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눈,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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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알바를 위한 첫 모임이 있어서 갔다가 처음으로 눈을 맞았다. 그간 몇 번 눈이 내렸지만, 한 번도 직접 맞거나 내리는 장면을 구경한 적이 없었다. 조금이었지만 설레고 즐거운 기분이 몸에 번졌다. 아마 알바 회의를 위한 외출이 없었다면 눈을 맞을 일이 없었겠지. 그래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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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멀미가 있어서 버스나 택시를 못 타는 편이다. 타고 있으면 매스꺼움을 느끼니까. 심할 땐, 버스를 타기 한 시간 전부터 멀미가 날듯이 매스꺼움을 느낀다. 그래서 기차나 지하철을 좋아한다. 기차야 명절 즈음에나 타니,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지하철이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건, 걷는 것이지만. 지하철의 매력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글을 고칠 수 있다는 것.

볼펜으로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으니, 초고나 개요만 펜으로 쓰고 그 다음은 HWP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퇴고는 항상, 인쇄를 해서 펜으로 한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공간이 지하철이다. 지하철에서 퇴고한 글이 지금껏 쓴 소논문의 반 이상이라고 해도 거짓이 아닐 정도로 지하철에서 퇴고를 자주 했다. 이상하게 지하철에선 편하게 작업할 수가 있다. (기차는 흔들림 때문에 글을 쓸 수가 없다.) 어떤 땐, 玄牝에선 책을 전혀 안 읽으면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엔 읽기도 했다. 오늘 발제문의 퇴고를 오고가는 지하철에서 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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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제 날짜로 알바를 시작한다. 5~6개월 정도. 급여에 감동 받았다-_-v

황우석 사태를 채식주의 페미니즘으로 읽기 위한 단초

07. 정작 낙농업을 하는 사람은 자신들이 “생산”한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수유 시기에만 생산할 수 있는 우유를 일년 내내 생산하기 위해 각종 호르몬을 주사하기 때문이다. 양계장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알을 낳게 하기 위해, 호르몬을 주사하거나 인공조명을 이용한다고 한다. 호르몬을 맞는 젖소나 닭은 모두 암컷이다.
이 글을 쓰면서 황우석 사태를 떠올렸다. ‘여성’의 난자를 대량으로 “채취”하기 위해 호르몬을 주사하는 것과 우유 혹은 달걀을 “생산”하기 위해 호르몬을 주사하는 것 사이에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젠더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식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단면이면서 육식이데올로기와 동물살해가 젠더폭력과 얼마나 밀접한지를 드러내는 단면이 아닐까.

#내일 있을 세미나 발제를 위해 쓰고 있는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내일 관련 얘기를 할 수도 있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황우석 사태를 읽는 무수히 많은 입장들 중 하나는 채식주의 페미니즘이란 얘기를 하고 싶다. 상상력이 세상을 더욱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감각이라면 채식주의 페미니즘도 그런 상상력의 하나이다. 그 뿐이다.

[왕의 남자]: 트랜스 (1부)

다른 사람들이 동의할 거라 예상하지 않으며 납득시킬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도 않지만, 처음부터 가장 걸렸던 부분은, [왕의 남자]는 ‘동성애’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 트랜스젠더/트랜스섹슈얼리티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였다. 루인에게 공길은 ‘게이 남성’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트랜스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이것은 이반/퀴어와 트랜스의 “불편”한 관계에서 출발한다.
(1부 끝-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