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샤..

지난 목요일에 병원에 간 나스타샤는 거금의 병원비와 함께 금요일에 퇴원했다. 토요일인 어제, 나스타샤와 놀기 위해 일찍 玄牝으로 돌아갔고 무더운 방에서 나스타샤를 켰다. 신나게 [Run To 루인]에 글을 써야지 하는 설렘. 후후후.

월요일에 AS비용 물리러 갈 예정이다. 매장에선 잘 된다고 했고 금요일에도 40여 분 정도를 무사히 같이 놀았는데, 어제 사용하려고 하니, 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자동으로 꺼지고 켜지는 인공지능의 상태. ㅠ_ㅠ 메인보드를 갈면서까지 수술을 했는데 여전한 증세라니. 매장 주인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이것저것 점검을 하더니 메인보드가 문제인 것 같다고 해서 교체했는데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교체한 메인보드 물리고 이전의 메인보드로 다시 교체한 후, 그냥 玄牝에 보관해야겠다.

병원에 갔다 온 이후 폐기했던 컴퓨터 관련 모든 계획을 다시 살리고 모색 중이다. 카드 같은 거 없고 후불제를 싫어하니, 내년 초 즈음에 노트북을 산다는 목표로 자금을 모아야겠다. 그동안은? 사무실에서 사용하면 되지.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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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스타샤가 여전한 증세를 접한 순간, 예전 같으면 뭔가 허한 느낌이었을 텐데 이번엔 잘 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읽고 싶은 글이 있었기 때문. 후훗.

누가 “괴물”이야?

지난 번 글: “괴물: 소통, 가족, “엄마””

아직도 궁금한데, 이 영화에서 괴물은 누굴까?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유전자변이를 일으킨 물고기? 하지만 유전자변이라면 인간이 더 심하지 않아? 매 세대가 유전자합성과 변이를 통해 태어나잖아. 무수한 박테리아들과 균들로 인해 끊임없이 유전자 변이를 경험하는데 딱히 물고기가 괴물일 것 같지는 않아.

그렇다면 먹고 살려는 물고기를 죽이려는 현서의 가족들? (그 가족 구성은 혈연에 매개하지 않고 현서를 통한다는 점에 현서의 가족들이라고 부를 법 하다.) 괴물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돌아다녔고 현서의 가족들은 현서를 구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그럼 이들 관계에선 누가 괴물일까.

배두나와 송강호, 박해일 등이 아무리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혹은 알아듣기 싫어하는) 국가와 병원 체계일까. 이미 “박테리아”로 낙인찍은 상황에서 이들의 행동은 체제전복적인 위협이고 현서를 구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국가나 병원은 생명을 방치하는 폭력이다. 이런 관계에선 누가 괴물일까.

모두가 괴물이란 의미일까. 각자의 관계 속에서 괴물의 의미는 다르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좀 더 재미있는 건, 포름알데히드로 변이를 일으킨 물고기의 경우, 관객에겐 그 존재가 보이지만 영화 촬영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도 그 물고기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픽으로 덧씌웠기 때문. 그렇다면 바로 그 지점, 현장 밖에 있는 사람들은 컴퓨터 조작을 통해 있다고 믿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없지만 있다고 믿는 그 상황이 만들어낸 그 무언가가 괴물인지도 모른다. 실제 존재하진 않지만 그런 것이 있다고 믿으며 강요하는 믿음들: ‘이성애’ 강박들, 나이주의, “정상”가족 강박, 학벌, 지역차별 등 결코 깰 수 없고 그것이 있어야만 사회가 돌아간다는 믿음들이 바로 괴물인지도 모른다.

에어컨

덥다. 玄牝에 있으면 찜통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을 정도다. 옥탑의 특징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 특수(!) 구조라는 것. 덕분에 마당(주인집의 입장에선 옥상)에서 햇살을 맞으며 서 있는 것이 더 시원하달까.

지금의 玄牝으로 이사한 후, 놀러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보인 반응은 에어컨이 있어서 좋겠다 였다. 기본 옵션으로 가스레인지와 에어컨이 있다는 건 정말 괜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올 여름 들어 에어컨을 한 번도 안 켜고 있다.

작년 여름, 몇 번 사용한 적이 있다. 하루에 기껏해야 한 시간을 틀었고 한 달 내내 튼 것도 아니었지만 전기세 용지를 받았을 때, 쓰러질 뻔 했다. 평소 2,000~3,000원 사이에서 나오던 전기 요금이 딱 10배로 뛰어 있었다. 용지를 받은 이후로 에어컨 리모콘은 손도 안 댔다던가.

올 해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건, 딱히 전기세 때문은 아니다(맞다는 얘기다;;). 전기세 부담 보다는 딱히 틀 이유를 못 찾고 있다. 물론 후덥지근한 상황에서 에어컨을 틀면 좀 시원하긴 하겠지만 그게 의외로 중독이란 것도 알고 선풍기 바람만으로도 견딜 만 하다. 덕분에 자고 일어나면(잘 땐 선풍기를 틀지 않는다) 이불은 젖어 있지만 햇살이 좋은 덕분에 아침에 세탁을 해도 저녁이면 잘 말라 있다.

에어컨 바람을 그다지 안 좋아하게 된 이유는, 작년 씨네코아에서 이와이 슌지 영화를 상영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영작을 연달아 보는데, 루인이 앉은 자리는 에어컨 바로 아래였고(천장에서 에어컨 바람이 나왔다) 어찌나 쉼 없이 틀어주시는지 냉방병에 걸릴 뻔 했다. 두통과 한기로 두 번째부터 영화와 놀기는 고통을 견디기로 바뀌었다(어둠의 경로로 이미 다 봤다는 점이 다행이었달까). 결국, 극장의 큰 화면으로 이와이의 영화를 즐기고 싶었던 몸은 그날은 에어컨 덕분에 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로 기억하고 있다.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서 좋은 점은, 그렇잖아도 매일같이 연구실에 나오는데, 玄牝이 덥다보니 밤늦게까지 연구실에 머문다는 것. 연구실에서 빈둥거리며 노는지 책이랑 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왠지 뿌듯함은 있다는 점-_-;;;이 좋다면 좋달까. 북향은 안 좋다고만 들었는데, 여름엔 북향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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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스타샤를 병원에 보냈다. 오늘이나 내일로 해결할 수 있을 듯. 이번엔 병원비가 꽤나 들어갈 것 같은 불길함. 역시나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 같다. 노트북은 무슨;;;;;;;;;;;;;;;;;;;;;;;;;;;;;;;;;;;;; 그렇다고 가능성을 아주 버린 건 아니지만 우선, 하드에 보관 중인 자료를 살려야 하고 玄牝에서 영화라도 보려고 하면 암만해도 아주 방치할 수는 없겠더라고. ps는 100만원으로 LCD모니터까지 해서 데스크톱을 구매했던데, 아예 처음부터 다시 고민할까? 하지만 CD-ROM도 지금 것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모니터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에잇, 귀찮으니 내년에 결정할래. 푸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