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간의 보리 사진은 여기서: http://goo.gl/jgPrF3
뭔가 기분이 묘한 어제였다. 그러니까 보리가 아니라 바람이 보리를 피하는 상황이랄까. 도대체 이게 뭐야.
첫 번째.
잠깐 외출할 일이 있어서 집에 나왔다가 뭔가를 빼먹어서 얼른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바람이 캣타워에 없었다. 응? 그리고 불 꺼진 방을 보니 바람과 보리가 묘하게 대치 상태. 그리고 내가 갑자기 나타나서 모든 게 멈춘 것만 같은 상태였다. 뭐랄까, 뭔가 묘한 기분이었다. 내가 없을 땐 바람이 그래도 캣타워에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이 처음인 건지 아직은 확인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이건 어떤 상황일까?
두 번째.
저녁 늦게까지 마루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어쩐 일인지 바람이 캣타워에서 내려와 밥을 먹으려 했다. 최근 같이 지내면서 이런 일이 처음이라(내가 인지하는 수준에서 이제까진 바람에게 밥그릇을 가져다 줘야만 밥을 먹었다) 정말 기뻤다. 그런데 근처 의자에서 자고 있던 보리가 갑자기 일어나선 밥을 먹는 바람에게 다가가 하악질을 했다. 그리고 바람은 놀라 그 자리에서 피했고 다시 밥을 먹지 않았다(나중에 내가 직접 다시 줘야 했다). 아니, 이게 뭐야. 어떤 사람에겐 고양이 나이로 4년이 넘은 바람이 이제 2개월령인 고양이를 무서워 하는 게 웃길 수도 있겠지만 나로선 뭔가 심각한 상황이다. 바람의 날카로운 성격으로 보리오 위화하는 게 아니라 바람의 극소심한 성격이 고작 2개월령 고양이도 무서워하거나 경계하는 것인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바람은 신경쇠약에 걸릴 수도 있다는 뜻일까. 아니면 내가 없을 때 알아서 잘 조율하는 것일까.
다른 한편 보리가 식탐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다른 고양이가 밥을 먹지도 못 하게 할 정도의 식탐인 걸까? 이게 다른 여러 고양이와 살다보니 생긴 일시적 현상인지 평생 지속될 현상인지에 따라 좀 골치 아픈 일이 될 수도 있어서 심란하달까.
암튼 한없이 잘 적응하고 있고, 집사의 목에서 자며 집사를 살해할 음모를 꾸미는 것만 같은 보리 고양이는 이제 덜 걱정이고, 바람을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끄응, 도대체 이게 뭐야.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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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금 여러분은 둘째를 들인 집사의 일희일비를 목격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