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na Nastasia가 다른 앨범에 참여한 곡이 있어, 행여나 국내 사이트에서 찾아 들어 볼 수 있을까 하며 블로그를 검색하다 놀라운 곳을 발견했다.
글이 왠지 너무도 익숙해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문장이 너무 어색해…. 혹시나 해서 2003년 가을, 몇 달간 사용했던 블로그에 접속해서 찾아보니, 아하하, 제목부터 토씨 하나까지 그대로 퍼간 글이었다. 아아, 부끄럽잖아요ㅠ_ㅠ…………………………………………………..여기
글을 퍼간 사람도 무려 2004년 어느 여름이라 지금 와서 뭐라고 하기도 그렇다. 루인의 (아주 오래된, 그리고 루인이란 닉을 쓰지도 않던 시절의) 글을 그대로 퍼 간 것이 유쾌하진 않다고 해도 마냥 기분 나쁜 것도 아니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군요”라고 중얼거리면 그만. 지금 이곳, [Run To 루인]에 쓴 글이 어딘가 고스란히 퍼간 사람이 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물론 루인의 글을 그 누가 퍼가랴. ctrl+c, ctrl+v를 통해 자기가 직접 쓴 글인 냥 행세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좀 더 편하게(폼나게?) 소통할 수 있는 글이거나 무난한 내용이거나.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루인처럼 자신이 이반/비’이성애’자/트랜스임을 떠들고 있는데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의 글을 퍼서 자기가 직접 쓴 글인 냥 행세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크크. 더구나 글의 내용이 그다지 좋은 게 아닐 진데(얼마 전, 이랑 중 한 명에게서 루인이 예전에 쓴 글 중 한 편을 처음엔 무슨 소리야, 했다가 나중에야 고개를 주억거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퍼가기 무난한 글이 아니란 얘기다) 루인의 글을 퍼간다는 건,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길이 아니라 욕 먹으려고 작정하는 길이지 않을까(ctrl+c, ctrl+v를 통해 자기 글인 냥 행세하는데 욕먹는다면 안 하니만 못하다). 큭큭.
아, 아무튼 루인의 글을 퍼가서 레폿에 붙이든(그럴만한 내용이나 되려나;;;) 마침표 하나까지 고스란히 퍼가선 자기가 직접 쓴 글인 양 행세를 하든, 별 상관이 없는데 결국 그렇게 생산한 글은 그렇게 한 사람에게 아무런 의미를 못가지기 때문이다. 괜찮은 아이디어는 적당히 숨겨서 나중에 자신의 논문(작품)에 사용하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루인은 별로 그렇지 않은데, 뭐든지 떠벌리고 다니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루인의 아이디어가 루인만의 독점적인 지식이라고 몸앓지도 않거니와 그 아이디어를 전개할 수 있는 사람은 루인 뿐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전개하는 방식과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에 있어 다른 사람과 루인은 다른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루인도 잊고 있던 예전 블로그의 글을 퍼간 블로그를 발견하다니, 재밌는 일이다. 이봐요. 앞으로 퍼갈 땐, 좀더 잘 쓴 글을 퍼가 주세요. 나중에 발견하면 민망하고 부끄럽거든요. 정희진 선생님의 글처럼 빼어나게 잘 쓴 글이라면 몰라도 루인처럼 서툰 문장의 글을 퍼가는 건, 퍼간 당신이 욕먹을까봐 걱정이에요.
※이 글 어딘가에 불펌한 그곳 주소를 숨겨뒀지요. 흐흐. 숨은 그림 찾기^^;;
[#M_ +.. | -.. | ctrl+c, ctrl+v는 각각 복사, 붙여넣기의 단축키다. 물론 루인의 블로그는 오른쪽 마우스 기능을 막아두었기에 소용없지만, 아는 누군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이렇게 막아 두었음에도 창을 두 개로해서 그대로 옮겨 적었는지, 불펌한 글을 발견했다고 하니, ctrl+c, ctrl+v는 일종의 은유.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