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3주기

그냥 이렇게 보내도 괜찮을까란 고민을 했다. 달리 뭘 하기도 애매하지만 그래도 좀 고민했다. 결국은 그냥 지나가고 있지만…

한무지가 떠난지 3년이 지나갔다. 놀랍게도 내 블로그 유입검색어 1위는 거의 항상 무지다. 3위 안에는 반드시 들어간다. 잊을 수 없는 사람을 제외하면, 누군가가 여전히 기억하고 있거나 전해들은 사람이 있다는 뜻이겠지. 무지가 떠났다는 소식에 충격 받은 사람도 참 많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새롭게 기억하고 새롭게 알아가고 여전히 잊지 못 한다는 사실은 삶과 시간성을 다시 고민하도록 한다.
죽음은 매 순간이 낯선 소식이다. 쉽게 익숙한 소식으로 변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죽음은 언제나 지금 다시 실감하는 사건이면서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사건이다.
그러고보면 나는 뭐라고 이 즈음마다 무지를 기록하는지 모르겠다. 약속도 지키지 않은 녀석이 뭐라고…
이렇게 떠난지 3년이 지나가고 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

올초에 발표해야 했음에도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개를 거부하여 이제야 발표하는 실태조사입니다. 많은 분이 참여하면 좋지 않을까 해요~
===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토론회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진행하였습니다. 이에 연구자들의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일시: 2015년 11월 10일 저녁 7시~10시
장소: 프레지던트 호텔
주최: 국가인권위원회
 
<프로그램>
인사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사회: 국가인권위원회 김규홍 차별조사과장
 
발표(80분)
연구목적 _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연구책임자)
학교 내 차별 실태 _ 김정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객원연구원(공동연구자)
고용 영역에서의 차별 실태 _ 김현경 SOGI법정책연구회 연구원(공동연구자)
트랜스젠더 차별 실태 _ 정현희 SOGI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공동연구자)
해외 법제도 및 정책 제언 _ 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공동연구자)
 
휴식(10분)
 
토론(50분)
신혜수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 위원
윤명화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종합토론(40분)

아이유의 제제 논란에 짧디 짧은 메모

5살 남자아이가 버려진 스타킹을 주워 잘 뭉쳤다. 풀숲 옆에 두니 뱀처럼 보이기도 했다. 풀숲에 숨어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고 마침 한 여성이 걸어왔다. 스타킹을 끌었고 여성은 뱀이 지나가는 줄 알고 놀라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꼬마는 도망갔지만 결국은 걸렸다. 기절한 여성은 임신 중이었고 꼬마의 장난으로 유산할 뻔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한 부분이다(구체적 내용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제제는 순결한 피해자(“나의 제제는 순결하다능, 그런 애가 아니라능”)가 아니다. 내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제를 순결한, 순수한 피해자로 조직하지 않고 악동이며 욕망이 있는 모습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죽지 않을 만큼 폭력 피해를 당하지만 그럼에도 제제는 ‘피해자다움’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E가 아이유의 신보 앨범에 실린 ‘제제’란 곡과 ‘스물셋’이란 곡의 뮤직비디오가 논란이라고 알려줬다. 할 이야기가 많은 사건이다. 아이유를 비난하는 근거가 제제를 순결한 피해자, 피해자다움에 맞춘 모습으로만 그려내는 태도란 점이 더 큰 문제라고 고민한다.
E와도 이야기를 했지만 궁금한 점도 있다. 아이유가 ‘소아성애컨셉’이란 걸 사용해서 문제인 건지, 제제를 재해석해서(=건드려서) 그런 건지 진심 궁금하다. 왜냐면 한국의 많은 여자아이돌, 걸그룹은 흔히 말하는 삼촌팬을 중요 타겟 집단 중 하나로 삼는다. 삼촌팬을 자처하는 많은 사람이 십대 아이돌을 소비한다. 이제까지 삼촌팬의 행태, 삼촌팬의 공공연한 욕망은 (이와 같은 수준으로)비난하지 않다가, 아니 십대 아이돌의 섹시함=청순함을 적극 소비하다가 이제 와서 왜 갑자기 아이유를 비난하는 것일까? 아이돌이 20대만 되어도 늙었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왜? 참고로 소아성애라는 용어는 소아와 청소년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아울러 아이유의 뮤비 내용과 롤리타를 비교하는 글을 봤는데, 내 감상은 간단했다. ‘제가 호흡하는 방식이 연쇄살인범의 그것과 비슷해서 죄송합니다.’ 참조점을 어디서 찾으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는 내용을 롤리타 혹은 소아성애로 독해하기 위해 갖다 붙인다는 인상이다.
이런저런 건 더 정교하게 써야 하는 내용이지만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덧붙이자면.
이 사건의 핵심은 ‘내가 아이유 널 소아로 성애할 수는 있지만 네가 감히 제제로 성애를 하다니’로 독해되었다. 여성 아이돌, 혹은 ‘어린’ 여성 작가는 창조성을 어디까지 표출할 수 있을까? 노래를 잘 하면 정말 훌륭한 여자아이돌이다. 작사를 하면 더 대단하다. 작곡도 할 수 있으면 진짜 대단하다. (‘나의 아이돌 진짜 대단하다, 최고다!’) 하지만 세상을 혹은 명작을 직접 재해석하기 시작하면 그것도 에로틱과 섹슈얼리티를 교차하며 재해석하면 그땐 마녀가 된다. 여성 아이돌이 창조자로 등장할 때도 우쭈쭈해줄 수 있는 수준의 창조자로 등장해야지 세계를 완전 재해석하는 주체로 등장하는 순간 비난의 대상이 된다. 이 사건을 더 살펴야겠지만 이런 인상이 매우 강하다.
누가 이와 관련해서 속이 시원한 글을 써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