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다: 뮤즈!

하루에도 몇 번씩 좋아서 소리를 지르곤 한다.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또 들으며, 행여나 무슨 곡인지 기억이 안 나는 일이 없도록 애쓰고 있고.

신나게 놀거야.
마치 이 날을 기다린 것처럼, 이 날을 위해 살아온 것처럼 느끼고 있어.

#
그나저나 스탠딩이면 어쨌거나 입장 순서대로 들어갈 수 있는 건가요? 아님 결국 스탠딩 입장순서표처럼 입장해야 하는 건가요?

책이 나오긴 나오려나

작년 말부터, 아니 작년 가을부터 책 나온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말이 쏘옥 들어갔다. 책을 기획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바쁘고 그러다보니 책을 위한 글쓰기를 비롯해서 여러 작업의 진행 속도가 더뎠다. 그러다 최근 다시 모임을 가졌고, 책에 들어갈 글 몇 편의 초고들이 편집장에게 넘겨졌다. 기획팀은 서울여성영화제 때 책을 출판하고 싶어 하지만 편집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했다. 그러며 대신 그 시기에 홍보 팜플렛을 뿌리자는 제안을 해왔다.

그 책엔 두 편의 글을 실기로 했다. “번호이동 혹은 성전환”과 “정체성 명명과 경계지대”

“번호이동 혹은 성전환”은 한국이라는 국민국가에서 주민등록제도의 의미를 질문하는 글이다. 주민등록제도 당시에 왜 하고 많은 방식 중에서 성별이분법을 핵심적인 기준의 하나로 설정했는지와 같은 질문의 대답은 후속작업으로 돌렸지만-_-;; 트랜스젠더에게 신분증이라는 것이 신분을 증명하는 제도가 아니라, 신분을 배신하거나 부인하는 제도라는 것을 말하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변경이 단순하게 기존의 국가체제에 편입하는 것으로 말할 수 없음을 얘기를 하고 있다. 당연히 아직도 글은 미숙하다. 다른 사람들은 그 정도면 괜찮다고 하지만, 이 말의 의미는 그 정도면 무난하지 않겠느냐, 기획 의도는 살리고 있지 않으냐란 의미이지 잘 썼다는 의미는 아님을 알고 있다.

“정체성 명명과 경계지대”는 게이, 크로스드레서 그리고 mtf 트랜스젠더 사이의 긴장 관계를 다루려는 목적으로 시작한 글이다. (책에는 부치와 ftm/트랜스남성 사이의 긴장을 다루는 글도 있을 예정이다.) 하지만 인터뷰와 루인의 경험을 재해석하면서 긴장관계가 있다 없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얘기하고 있다. 정체성을 명명한다는 것이 사실은 어떤 규범적인 틀을 만들고 그리하여 게이는 이러이러하고 크로스드레서는 이러이러하고… 라는 식의 획일적인 모습을 만드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 동시에 게이나 크로스드레서였던 mtf 트랜스젠더의 경험이나, 게이 트랜스젠더 혹은 레즈비언 트랜스젠더는 존재할 수 없는 부재로 만들어 버림을 말하고 있다. 물론 이런 논의는 조금도 새롭지 않지만(Jacob Hale을 비롯해서 몇몇 관련 논의들이 쉽게 떠오를 수도 있다) 새롭거나 재밌게 여기는 맥락이 루인의 주변엔 동시에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루인의 이런 설명이 자칫 “이성애” 트랜스젠더보다는 퀴어 트랜스젠더를 더욱더 선호하는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있다. 1998년도에 나온 루빈(Henry Rubin)이나 2000년에 나온 나마스테(Vivian Namaste)와 같은 몇몇 트랜스섹슈얼/트랜스젠더들은 트랜스젠더 이론이 퀴어 이론이 수용할 수 있거나 선호하는 방식으로 발달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에서도 별로 다르지 않은데, 기묘하게도, 트랜스젠더 이론을 다루는 책 한 권 발간되지 않았고 관련 논의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임에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퀴어라는 어떤 범주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트랜스젠더를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원하건 원하지 않건 트랜스젠더를 끊임없이 젠더 이분법에 문제제기하는 존재로 여기고 싶어 하고. [따로 쓸 내용이지만, 트랜스젠더는 젠더를 초월한다는 말이나 젠더를 강화한다는 말이나 사실은 같은 내용이다.] 사실, 루인 역시 퀴어와 트랜스젠더가 겹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고(이런 식의 설명은 퀴어와 트랜스젠더는 어쨌든 따로 구분해서 존재한다는 걸 전제한다는 점에서 모순어법이지만, 이는 루인은 언제나, 기존의 언어체계에서 모순어법을 통해서만 설명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전히 모든 트랜스젠더는 “이성애자”라는 식의 인식이 팽배하기에, 이 글의 내용을 끊임없이 주장할 필요가 있지만, 동시에 이런 분위기들 때문에 마냥 편하지는 않다.

다른 한편 이 책에 실릴 글의 저자들을 따졌을 때, 이른바 “당사자”라고 불리는 사람은 7명 중 두 명이다. 이런 구분이 상당히 코미디처럼 작동하고 있다. “정체성 명명과 경계지대”라는 글의 초고를 처음 가져가서 들었던 논평 중엔 “루인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란 내용도 있었다. 이 말은 의도하건 하지 않건 루인이 트랜스임을 상기한다. 물론 루인의 글을 읽다보면 루인이 트랜스임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긴 하다. 경험해석에서 출발하는 걸 좋아하는 루인은, “○○○”라는 글에서 어떤 경험을 해석했다면, 얼마 뒤에 쓴 “☆☆☆”라는 글에선 같은 경험을 다른 식으로 해석하는 편이다. 이렇게 경험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너무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일테면, 루인이 낯선 사람과의 자리에서 조용한 것은 어쨌거나 “남성”으로 자랐기에 “과묵”한 것일까, “여성”이기에 “차분”하고 “다소곳”한(웩!) 것일까?] 젠더를 둘러싼 해석 역시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당사자”라는 건, 종종 비판을 불가능하게 하는 아주 불편한 것이기도 하다. (“당사자”라는 식의 표현 자체가 코미디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지점이 문제이다. 기획팀이 이런 문제에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이런 지점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없다. 다른 한 편으론 루인 역시 이런 지점을 이용하는 측면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아무튼, 어쨌거나 책이 나오기는 나오려나 보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이는 바라지 않고 나오기 직전까지 충분히 퇴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출판 직후에 쓰는 새 글은, 책에 실은 글을 비판하는 그런 글이면 좋겠다.

글 기고…

내일 마감인 글을 퇴고하다가, 문득 소리 질렀다. “왜, 고료도 없는 글만 쓰고 있는 거야~!!” 근 한 달 사이에 세 편의 청탁글을 썼고, 그 중에 한 편을 제외한 두 편은 고료가 없다. 아니, 내일이 마감인 글은 고료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른다-_-;; 관련해서 들은 적이 없기 때문에 없겠거니 하고 있다. 운동단체에서 운영하는 웹진에 기고하는 글인데 고료가 있을리 만무하다고 지레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슬픈 건, 고료가 있는 글보다 고료가 없는 글에 더 많은 신경을 쏟았다는 거, 고료를 주는 글은 사실, 글을 썼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라는 거다.

가장 빨리 쓴 글은, 편집장과 약간의 갈등도 겪었다. 글을 기고하며 신랄한 논평을 바란다고 했는데, 편집장이 자신의 정치색으로 루인의 글을 바꿔서 그것에 문제제기 하고 그런 과정에서 (편집장의 요구에 따라) 글이 좀더 길어지기도 했다. [일테면 mtf라고 썼는데 MTF로, 트랜스젠더라고 썼는데 성전환자로 바꿨다거나 루인이 쓰지 않는 “우리”라는 용어를 덧붙이거나 했다. 이런 지점들에 문제제기 했고, 그러다가 용어를 둘러싼 논쟁을 간략하게-즉, 말도 안 되게- 소개하는 글을 덧붙이기로 했었다.] 그런데 글을 웹진에 올리는 과정에서 편집장이 제목을 바꿨는데, 그 제목을 이루는 언어들이 루인이 별로 안 좋아하는 언어라서 원래 제목으로 고쳐줄 것을 요구했고, 결국 루인이 사용한 제목으로 바뀌었다. 한 편으론 미안하기도 했다. 별로 대다한 글도 아니면서 깐깐하게 자꾸만 요구하는 것만 같아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보할 수도 없었다. 루인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두 번째 글이자, 유일하게 고료를 받는 글은 정말이지, 최악이다 싶을 정도로 엉망이다. 그래서 원고를 보내고 연락도 안 하고 있다. 청탁한 사람이 루인과 아는 사람이라 더더욱 미안하달까. 작년부터 시작한 “성전환자 성별 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한 글인데, 입법운동과 법안 폐지 운동 사이, 그리고 이런 식의 운동들이 여전히 법이라는 기준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말하는 글인데, 어설프고 부끄럽다. 이 글이야 말로 고료를 안 받고 싶은 글이다. ㅠ_ㅠ

내일 오전 중에 보내야 하는 글은, “스팸의 정치경제학”. 작년에 [Run To 루인]에 쓴 글을 토대로 했다. 그 글을 쓰고 나서, [Run To 루인]을 모르는 사람도 읽을 수 있는 그런 형태로 수정하고픈 바람을 품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객원 필진으로 두 달에 한 번 혹은 6개월에 두 번 글을 쓰기로 했고, 그 첫 번째 글로, 이 글을 썼다. 지렁이 블로그에 공개할 예정.

아… 떠올리기 싫었던 두 번째 글이 떠오른다. 으으으. 정말 싫어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