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쥬 노박의 겨울여행, 2006.12.01. 20:35. 아트레온 9관 11층 F-5
영화를 읽은 날짜는 12월 1일인데 이 글을 끄적이려고 애쓰는 날짜는 12월 4일이니, 정말 이 영화를 읽고 난 느낌을 쓰기가 힘들었다. 정리가 안 되었다고 할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달까.
반전 영화이겠거니 했는데, 반전 영화는 맞다. 사실, 영화 초반에 내용을 예상했고 그렇게 가겠거니 했는데, 정말 스토리가 그런 식으로 진행해서, 그렇구나, 하다가 결국 또 한 번의 반전에 놀랐다. 물론 [아이덴티티] 만큼의 반전은 아니고 그렇게 충격적일 법한 반전은 아니지만 뭔가 몸 아픈 반전으로 다가왔다.
작가가 주인공인 이 영화는, 글쓰기란 무엇인가, 글쓰기와 글 그리고 작가의 관계가 주요 주제이기도 하다. 단순히 반전 영화가 아니라 작가의 고민과 주제, 소재와의 윤리를 말하는데 그 윤리를 스릴러와 반전이란 장르로 풀고 있는 셈이다.
루인의 경우, 글을 쓸 때마다 누군가의 사례를 익명으로라도 인용하려고 하며 갈등을 느낀다. 이렇게 함부로 그 사람의 생애를 끌어다 써도 될까, 하는 갈등. 물론 다른 누군가의 글을 통해 접한 경험을 인용할 땐 이런 갈등이 좀 덜하지만 루인이 아는 사람의 경험을 인용할 땐, 그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가장 많이 하는 방법이 루인의 경험을 파먹는 것. 그래서 루인의 글쓰기는 에세이와 논문의 경계가 모호한 곳에 위치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필명(세르쥬 노박이 필명이다)을 통해 20년 가까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고, 그럼에도 상당히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이다. 그리고 그의 최대 성공작이자 가장 잘 쓴 작품으로 알려진 첫 번째 작품(작품 제목이 “겨울여행”)의 소재가 작가의 경험인지 친구의 경험인지와 같은 문제에서부터, 나중엔 친구의 글을 표절한 것인지 자신의 글인지와 같은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이 영화는 그 과정을 다루는 건 아니고 글을 쓴 이후 그 과정이 드러나면서 그 과정을 경험하며 드러나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아무튼, 그런대로 재미있는 작품이긴 하다. 지능적인 팜므파탈이 나오는 영화라고 하는데, 그렇다기보다는 복수와 사랑 사이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어둠의 경로로 구할 수 있으면 다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