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료를 찾다가 00과자가 비건인지 아닌지 확인해달라는 글을 봤다. 성분으로 봐선 비건 같았다. 우유, 계란 등을 사용한 시설에서 제조했다지만 그런 건 비건쇼핑몰에도 흔하다. 그래서 별 문제 없는 비건이려니 했다.
첫 댓글은 나의 예상과 달리 백설탕을 문제삼았다. 백설탕을 정제하는 과정에 뼈가루를 이용한다고 했다. 응? 설탕 정제에 뼈가루를 이용한다고? 그래서 유기농 비정제 설탕만 사용해야 한다고? 무슨 말이지? 설탕 정제에 뼈가루를 사용한다는 말 자체가 사실인지를 확인했다. 관련 자료를 찾기 어려웠다. 더 정확하게는 귀찮아서 대충 찾았다. 그러고 나면 제조시설 공유를 문제 삼았다. 또 다른 댓글에선 비건은 단순한 음식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의 행동이라고 했다.
이런 일련의 반응을 읽고 나니, ‘그럼 나는 비건 안 할래’란 말이 튀어나왔다. 정크비건이고 꿀비건인 나는 사실 꿀(!)비건이란 사실부터 에러다. 비건의 엄격한 정의엔 꿀도 먹으면 안 된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꿀의 단맛을 좋아해서 종종 먹곤 한다. 비염을 관리하려고 프로폴리스도 먹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표현은 편식이다.
정말로 나는 채식보다는 편식에 가깝다. 어찌보면 나는 지금까지 표현의 편의를 위해 채식이라고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채식하면 건강하게 챙겨 먹는 사람을 많이 떠올리지만 정크푸드와 비건을 합친 정크비건 식생활을 자주 하고 있으며 채소 중에서 안 먹는 종류가 상당하다. 올해 상근하면서 비온뒤무지개재단 및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퀴어문화축제 활동가와 점심을 같이 먹고 있는데(점심 식사를 제공하고 돌아가면서 식사 당번을 하고 있다) 나로 인해 채식인의 이미지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 백설탕 운운하는 글을 읽으니 그냥 엄청난 편식인으로 설명을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물론 정크비건, 꿀비건이란 표현이 어쩐지 좋아서 계속 비건이라고 말하고 다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