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샤, 아프다

몇 해 전이었다. 잘 사용하던 나스타샤가 갑자기 원격작동-_-을 시작했다. 사용하고 있는데 꺼지거나 전원만 들어온 상태면 스위치를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켜지는 인공지능으로 변신! 한창 워드작업하고 있는데 갑자기 꺼지기도 하고 실수로 절전형 콘센트의 스위치를 rM지 않으면 밤새 켜질 듯 말 듯해서 잠을 설치게 했다.

처음엔 바이러스를 통해 돌연변이가 되어서 인공지능으로 변했나 했지만 바이러스 검사를 해도 바이러스는 없었다. 누가 해킹하나 해서 인터넷 연결코드를 빼기도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관련 일을 하는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친구도 꽤나 고생을 했지만 결국 포기. 용산으로 수리를 맡기러 가기엔 너무 멀었고 귀찮았다-_-;;; 한동안은 인터넷(나스타샤)과 놀 수 있는 시간의 상실에 당황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적응했고 그 시간을 책들과 놀기 시작했다. 그 사간, 꽤나 괜찮았다. 메일은 학교에서 잠깐잠깐 확인했고(공용 컴퓨터에서 로그인하길 꺼리기 때문에 이것도 꽤나 갈등이 컸다) 당시의 玄牝(두 번째)에선 책들과 놀다보니 꽤나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단 하나. 일기예보를 들을 수 없다는 것. 비가 오는지 어떤지를 모르니 비록 학교와 玄牝이 가깝다고는 해도 불편했다. 아니다. 이런 불편은 나중에 떠오른 것. 일기예보가 필요하다는 느낌은 11월을 지나 12월이 다가오는데도 초가을 옷을 입고 다니는 무감함을 깨달으면서부터다. 뭐, 일기예보를 들어도 날씨와 옷을 못 맞추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러며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참 재밌는 건, MBC FM4U(91.9)에서 날씨정보는 7시 8분 즈음과 8시 8분 즈음에 딱 두 번 알려주는데 우연히도 그 시간에 라디오를 켰고 그래서 이후 채널고정이었다.

병난 나스타샤를 고친 건, 지금의 玄牝(세 번째)으로 이사하고 근처에 컴퓨터 수리를 하는 곳을 발견하면서부터다. 당연히 저녁시간으로 나스타샤와 노는 시간으로 변했고 저녁의 독서는 드물었다. 그러면서도 몇 번인가 나스타샤는 병이 났고 가까이에 병원이 있기에 제때 고쳤다.

그러니까, 지금 나스타샤가 아프다는 얘기다. 금요일 저녁, 영화라도 볼까하는 심정으로 나스타샤를 켜고 잠깐 서핑을 하는데 갑자기 나스타샤가 꺼졌다. 그리고 다시 혼자서 켜지려고 하는 등의 인공지능 작동들. 아. 지금의 玄牝으로 이사한 후 병원에 데려갔을 때, 그곳의 직원은 윈도우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겨서 다시 깔아주면 된다고 했던가. 아니, 하드웨어 쪽의 문제라고 했던가. 아무튼 다시 윈도우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도 여의치 않았다. 그러며 갈등의 시작했다. 병원에 갈 것인가 새로 구입할 것인가. 부천댁(ㅋㅋㅋ)은 모니터까지 포함해서 110만원에 해결했다는데 루인이 필요한 건 테스크탑 부분만 있으면 된다는 것. 모니커나 키보드, 마우스 등은 다 그대로 사용하면 되니까. 아니면 노트북을 살 것인가.

새로 살까를 갈등한 것은 예전에 (지금과는 다른 증세로)병원에 갔을 때, 직원이 부품들이 좀 위험한 상태라 다시 한 번 문제가 발생하면 부품들을 바꿔야 한다고 했던 말이 몸에 남아있기 때문. 그냥 이 상태로 지낼까하는 갈등도 하고 있다. 사실 요즘 나스타샤랑 노는 시간은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 정도. 그것도 동영상들(어둠의 경로를 통한 영화나 DVD)을 즐기기 위한 정도지 그 외엔 대체로 학교 사무실의 컴퓨터를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그것이 컴퓨터 혹은 인터넷과 노는 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기도 해서. 하지만 언제 玄牝에서 사용할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이고 서브노트북 하나 정도를 고민하고 있어서 살짝 갈등하고 있다. [그러며 확인해봤는데 어째서 15.4인치는 80만원대인데 13인치 미만의 크기는 100만원을 훌쩍 넘는 거지? 작고 가벼운 걸 원한다고!!! 영화는 지금의 모니터로 연결해서 보는 되기에 작고 가볍고 싼 것!!! ㅠ_ㅠ]

그냥, 나스타샤를 아픈 상태로 두고 살까? 그냥 테스크탑을 살까?(상대적으로 훨씬 싸다.) 노트북을 고민할까? 하지만 기본적으로 글을 펜으로 쓰기 때문에 노트북은 없어도 그만이다. 아, 갈등, 갈등. 없이 살면 가장 좋은 건 토요일은 하루 종일 나스타샤와 노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며 놀 수 있다는 것. 사실 이 쪽이 가장 좋을 것 같기는 하다.

결국 가지 않았다.

아, 그러니까, 금요일 여이연 강좌는 가지 않았다. 으흐흑. 이런 거 빠지는 거 무지무지 싫어함에도 결국, 빠지고 말았다. 돈도 돈이지만 강좌를 들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무지무지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반쯤 안 갈 작정(반쯤은 갈 작정)으로 친구를 잠깐 만났다. 전해줄 것이 있어 잠깐 만난 것. 그러며 친구와 잠깐 얘기를 나눈다는 것이 저녁까지 같이 먹는 덕분에 시간은 7시를 훌쩍 넘긴 상태. 후후. 재미있는 건,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얘기에 집중하는 동안에 알러지성 비염이 진정되었다는 사실. 결국 심리적인 요인도 작동한다는 의미다. 친구와의 얘기가 조금은 진지하고 심각한 내용이었고 그래서 말 속에 빠져있다 보니 비염이란 사실을 잊고 있었다. 헤어지고 나서, 비염이 진정되었네, 라고 깨닫는 순간 다시 비염이 스멀스멀 코를 간질였다는-_-;;;;

친구와 얘기를 나누다 가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래서 후회하느냐면 그렇지는 않다. 만약 비염이 없어서 강좌에 갈 작정이었다 해도 계속해서 친구와 얘기를 나눴을 거다. 그 만큼 중간에 자르고 나서기 어려운 얘기기도 했고 루인에겐 가장 소중한 친구이어서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은 그 얘기가 강좌를 통한 변태의 쾌락보다 더 쾌락적이었다는 얘기(루인의 쾌락은 깔깔 웃는 유머의 의미가 아님은 말하지 않아도 당연한 사실). 그러고 보면 1000년대에 만난 사람 중에 아직도 친구로 지내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네.

여이연 오늘 강좌

이따 여이연 강좌 가야해서, 이렇게 [Run To 루인]이랑 놀고 있는데, 알러지성 비염 덕분에 갈등하고 있다. 듣고 싶은데, 가면 난감할 것 같다. 루인이야 괜찮지만 자꾸 기침하고 콧물 훌쩍거리면 사람들이 신경 쓰이고 강의 듣는데 방해되니까. 아, 갈등. 갈등. 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