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마조마한 게 서스펜스. 수수께끼를 푸는 건 미스터리예요!”
“호모의 일상 그 자체네. 근사한 남자가 가게에 오긴 했는데 이를 어쩌나. 게이일까? 아닐까? 봐, 서스펜스와 미스터리 종합 세트잖아.”
-기노시타 한타. 『악몽의 엘리베이터』(김소영 옮김. 파주: 살림, 2009)
이번 달엔 이래저래 바빠 책을 몇 권 못 읽을 줄 알았다. 근데 어쩌다보니 논문을 제외하고도 10권은 읽었으니 아주 게을렀던 건 아닌 듯.
일본에서 1970년대 숟가락을 구부리는 초능력을 가진 초등학생 사건은 현대일본 작가들에게 일종의 집단기억을 형성한 걸까? 미야베 미유키의 『용은 잠들다』엔 관련 내용이 꽤나 자세하게 나온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에선 상당히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한다. 그리고 기노시타 한타의 소설, 『악몽의 엘리베이터』에도 초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숟가락을 구부리는 장면이 나온다. 1990년대를 한국에서 보낸 사람들에겐 “개구리 소년들”이 일종의 집단기억일 수 있을까? 뉴스를 안 보던 나도 생생하게 기억할 정도로 그 시절 한국사회는 “개구리 소년들”로 들끓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오늘날 소설을 쓰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2000년대 이후 등단한 작가들이나 출간한 소설을 잘 안 읽으니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잘 모르겠다. 딱히 어디에서 읽은 기억도 없고. “개구리 소년들”보단 서태지가 더 강한 인상을 준 거 같기도 하고. ㅡ_ㅡ;;
암튼 『악몽의 엘리베이터』는 무척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소설을 끝까지 읽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굳이 독후감을 쓸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난 독후감을 잘 안 쓴다. 그럼에도 굳이 이렇게 글을 쓰는 건 위에 인용한 구절이 재밌어서. 장르의 특성만 뽑아서 얘기하자면, 정말 절묘한 구절이다. 그래서일까? 커밍아웃과 파트너를 찾는 과정을 서스펜스와 미스터리로 풀어간 영화가 있었던 것도 같다. 암튼 이 책엔 게이(책에선 “호모”로 표현)가 등장하니 조만간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 기증할 예정이다. 혹시나 그 전에 이 책을 깨끗하게 읽고 돌려주실 분이 계시면 리플 다세요…라고 쓰지만, 아무도 안 달 거 안다;;; 아울러 이럴 땐 오프라인으로 만나기 어렵지 않은 분에게만 빌려 줄 수 있지 우편으로 주고 받기는 애매하다. 우편료가 책값보다 비싸기 때문;; 아무려나 혹시나 원하시면 빌려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