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선호 장애자”…?

책을 읽다가 아주 재미있는 말을 읽었다. “성 선호 장애자”라는. 얼핏 무슨 내용인가 갸웃거리다가, “동성애자 등”이라는 설명을 읽으면서 아하, 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성 선호 장애자”란 말은 국방부에서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이에 대한 예방책이랍시고 내놓은, ‘남성’ ‘동성애’자의 군 입대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다.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의 가해자든 피해 경험자든 어느 쪽이든 자신을 동성애자로 칭하기는 죽기만큼이나 싫어한다지만 국방부에선 동성애 때문에 이런 일이 터진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계급에 의한 권력 관계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동성애가 원인이라는 동성애혐오증이다.

이런 짜증과는 별개로 “성 선호 장애자”란 말을 읽고는 국방부가 ‘장애’라는 명명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느꼈다. 모른다고 잡아떼도 상관없다. 영악하게 알고 있든 아니든 상관없으니까.

누군가의 글을 비판하면서 “이 글에선 동성애에 관해 다루지 않았으니 동성애혐오야”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자신은 그렇지 않다거나 자신에게 가해질지도 모를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그리하여 글을 둘러싼 이반queer/트랜스와 관련한 토론의 가능성도 차단한다.

이른바 “정상”과 “비정상”이라고 불리는 “정상성”의 기준은 “나”에게 있지 않고 타자에게 있다. “내가 정상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트랜스는 도착증 환자야”라던가, “쟤는 장애인이야”라는 말을 통해 그렇지 않은 자신은 “정상”이라는 걸 말하려는 것이다.

국방부에서 만들어 낸, “성 선호 장애자”란 표현을 읽으며 국방부의 이런 불안을 느꼈다. 어떻게든 기존의 군대제도를 유지하고 자신들의 (이성애/젠더) 성적 지향성을 정상화하기 이해선 타인을 비정상화해야 한다.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을 군대 제도의 위계권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그래야만 기존의 계급에 의한 군대체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을 계급제도에 의한 것이라고 지명한다면?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는 군대제도는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동성애’, 트랜스 등에 의한 문제로, 이들만 통제하면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반, 트랜스들을 “장애자”로 명명함으로써 문제의 초점을 돌리면서 동시에 자신들은 “정상”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하긴, 이런 건 누가 가르쳐 줘서 아는 게 아니다.

멍한 상태

낮에 사무실(연구실?)에 있는데 이맘이 물었다. 이거 먹어도 되요? 순간 멍해졌다. 왜 물어보는 걸까,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맘이 산 것 아니었나. 머뭇머뭇하다 깨달았다. 어제 세미나를 위해 루인이 산 것이란 걸.

어젠 좀 더 심했다. 여이연 강좌 중간에 쉬는 시간. 멍하니 몸앓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진하게 퍼지는 커피 향.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커피를 쏟아 루인의 물건 일부가 젖었다. 그 장면을 보며, 아, 그렇구나, 했다. 그냥 습관처럼 화장지를 꺼내 닦고 있는데 상대방이 자꾸만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가보다 했다. 루인에겐 아니거니 했다. 그런데 몇 번 그 소리를 듣다가 그 말의 수신인이 루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루인에게 왜? 뭔가 잘못되었나. 그러다 한 삼십 분이 지나 강의 중에 깨달았다. 아하, 커피를 쏟았고 루인의 물건이 젖어서 그랬구나. 괜찮다는 말을 했어야 했구나. 하지만 그때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커피를 쏟았고 물건이 젖어있다는 것이 무슨 의민지 인식하지 못했다. 그냥, 멍~

가방에 따로 빼놓고 다니는 물건은 개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