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료: 만화책과 제본

지난 9월 초에 한겨레21에 글을 썼었고 그래서 고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오후 늦게, 통장 잔액을 확인하다 좀 많다 싶어서 “최근거래내역”을 확인하니 고료가 들어와 있는 것이다. 우하하. 예상했던 금액보다도 조금 더 들어와 있어서 꿈에 부풀었다. ‘뭐할까, 옷을 살까? 책을 살까? CD? DVD?’ 뭐, 이런 즐거운 상상과 스티키핑거스에서 호두파이나 애플파이를 사먹을까, 하는 등등의 신나는 상상.

사실, 어제 아침은 유난히 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얼마 전의 악몽을 되풀이하는 건 아닌가하는 불안과 수업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정한 상태와 겹치고 몇 년 전의 “냉장고 상상”을 되풀이하고는 상태였다.

역시나 만성우울에 습관인지 좀 괜찮아 졌는데, 오호호, 예상 이상의 금액으로 들어온 고료!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 있다가, 불쑥 깨달았다. 제본! 지난 월요일에 6권의 영어책을 제본 맡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 찾으면 얼추 10만원은 나올 듯, 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모든 즐거운 상상은 산산조각 났다. 흐윽.

물론 제본이 우울한 상상은 아니다. 책을 사거나 CD를 사는 것만큼 제본해서 책을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그래서 과거의 일에 현재의 수입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현재의 수입으로 미래의 소비를 상상하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인데, 이렇게 쉽게 미래의 소비가 결정되다니! 흑흑.

꼭 이래서는 아니지만, 폐업하는 비디오 겸 만화 대여점에서 34권짜리 만화책을 샀다. 몇 번 들렸을 때마다 없었는데, 어제 그냥 우연처럼 들려서 물었더니 있다는 것. 우헤헤. 너무 좋아서 망설임 없이 샀다. 이미 스캔본으로 5~6번은 읽었고, 몇 번인가 전질을 구매하려고 했지만 품절이나 절판된 권이 있어서 못 사고 있었는데, 으헤헤, 들고 오는 길에 팔이 아팠지만 즐거웠다.

바쁘지 않은 듯 바쁜 & 키드님 다방

뭐랄까, 요즘 일정을 보면 대략 네 가지: 기획단 멤버로서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회의+준비. 발족준비위 회원으로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회의+발족 준비. 트랜스/젠더 스터디 모임 회의 및 세미나가 일주일에 한 번. 그리고 대학원 수업 세 개.

이렇게 적으면 무척 바쁜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이번 주는 바빴을까.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시선엔 바쁘게 보였을까, 그냥 빈둥거리면서 [Run To 루인]을 방치하는 것으로 보였을까. 굳이 남의 시선은 왜 신경 쓰는 걸까.

그냥 혼자서 오바하고 있는 거 안다. 세상에서 루인만 가장 바쁜 척 하고 있다. 그럼에도 [Run To 루인]에 글을 쓸 수 없었다는 것이 그다지 부풀린 말은 아니다.

#
최근 아침이면, 애드키드님의 “다방”에 가서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누린다. 아침, 사무실에 와서 메일을 확인하면서 음악을 듣는 기쁨. 듣고 있으면 하루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런데 요 최근 들릴 여유가 없었는데, 정말 ‘즐거운’ 음악을 듣곤 좋아라 무한반복 중이다. The Verve – The Drugs Don’t Work 가사를 알고 들으면 더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노랜 차마 가사를 같이 못 보겠다 싶을 정도로 좋다. =_= 이 곡 말고 Weezer의 O Girlfriend도 무척 좋아해서 무한반복해서 듣곤 했다.

사실, 하나의 곡을 계속해서 듣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키드님의 다방에 들어가면 같은 곡을 몇 번이고 듣고 있는 루인을 깨닫는다. 아, 루인도 tistory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으면서, 그러면 맨날 Nina Nastasia나 Cat Power를 올리려나, 하는 불안을 함께 품는다. 크크크.

힙합과 락과 팝과 가요에 재즈나 클래식이 혼재하는 다방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상상에 혼자서 비실거리며 웃고 있다.

사진 읽기

이 사진을 접한 순간, 이런 재미있는 사진이! 라고 느꼈다. 적어도 이 사진에 대한 설명을 읽기 전까지는. 그냥 사진만 볼 때, 무엇이 떠오르나요?

이 사진은 “2006 칸 국제광고제”의 인쇄광고를 애드키드님이 찍어서 올린 것. 주제는 어린이 전용 두통약 광고란다. 그럼 이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한 두통일까?

처음엔 이 사진이 문 밖에 있는 애가 고백하는 사진으로 읽었다. 문지방에 서 있는 아이는 별로 내키지 않아서 머리가 아프다고 할까, 뭐 그런 상황. 그런데 설명글을 읽으니 그게 아니라 파티에 같은 옷을 입고 와서 머리가 아픈 것이란다. 그렇다면 커밍아웃하지 않은 커플인데 커플룩을 입은 격이 되어 커플임이 들키게 되는 것인가? 그래서 머리가 아픈가? 후후후

여러모로 재미있는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