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모임 웹진3호 아무거나

바이모임, 바이섹슈얼(양성애)웹진 3호가 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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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아무거나입니다. 하지만 “아무렇게나”라거나 “바이는 누구, 양성애는 어디?”라는 글을 읽고 있으면 아무거나가 결코 ‘아무거나’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거나에 담긴 깊은 고민과 분노, 인식론적 전환을 읽을 수 있습니다. 정말 좋은 글이 많이 실렸고, LGBT/퀴어 인식론에서 정말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꼭 읽으셨으면 합니다.
웹진을 읽고 나서 읽기 전과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기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 결과발표 토론회 단상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실태조사] 결과보고서 발표대회가 있었다. LGBTI욕구조사에 이어 차별실태조사도 나왔다. 정말 대단하고 굉장한 일을 하셨다. 두 작업을 모두 하신 구성원에게 고마움과 응원을 보낸다. 정말 큰 작업이고 꼭 필요한 작업이면서 쉽지 않은 작업이니까.
결과발표를 듣고 있으면 깨달을 수 있는 점. 트랜스젠더퀴어가 겪는 차별이 비트랜스LGB가 겪는 차별보다 더 심하다. 아울러 차별 발생에서 젠더표현은 매우 중요한 변수다. 주민등록번호의 젠더와 실제 표현하는 젠더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가정될 때, 차별 경험은 몇 배로 높아졌다.  젠더표현 이슈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젠더 표현 관련 논의를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을 써야겠다는 고민도 들고.
발표 당시 질문하고 싶었지만 못 했거나 그런 이야기.
발표회에선 동성애와 양성애를 구분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타당한지 고민이다. 왜 그렇게 구성했는지도 궁금하고. 동성애자와 양성애자가 겪는 차별의 양상과 경험이 비슷하면서도 다르기 때문이다. 바이모임 웹진3호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젠더퀴어와 무성애 등이 빠진 이슈는 제이미님께서 지적해주셨다.
트랜스젠더의 차별과 관련한 별도의 발표에서 트랜스젠더가 화장실 사용에서 차별을 많이 겪으니 이제는 화장실 관련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했다. 캔디와도 이야기했지만 당혹스러운 표현이다. 트랜스젠더와 화장실 논의는 최소 10년 전에 시작한 주제다. 10년째 강의에서, 글에서 떠드는 주제다. 몇 곳에서 관련 행사도 열었다. 장애여성공감에선 장애인의 화장실 실태 조사에서 함께 논하기도 했다. 나름 활발하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주제다. 그런데 이런 이슈를 ‘이제 시작할 때’라니… 당혹스러움…
나의 오랜 고민 중 하나. 대안이나 정책제언은 왜 법을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할까? 유엔의 권위를 자꾸만 참조하는 것은 괜찮은 것일까? 반기문을 소환하며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고민이다. 사실 이런 방식의 논의가 좀 불편하고 어느 지점에서 접근해야 할지 아직 정리가 다 안 되었지만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 키워드는 탈/식민주의가 되겠지.
토론자 중 김승섭 교수는 한국에 트랜스젠더 관련 의료 연구가 없다고 했다. 좀 화가 났다. 없다고? 물론 등재지나 학술지 기준으로는 없을 수 있다. 그렇게 조건을 제한해야 없다. 많은 트랜스젠더퀴어 활동가, 개인, 연구자가 의료 조건과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무지 글의 반은 의료 조건과 관련 있을 것이다.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에도 실려있다. 그럼에도 전혀 없다는 식의 발언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어떤 지식과 논의만 가치 있는 논의로 여기느냐, 누구의 발언의 가치 있는 논의로 여기느냐 등의 권력 문제가 발생한다. 정말 화가났다.
이준일 교수는 단연 돋보였다. 아무렴. 참가자 질문이 끝나고 답변 차례가 되자, “여성들이 독재적이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연구자, 토론자도 다수가 여성이고 질문자도 여성이라면서… 그는 처음엔 농담이랬다고 웃으며 사과시늉을 했다. 그런데 그걸 농담이랬다가 사과시늉하는게 더 열받는다. 정말 손들고 일어나서 쏘아주고 싶었다. 제대로 사과하라고 화내고 싶었다. 뭐하는 인간인가 싶다. 무척 화가 났는데 이유는 토론 시간 내내 건들거리는 자세에 매우 얕보는 태도를 견지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 논문과 책은 앞으로 무시하는 것으로.
발표회 진행 내내 사회자/좌장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물론 그 모든 프로젝트를 인권위가 하면 좋겠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믿는다. 인권위 직원(위원장 포함) 교육이다. 나는 직원 교육이 최우선이라고 믿는다. 직원 중 LGBT/퀴어 이슈를 조금이라도, 최소한의 지식이라도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거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전해 들은 두 가지 일화. 중학생 인권교육 자료집을 용역사업으로 진행했는데, 해당 자료집에 성적소수자 관련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인권위 직원이 전화를 걸어 성적소수자 관련 내용은 논란이 있으니 뺏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나는 이것이 그 직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위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자료집이 1년 가까이 지연되고서야 공개된 것이다. 외압이나 다른 문제가 아니라 내부 직원의 인식이 더 큰 문제다. 또 다른 일화. 오래 일했던 사무관 한 명은 그가 속한 과에 새로운 직원이나 인턴이 오면, 특히 여성 직원이나 인턴이 오면 반드시 묻는 말이 있다. 남자 친구 있느냐(남성 직원이나 인턴에겐, 여자 친구 있느냐), 언제 결혼하느냐, 빨리 결혼해야지. 인권위는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 관련 예방교육을 안 하냐면 하고 있다. 하지만 저런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저런 행동이 방관되고 있다. 오래 전에 한 이야기를 다시 끄내면, 나는 인권위 직원은 인권에 특별히 감수성이 더 있다기보다는 그냥 인권 이슈를 다루는 대체로 선한 공무원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이런저런 연구용역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내부 직원 교육부터 진행했으면 한다. 좀 제대로.
이런저런 잡담과 무관하게 정말 중요한 자료가 나왔다. 이 어렵고 방대한 작업을 진행하신 분들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귀한 자료고 두고두고 연구할 자료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
인권위 홈피에 PDF가 있지만 인쇄본으로 읽고 싶다면, 특히나 토론회 자료집을 읽고 싶다면 퀴어락에 오셔요. 🙂

무지 3주기

그냥 이렇게 보내도 괜찮을까란 고민을 했다. 달리 뭘 하기도 애매하지만 그래도 좀 고민했다. 결국은 그냥 지나가고 있지만…

한무지가 떠난지 3년이 지나갔다. 놀랍게도 내 블로그 유입검색어 1위는 거의 항상 무지다. 3위 안에는 반드시 들어간다. 잊을 수 없는 사람을 제외하면, 누군가가 여전히 기억하고 있거나 전해들은 사람이 있다는 뜻이겠지. 무지가 떠났다는 소식에 충격 받은 사람도 참 많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새롭게 기억하고 새롭게 알아가고 여전히 잊지 못 한다는 사실은 삶과 시간성을 다시 고민하도록 한다.
죽음은 매 순간이 낯선 소식이다. 쉽게 익숙한 소식으로 변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죽음은 언제나 지금 다시 실감하는 사건이면서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사건이다.
그러고보면 나는 뭐라고 이 즈음마다 무지를 기록하는지 모르겠다. 약속도 지키지 않은 녀석이 뭐라고…
이렇게 떠난지 3년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