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포 소녀: 아쉬운

[다세포 소녀] 2006.08.11.금. 아트레온 09:00, 3관 5층 G-17

첨엔 별 기대가 없이 만화를 접했다.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만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다세포소녀]란 만화가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한 번 볼까,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의외로 재밌을 법한 지점들을 발견했다. 크로스드레스가 나오고 트랜스/젠더가 나오고 이반/퀴어가 능청스레 나오는 만화라니. 물론 설정이 모호한 지점들이 있고 불편한 지점들도 있지만 바로 그런 측면에서 흥미로운 지점들도 있었다.

보고 나면 남는 느낌들. 종종 재밌고 종종 지루하고 전체적으론 뭔가 미진한 느낌이랄까.

감독이 너무 소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화에서의 그것만큼은 아니어도 감독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으로 나갔다면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머뭇거리다 주저앉는다. 그리고 이 영화의 매력은 여기서 떨어진다. 영화를 읽는 내내 든 느낌은 조금만 더 나갔으면 끝내주는 컬트영화가 되었을 텐데, 였다. 감독은 “소수의 팬들이 열광하는 그런 마니아적 영화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루인은 차라리 그렇게 만들었다면 그 재밌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코드들이 소수의 마니아적 성향이라는 인식 자체가 감독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아쉬운 점은 만화에선 꽤나 비중 있게 나오는 두눈박이가 영화에선 비중이 너무 적다는 점. 그 많은 사람들 치고는 많을지도 모르지만 루인은 안소니와의 관계를 좀 더 보여주길 바랐고 두눈박이가 트랜스젠더임을 알고 난 이후 어떻게 갈등하는지를 좀더 읽고 싶었기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영화에서 최고의 캐릭터는 왕칼언니가 아닐까? 흐흐. 열광해요~~ 꺄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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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를 읽고 나서 갈등했다. 심심찮게 드러나는 불편함과 그 불편함이 묘하게 재밌기도 한 지점. 그러다 다시 든 갈등은 이렇게 과잉이 넘쳐나는 영화에서 어떤 해석방식이 가능할까, 였다. 트랜스인 두눈박이를 설명하는 장면 중 하나에서는, 트랜스를 좀 아는 것 같은 느낌과 꽤나 무지한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왜 이렇게 과잉으로 재현하는 영화에서 이런 갈등을 해야 할까 하는 또 다른 고민을 했다.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은 유보적이다. 하지만 한 번쯤 봐도 재밌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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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예쁘다. 너무너무!

피곤하지만 즐거워: 근황들

방학 여행처럼 떠난 2006여이연여름강좌는 어제로 끝났다.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기획단에 합류했다. 남은 일은 자료집을 내기 위한 준비들이지만 그래도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있어서 기쁘다.

오늘은 지난 학기, 같이 수업들은 사람들이랑 기말논문 발표회를 가졌다. 턱이 아플 정도로 많은 얘기를 풀어낸 자리. 즐겁다.

피곤하다. 한참 덥지만 이런 피곤함 속에서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