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것저것 잡다하게

01

집에 돌아와 바람에게 인사를 한 후, 난 간드러진 목소리로 야아옹,하고 바람에게 말을 건다. 그럼 바람은 대략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난 이전보다 더 간드러진 목소리로 야아아옹,하고 운다. 바람은 여전히 대략 멍한 표정인데… 그 표정이 꼭 ‘내가 이 험한 꼴을 당하려고 저 인간을 기다린 것인가’.. 같다. -_-;;;
집사는 이러고 놀고, 바람은 이런 꼴 당하고 산다. 흐
02
11월 초순 즈음 입고될 것이라던 아미캣이 아직도 입고가 안 되고 있다. 아아… 이러면 곤란한데.
03
아침에 융에게 사료를 주려고 현관문을 여니, 융 이 녀석이 문 앞에 서선 문 안으로 들어올까를 잠시 고민하는 포스였다. 오랜 만에 봐서 반가웠지만(지난 주말에 보고 처음) 순간 당황했다. 물론 문을 다 열고 나가니 융은 언제나처럼 뒤뚱뒤뚱 자리를 피했다. 알고 보니 밥그릇이 깨끗하게 빈 상태. 아유, 누가 다 먹었누, 이뻐라. 하지만 융은 배가 고파 앙, 앙, 하고 운다. 사악한 나는 괜히 천천히 밥을 준다. 후후.

[고양이] 역시 융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노랑둥이

대략 한 시간 전.

집 근처에서 “우우웅”하며 고양이 울음이 들렸다. 으잉? 무슨 일이 있나? 그런데 이건 융의 소리는 아니다. 융은 앙,하고 짧게 끊어 우는 편이다. 아울러 배가 고프다고 해서, 내가 밖으로 나가지도 않았는데 밥 달라고 울지 않는다. 그래서 건너편 옥상에서 동네 고양이들이 놀고 있나,했다.
구경해야지 하며 문을 열었는데… 융은 현관문 바로 앞에 있었다. 난 융이 후다닥 도망갈 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곤 앙, 하고 울었다. 그리곤 다시 앞을 보곤 앙, 하고 울었다. 문을 조금 더 열었다. 계단 아래 노랑둥이가 있었다. 노랑둥이와 나는 눈이 딱 마주쳤다. 으..응? 그리고 잠시 삼자 대치(?). 노랑둥이는 잠시 갈등하다가 얼른 이웃집으로 도망갔다.
융은 계속 현관문 바로 앞에(나와 10cm 거리) 있다가 노랑둥이가 도망가자 그제야 평소 적당히 피해 있는 곳으로 도망갔다. -_-;; 밥 그릇을 확인하니 깨끗.
노랑둥이는 건너편 집 옥상에 사는 아이다(내가 사는 집이 지대가 높아 건너편 집의 옥상이 훤희 보인다). 가끔 옥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확인했고, 난 노랑둥이가 이곳으로 건너와 밥을 먹길 바랐다. 하지만 쉽게 올 수 있는 곳도 아닌 거 같고, 고양이와 내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사료 그릇을 보여주기만 했다. 아울러 지금은 융이 상주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자주 머물며 밥을 먹고 있으니 더 이상 내가 어떻게 관여할 부분도 아니고. … 그냥 이 정도로만 고민하고 있었는데.
노랑둥이가 이곳으로 건너와 밥을 먹고 가나보다. 하긴, 융 혼자서 다 먹기에 국그릇으로 두 그릇은 너무 많지. 의심은 했지만 설마했는데, 설마가 사실일 줄이야! 후후. 한 가지 걱정은 이렇게 마주치고 나서 도망갔으니 노랑둥이가 다시 안 오면 어떡하지? 아울러 밥이 없다고 서로 소리 내며 싸우면 곤란한데… 끄응…
암튼, 융 사진 공개.
여기가 융이 안전하게 피신하는 곳. 내가 훌쩍 뛰어들 수 없는 위치다.
융은 뒤로 이어진 길목(?)으로 다닌다.
밥그릇을 채우고 나서 괜히 사진을 찍고 있으니 내가 얄미울까? 흐흐.
+
겸사겸사.. 바람의 사진도 공개.. 흐흐.;;
며칠 전 폰으로 찍은 사진. 이렇게 있는 날이 잘 없는데 얼굴만 내밀곤 나를 불렀다. 흐흐.
난 이상하게 얼굴의 포커스가 나가고 뒷 배경이 선명한 사진이 좋다. 🙂
아.. 근데 배경이 무척 지저분하구나.. ;ㅅ;

[고양이] 융, 집 옆에 사는 고양이

ㄱ.
융과 나의 거리는 50cm. 이것은 사료 그릇이 비었는데 융이 배고플 때의 거리. 그 외, 우리 사이의 거리는 3m. 크크. -_-;; (이 고양이가!)
ㄴ.
며칠 전 저녁,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앙,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흘려 들었다. 계단을 올라와 밥그릇을 확인하니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융이 어딨나, 하고 확인하니 층도리인지 선반인지, 뭐라고 불러야 좋을지 알 수 없는 곳에서 계속 울고 있었다. 킁… 내가 오는 모습을 확인하고선 그때부터 울고 있었네. 내가 밥을 주려고 보일러실 문을 열자 후다닥 달려왔다.
ㄷ.
융은 물과 밥을 참 잘 먹는다. 매일 아침 다이소에서 산 스테인레스 재질 국그릇에 물을 가득 담는다. 다음날 아침이면 물이 바닥에 약간 고여 있거나 깨끗하게 비어 있다. 다이소에서 산 플라스틱 국그릇에 아침 저녁으로 한 가득 담아서 주는데 그걸 다 먹는다.
과연 융 혼자서 다 먹은 걸까? 아님, 상주하는 융 외에 다른 냥이가 또 있는 걸까? 혼자서 국그릇 가득 채워 두 그릇을 다 먹는 게 가능한가? 덩치가 엄청 큰 것도 아닌데. 몰래카메라라도 설치하고 싶은 찰나로구나. 크크.
ㄹ.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 털이 많이 고르고 윤기도 살짝 난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털도 거칠고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반지르르한 윤기는 아니어도 윤기가 살짝 나고 털도 참 고르다. 역시 밥과 물을 안정적으로 먹고 마실 수 있으니 좋은 거네.
ㅁ.
네가 진리의 삼색냥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을!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슬슬 정들고 있습니다. 정드니 귀여운 얼굴이네요.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