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란 섬뜩한 구호

내일 [불온한 당신]을 볼 예정이라 그 내용을 떠올리다 문득 몇 장면이 떠올랐다. 그 장면은 공통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대한민국”이란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다. LGBT/퀴어를 적대하거나 반대하는 집단이 퀴어 관련 행사를 방해하면서 시위를 할 때 그들은 반복해서 “대한민국”이란 구호를 외친다. 이 구호는 2002년 월드컵 응원전에서 나온 바로 그 구호기도 하다. 그래, 이 두 구호는 시기와 맥락이 다르지만 참 닮았고 서로 잘 어울린다. 사실 같은 내용을 지시한다. 대한민국이런 전체주의, 단일 이상(ideal), 그리고 한국인이란 망상의 정체성 말이다. 정말이지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싶다.

맛난 비건빵은 비건전문빵집의 빵이 아니다.

몇 번 쓴 것 같지만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빵은 비건전문빵집에서 파는 빵이 아니라 발효빵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파는 빵입니다. 정말로요. 비건빵 전문점에서 빵을 많이 사먹어봤지만 달리 선택지가 없어서 사먹었지 맛이 엄청 좋았던 건 아니었다. 물론 이태원의 플랜트처럼 뭐든 다 맛난 곳도 있지만. 🙂
조용필 콘서트에 갈 때 중간에 빵을 사먹었는데 그때 빵이 유난히 맛났다. 다시 생각하는 맛이었고 그래서 어렵게 빵집 이름을 찾아냈고 내가 큰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곳에 분점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그곳 빵을 사먹었는데 역시 내 입에 맞다. 맛있다. 비건빵 전문점은 아니고 발효빵을 파는 곳이었다.
사실 비건음식점이 자주 혹은 빈번하게 문을 닫고 있어서 의무처럼 비건음식점에서 사먹어야 할까란 고민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의 주요 활동반경에 비건식당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잘 안 가는데 가끔 가도 맛이 별로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이제는 문을 닫은 러빙헛 신촌점처럼. 한두 메뉴는 나의 입맛에 맞았지만 기본적으로 맛이 무난하거나 평이하거나 그냥 먹을만하거나 그런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비건카페에서 맛나다고 말하는 비건식당 평가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일까 싶을 때도 많다. 비건식당이 더 많아지길 바라지만 가격은 비싸고 맛은 별로인 곳이 가볼 곳으로 추천받는 건 좀 아니다 싶으니까.
마찬가지로 빵도 그러한데 비건이 먹을 수 있는 빵은 비건전문빵집 빵이 아니다. 가격은 확실히 비싸고 맛은 무난할 때가 많다. 그냥 발효빵을 파는 집에서 사먹는 게 훨씬 맛나다. 뭔가 슬프지만, 어째서인지 뭔가 슬프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다. 더 많은 비건음식 전문점이 생기길 바라지만 잘 모르겠다 싶을 때가 많다.

고등학생 대상 강의를 했는데.. 글에 이어서

지난 금요일에 했던 강좌를 고등학생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다고 했다. 그들이 만든 홍보문건이 있는데 이것 역시 매우 재기발랄했다.

행사를 알리는 홍보문은 아래와 같았다.

기존의 질서를 뒤집는 내용이라며 ‘전복’이란 단어를 채택했는데, 배경엔 어패류 전복 그림이 나와 있다.
그리고 행사를 기획한 모임 소개 홍보문.

성인사이트라니! 性insight를 이렇게 재기발랄하게 사용하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좌를 진행하며 자신들의 모임을 소개할 땐 ‘성인사이트(adult site)’로 발음하더라. 완전 노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