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중단
채식을 중단할까보다. 더 이상 채식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싶다. 만고 귀찮아서. 그냥 대충 대충 사는 거지, 뭐. 그렇다고 식습관을 바꾸겠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까지 식습관을 바꾸는 건 더 귀찮은 일이다. 여전히 비건이라고 부를 법한 식습관은 유지할 것이다. 이걸 바꾸는 게 더 어렵겠지. 하지만 우발적으로 우유나 계란 든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엄청 신경 쓰는 것도 귀찮다. 비염약을 비롯한 약을 먹다보면 비건이 아닌 약을 먹을 때도 많다. 꼭 먹어야 하는 약이 아니라면 피할 수도 있지만 꼭 먹어야 하는 약인데 비건이 아니라면 먹지 않을 것인가? 아니. 그냥 먹을 것이다. 실제 지금 먹고 있는 약 중에서 비건인지 아닌지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종류도 있다. 한동안은 어떡하면 좋을까를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해봐야 해결이 안 된다. 방법이 없다. 그럼 나는 더 이상 비건이 아닌 것일까? 혹은 채식을 하는 것이 아닌걸까? 어떤 대답도 쉽지 않다. 비건이라면 요구하는 또 다른 사항도 귀찮다. 비건이라면 동물성 성분이 들어간 제품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제품이 이런 언설에 부합하지 않는다. 부합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이런 식의 기준이나 규범이 귀찮고 번거롭다. 그런 기준이 중요한 정치학임을 알지만 때론 더 복잡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기도 한다. 아무려나 만고 귀찮다. 그러니 더 이상 채식한다는 말을 하지 말까 보다. 채식하는 게 아니라고, 그냥 편식하는 거라고 말하고 다닐까 보다. 물론 편식한다는 말도 귀찮겠지. 설명하기에 따라선 채식이 더 편한 방법이겠지. 그럼에도 그냥 ‘나는 더이상 채식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다닐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