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뜬 몸과 즐거운 몸으로 모인 사람들의 모임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건 슬퍼. 그 사라짐이 어떤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결과거나 이제 끝이라는 말과 행동의 결과라면 떠올리는 느낌이 달랐겠지. 하지만 그 모임은 그냥 공중에 붕 떠서는 흔적 없이 사라졌어. 끝났다는 얘기도 없지만 남아 있지도 않음.
이랑을 떠올릴 때마다, 몸 한 곳이 텅 비는 느낌과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느낌을 받아.
다시 시작할 순 없겠지만, 정말 다시 시작할 수 없는 걸까?
항상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식으로 단정하며, 이제는 스팸 밖에 찾지 않는 이랑 블로그에 들리곤 해. 하지만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건, 과거의 구성원들을 다시 모을 수 없기 때문이겠지. 꼭 과거의 구성원들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니지. 이랑이란 이름을 새로운 구성원들로 ‘새로’ 시작할 수도 있을 텐데.
…흔적 없이, 아니 맺음 없이 흩어지는 건, 그래서 슬퍼. 언제든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착각에 젖지만 이것이 착각임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