 저렇게 될 운세는 아니고 저 운세 내용에 신경 쓰다 보니까 운세가 말하는 내용처럼 된다는 의미였다면, 악착같이 부딪히면 될 일이다. 그러다 다치면, 또 다치는 대로 지내면 그만이다. 다치는 것이 두려우면 상처 받고 주는 일이 두려우면 아무 것도 못 하지 않나. (이 말을 하고 좀 찔린다;;)
… 이래저래 신경이 많이 쓰이나 보다. 2월 한 달은 누구도 만나지 않고 지내고 싶은 바람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니,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고 몇몇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루인은 어쨌거나 현재 상황에서, 루인이 바라는 욕심과 현재 다가올 상황이 겹치는 공간에서 지내고 싶으니까. 그러니, 혹시나 이번 달 루인을 만날 일이 있는 분들은 혹시나 루인의 잔혹한 언어들(새삼?)에도 그러려니 여겨 주세요. 아니면 가급적 약속을 설 이후로 잡아 주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