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이 “여류”비행사 영화라고?

라디오 듣다가 처음 알았다. [청연]이 (최초의) 여류비행사 영화라는 ‘사실’을.

최초의 ‘남성’비행사란 말은 없어도 최초의 ‘여성’비행사란 말은 있다. 최초의 비행사란 말은 있는데, 최초의 비행사=최초의 ‘남성’비행사란 뜻으로 ‘남성’이 인간을 대표한다는 의미다.

뭐, 이런 인식까지 바란 건 아니다. 하지만, 여류비행사라니!!! 지금도 종종 접할 수 있는데, 여류작가란 말이 있다. 박완서선생님도 7, 80년대엔 “소녀적 감수성을 간직한 여류작가”란 평을 들었다(근데 “소녀적 감수성”은 뭐야?). 여류작가, 여류비행사 등등, 여류라는 말은 ‘여성’이 취미삼아, 풍류삼아, 놀이삼아 한다는 의미다. 즉, ‘남성’이 하면 전문적이고 진지한 것이지만 ‘여성’이 하면 취미일 뿐, “진짜”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어머니”되기, 가사 노동 등등)는 뜻이다.

(“금남의 벽을 깬, 최초의 남성”과 같은 말은 있어도 남류작가란 말은 더더욱 없다. HWP에선 고쳐야 할 글자로 나온다.)

여류비행사라니. 영화 어디에도 박경원이 취미로, 심심풀이로 비행을 하지 않는다. 버럭, 화나는 일이다!

알바: 눈,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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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알바를 위한 첫 모임이 있어서 갔다가 처음으로 눈을 맞았다. 그간 몇 번 눈이 내렸지만, 한 번도 직접 맞거나 내리는 장면을 구경한 적이 없었다. 조금이었지만 설레고 즐거운 기분이 몸에 번졌다. 아마 알바 회의를 위한 외출이 없었다면 눈을 맞을 일이 없었겠지. 그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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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멀미가 있어서 버스나 택시를 못 타는 편이다. 타고 있으면 매스꺼움을 느끼니까. 심할 땐, 버스를 타기 한 시간 전부터 멀미가 날듯이 매스꺼움을 느낀다. 그래서 기차나 지하철을 좋아한다. 기차야 명절 즈음에나 타니,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건, 걷는 것이지만. 지하철의 매력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글을 고칠 수 있다는 것.

볼펜으로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으니, 초고나 개요만 펜으로 쓰고 그 다음은 HWP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퇴고는 항상, 인쇄를 해서 펜으로 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공간이 지하철이다. 지하철에서 퇴고한 글이 지금껏 쓴 소논문의 반 이상이라고 해도 거짓이 아닐 정도로 지하철에서 퇴고를 자주 했다. 이상하게 지하철에선 편하게 작업할 수가 있다. (기차는 흔들림 때문에 글을 쓸 수가 없다.) 어떤 땐, 玄牝에선 책을 전혀 안 읽으면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엔 읽기도 했다. 오늘 발제문의 퇴고를 오고가는 지하철에서 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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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제 날짜로 알바를 시작한다. 5~6개월 정도. 급여에 감동 받았다-_-v

황우석 사태를 채식주의 페미니즘으로 읽기 위한 단초

07. 정작 낙농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들이 “생산”한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유 시기에만 생산할 수 있는 우유를 일년 내내 생산하기 위해 각종 호르몬을 주사하기 때문이다. 양계장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알을 낳게 하기 위해, 호르몬을 주사하거나 인공조명을 이용한다고 한다. 호르몬을 맞는 젖소나 닭은 모두 암컷이다.
이 글을 쓰면서 황우석 사태를 떠올렸다. ‘여성’의 난자를 대량으로 “채취”하기 위해 호르몬을 주사하는 것과 우유 혹은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호르몬을 주사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젠더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식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면이면서 육식이데올로기와 동물살해가 젠더폭력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드러내는 단면이 아닐까.

#내일 있을 세미나 발제를 위해 쓰고 있는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내일 관련 얘기를 할 수도 있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황우석 사태를 읽는 무수히 많은 입장들 중 하나는 채식주의 페미니즘이란 얘기를 하고 싶다. 상상력이 세상을 더욱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감각이라면 채식주의 페미니즘도 그런 상상력의 하나이다. 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