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볕

어제 밤 그리고 아침, 긴청바지 빨래를 했다. 여름이고 인터넷으로 5~7부 정도 길이의 청바지를 몇 벌 산 이후론 긴청바지를 입지 않기도 하지만 긴 장마로 옷장에 습기가 가득한 느낌 때문이다. 외출할 때면 옷장의 문을 열어두고 나오지만 그래도 습한 느낌에 옷을 빨았다.

태양볕이 강하다. 조금 전, 잠깐 나갈 일이 있어 나갔지만 얼굴을 가리거나 하지 않았다. 이런 강렬한 빛이 좋다. 옷이 잘 마르겠구나 하는 몸앓이를 하면, 괜히 좋다. 헤헤.

그리고 자외선 때문에 햇볕을 쬐면 안 좋다고 하지만 루인은 햇볕을 쬐어야 한다. 너무 안 쬐어서 문제라면 문제. 장마가 지난 후 덥지만 그래도 태양볕이 강렬하면, 좋다. 저녁, 玄牝으로 돌아가면 옷이 바싹 말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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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를 2년 더 연장했다. 2년을 더 사용할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넉넉하게 연장하면 좀 더 편할 것 같다.

요즘 뉴스를 들으며

예전, 어떤 강의시간에 들은 얘기. 당시의 주제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무튼 무슨 얘기를 하다가, 이 사례를 자신이 아는 사람은 다르게 분석하더라고 강사는 얘기했다. 그 사람은 그 사례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그 사례와 관련한 사람이 비서울대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는 것.

아침저녁으로 라디오로 뉴스를 듣는다. 딱히 뉴스만 듣는 것은 아니고 FM방송을 듣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러다보면 하나의 뉴스가 반복해서 나오는데 요즘의 화제는 김병준 교육부총리다. 사퇴 문제로 뉴스마다 일정 이상의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교수들의 논문 중, 중복기고가 많은 것도 사실이고 남의 논문 짜깁기 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요약정리하고선 연구비 타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정도의 기준으로 교수 중에서 장관 후보를 찾는다면 거의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말은 김병준 교육부총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관행”이 얼마나 만연한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기사를 접하며 슬그머니 드는 몸앓이는 이런 반응엔 학벌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였다. 고졸임에도 대통령이 된 현 정권 이후 정치권에서 학벌과 관련한 “망언”들이 많다. (전여옥씨의 발언이 대표적이겠지만,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노무현대통령이라고 안 부르고 “노무현”이라고만 부른다는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단순히 대학을 나왔다는 점만으로는 안 되고, 이른바 명문대 그 중에서도 서울대 출신이어야만 한다는 것.

그러면서 김병준씨를 검색했더니 비서울대 출신이었다. 비서울대 출신일 뿐만 아니라 비서울지역에 소재한 대학 출신이었다. 문재인씨가 법무부 장관 후보란 말에 정치권에선 역시나 반대한다고 하는데, 검색하니 비서울대 출신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을 다시 읽으면,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중복게재가 문제가 아니라 이른바 학벌 사회에서 자신들보다 학벌도 안 되면서 자신들보다 “높은/좋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꼬우니까 저렇게 반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

예전에 이회창씨가 “고대 나와서도 기자할 수 있나”란 요지의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언론고시란 말이 있을 정도로, 메이저급 언론은 학벌과 밀접하다. 그렇다면 지금의 반응들은 학벌”파괴”(말이야 바른 말이지 “파괴”는 무슨. 그저 서열을 무시하는 정도일 뿐)로 인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을 것이 두려워서는 아닐까하는 의심을 한다.

억측과 추측만으로도 기사를 쓰는 상황에서, 루인도 이런 추측성 글을 보탠다. 하지만 정말 의심스러운걸.

곰팡이가 몸을 타면

요즘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멍하다. 몸의 한 곳이 풀린 것처럼 멍하다.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글쓰기를 눌렀다가도 그냥 접는 경우가 많다.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냥 몸에서만 놀다가 문자로 표현하기도 전에 소멸한다. 아니 마냥 소멸하지는 않고 글을 쓰겠다고 자리에 앉기 직전까진 활발하다가 글을 쓰겠다고 앉으면 소멸하고 다시 접으면 몇 시간 지나 몸을 타고 논다.

[Run To 루인]에도 여러 번 적었지만, 여름을 특히 싫어한다. 여름에 태어나서 여름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어릴 땐, 딱히 여름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딱히 좋아하는 계절도 없었고 싫어하는 계절도 없었다. 하지만 몇 해 전, 또 다시 우울증에 시달리다, 벽에 핀 곰팡이 꽃에 무너지며, 온 몸에 곰팡이 꽃이 피는 환각에 시달리며 여름은 악몽이었다. 락스로 청소하면 간단한 일이었지만, 그럴 힘이 없었다. 마냥 무력하게 무너지기만 했다. 그 전 여름엔 냉장고에 들어가는 상상으로 종일을 보내기도 했다. 전기밥솥의 밥은 곰팡이로 가득했지만 그걸 방치하면서도 어쩌지 못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모두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이 온다는 건 곰팡이 꽃이 핀다는 의미다.

그나마 작년은 무난하게/무사하게 지나간 것 같다. 하지만 올해 다시 무력하게 보내고 있다. 이번 여름엔 아침을 해먹지 않겠다고, 8월까지는 모든 식사를 (김밥을 중심으로) 사먹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이미 예감한 일인지도 모른다.

헛된 환상 혹은 망상이 우울을 부른다. 아직도 몸에서 곰팡이 꽃이 피는 환각에 시달리곤 한다. 때로 강박적으로 손을 씻는 것도 그렇다. 곰팡이 꽃이 만개한 곳에 불을 붙이면 ‘확’ 하고 일순간에 타오른다. 그렇게 몸에 불을 붙이면 모든 것이 사라질까? 석유 없이도 온 몸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름이다. 장마가 지나간 여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앞으로도 종종 글을 쓰지 않고 지나가는 날들이 있겠지만, 쓸 수 있을 때 쓰고 싶다. 이 자락마저 놓으면, 상상하기 싫다. 그저, 우물 저 아래 앉아, 우울해, 라고 외치는 기분이다. 모든 소리는 우울 안에서 맴돌 뿐 어디에도 닿지 않는 걸 알지만 그래도 외치는 기분이다.

하긴. 이러고 나면 좀 괜찮아 진다는 걸 안다.

이젠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