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결혼식

핸드폰에 저장한 전화번호를 그룹별로 분류하는데, 친구란 항목에 두 명이 있다. 그 중 한 명이 오늘 결혼을 했다. 지난 5월 즈음,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벌써 6개월은 지났는데도 아직 실감이 안 나고 결혼식장에서도 기분이 묘했다. ps결혼을 제외하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할 결혼식이기 때문일까.

결혼식장에서 구경을 하며, 상품으로 기획된 관습에 따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나 해야 하는 관습적인 양식이 갖추어지고 그 틀에 따르고. 그냥 이런 느낌 속에서 친구의 결혼을 구경했다. 뭔가 싱숭생숭한 느낌이랄까. 그 친구의 다른 친구들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고, 그래서 혼자 참석한 결혼식이었기에 약간 어색하기도 했다.

그래도 친구와 동료들이 사진 찍는 시간까진 함께했다. 처음엔 친구 뒤에 섰는데 자리 잡는 직원에 의해 친구 옆에 섰다. 그러자 친구 왈, “왼쪽에 섰네.” 후후. 결혼식에서의 관습을 안다면 이 말이 어떤 의미를 띄는지 알 듯. 흐흐. 이렇게 놀기도 했던 사이였다.

밥 먹고 가라는 친구의 말이 있었지만 사진을 찍고 나선 그냥 돌아왔다. 식당에 가봐야 아는 사람 없는 것이 어색하고 친구가 루인만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혼자 있으면 계속 신경 쓸 것 같아서 그냥 와버렸다. 다른 장소, 다른 날 같으면 혼자라고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이 날의 이 장소는 좀 달랐기에 혼자서 식당에서 친구들과의 자리에서 기다리긴 싫었다.

돌아오는 길에 조금 슬펐다. 그냥 다시는 못 볼 인연처럼. 한땐 상당히 자주 만났고 친구가 취직을 하고 나선 드물게 만나다 최근 일 년에 한두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사이로 변했고, 이젠 결혼을 했으니 더욱더 만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느낌. 아니다. 이런 계산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거란 예감을 품었다. 물론 다시는 안 만날 사이가 아니고, 정말 다시는 만나는 일이 없을 리도 없지만 그럼에도 이런 예감이 들었다.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 운영위원 겸 학술정책팀장 루인입니다

2006년 11월 04일 저녁 5시부로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가 발족했습니다. 예상보다 많은 40~50여 분 정도가 참석하고 축하해주신 자리에서 발족했습니다.

루인이라고 합니다. 성전환자/트랜스젠더 단체인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의 운영위원이며 학술정책팀의 팀장이기도 합니다. 관련 정보를 주신다면 언제나 고맙습니다. 열심히 해야지요. 이제부터의 공부는 단순히 루인을 설명하기 위한 언어 모색이 아니라 단체의 작업이기도 합니다. 운동과 학문이 구분할 수 없는 찰나이기도 하네요..

발족을 준비하며 두 번 연기했습니다. 처음(09/23)엔 준비가 거의 안 된 상태에서 연기했고 두 번째(10/21)엔 좀 더 준비를 하자는 취지에서 연기했지요. 그리고 덕분에 발족과 동시에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의 첫 사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와 공동으로 셀 황을 초청해서 좌담회/강연회를 가진 것이 그것이죠.

루인보다는 다른 분들이 더 많이 고생하고 준비를 더 많이 하고 신경도 더 많이 썼지만, 그래도 조금은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이었어요. 아직은 실감이 안 나고, 조금은 가벼운 몸이기도 하지만 단체가 발족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요. 그리고 운영위원으로서, 연구활동가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 역시 사실이고요. 루인이 곧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의 학술정책팀장임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이런 지점은 끊임없이 유의해야 하기도 해요. 트랜스/젠더와 관련해서 글을 쓴다는 건, 한 편으론 루인의 개인적인 작업이지만 다른 한 편으론 단체와 연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아직은 루인이란 사람이 안 유명하기에, 성전환자인권연대 지렁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지만, 글쓰기 작업을 지속하고 단체 활동을 계속하다보면, 좀더 치밀하고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니까요.

참석해주신 여러 분들께 고마워요. 특히 메일로 알려드렸을 뿐인데 와 주신 운조선생님과 서로를 비난하는 관계인 C+. 다른 분들도 고맙지만, 두 분께는 각별한 고마움을.

이랑을 만들 때가 떠올라서 조금은 설렁한 몸으로 참여했어요. 오랜 시간 활동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니까요. 지속적이 운동을 고민합니다.

그리고 회원도 받습니다. 후후. 당사자 단체가 아니기에, 트랜스젠더가 아니어도 활동가로 참여할 수 있고, 회원으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조만간에 본격적으로 홍보를 할게요. 흐흐흐

거룩한 계보: 어린 시절 기억

[거룩한 계보] 2006.10.31.화요일. 아트레온. 5회 21:00. 5관 7층 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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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정확히 몇 학년인지는 떠오르지 않음.

시간은 저녁. 아마 6시에서 7시 정도. 늦으면 8시 즈음일 수도 있음. 당시 살던 곳 근처에 동네서점이 있었고 [우상의 눈물]을 사고선 어딘가로 가고 있던 기억. 길을 건넜을까, 갑자기 두 명의 10대-당시의 루인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 둘이 루인을 가로 막음. 무시하려고 했지만 길이 막히고 붙잡힘. 잠깐 어디 가서 얘기 좀 하자는 말을 함. 루인은 할 얘기가 없지만 이런 말 해봤자 통할 상황이 아니란 건 알 정도의 눈치는 있었음. 사람들이 루인의 상황을 봤지만 그냥 지나감. 그렇지, 뭐.

어딘가로 루인도 모르는 골목을 돌고 돌아 끌려 감. 한참을 돌고 돌아 어느 후미진 곳으로 감. 가방을 빼앗기고 뒤적거리던 그들은 상당한 금액의 돈을 발견. 아마 문제집 값이거나 다른 무슨 이유로 돈이 있었던 상황. 그들은 좋아하며 돈만 가지고 감.

다음 날 같은 길을 지나다 마주쳤고 인사를 하며 아는 척 함.

물론 루인의 이성애혈연가족들은 이와 관련한 사실을 전혀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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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저녁 혹은 밤이었음. 이번엔 네댓 명 혹은 대여섯 명. 갑자기 루인을 둘러싸더니 어느 건물의 지하실로 끌고 감. 불티나 같은 라이터의 경우 가스배출의 정도를 조절하면 불이 상당히 강하게 나오게 할 수 있는데, 그렇게 주변에서 위협함.

지하실로 내려갔는데, 갑자기, 사람 잘 못 봤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 보내줌. 돌아가는 길에 황당해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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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떠오른, 잊고 있던 흔적들. 몸 깊숙이 숨어 있었나 보다.

장진이란 감독 이름에 별 기대를 한 건 아니다. 단지 전작이 차승원이 나온 작품이고(차승원은 루인과 같은 별자리라서 좋아한다, 단지 그 이유에서일 뿐이다;;;) 그래서 그냥 읽어야지, 했다. 하지만 장르가 별로였고 그래서 재미가 없었다. 이렇게 싸우는 영화는 루인의 흥미를 못 끈다고 할까. 차라리(는 아니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읽을 걸 했다.

아무튼 영화를 읽고 玄牝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금 무서웠다. 조폭영화를 읽고 나온 길, 잊고 있던 몸의 흔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