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라면 우연이다. 지난 목요일 거의 비슷한 시간에 두 명에게 입양 보낼 아깽이 소식을 들었다. 한 명은 수고롭게도 고양이 카페에서 내가 원하는 조건의 아기고양이를 찾아줬다 심지어 무니도 흰양말 신은 검은 고양이. 다른 한 명은 지인의 고양이가 출산했다며 입양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분명한 의사를 블로그에 표현하니 소식이 들려온다.
흰양말 고양이는 서울 동부 지역에 거주하고, 이제 3개월 정도 지난 듯했다. 길냥이를 집에 들였는데 임신한 고양이더라고. 그 고양이가 출산한 아이 중 둘을 분양할 예정이고 가급적 둘 모두를 데려가길 바라지만 한 아이만 데려가도 괜찮다고 했다.
친구의 지인 고양이 태비는 신촌 언저리에 거주하는 듯하고, 이제 1개월하고 조금 더 지난 정도였다. 역시나 길냥이를 집에 들였고 임신한 상태라 출산했고 네 아깽 중 세 아깽을 분양할 거라고 했다. 두 곳 모두 길냥이를 입양했다가 출산했고 분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재밌다. 그리고 마음 한 곳이 짠하다.
안 예쁜 고양이는 없지만 그래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흰양말 고양이는 무늬가 안심이었다. 나의 불안이 야기한 강박이겠지만, 아무려나 그랬다. 하지만 이미 3개월령이란 점이 문제였다. 지금 3개월이라면 당장 데려와야 한다. 하지만 입양에도 시간이 필요하고 바람을 설득해야 하는데 괜찮을까.
태비는 아직 1개월령이란 점이 좋았다. 그러니까 얼추 한 달 정도 바람을 설득하고 집을 꾸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내 집과 너무 멀지 않은 점도 좋았다. 결국 택시를 타야 하는데(ㅠㅠㅠㅠㅠ) 신촌 부근이 그나마 괜찮으니까. 그리고 내 강박 혹은 불안을 안심시키지 않는 무늬란 점도 좋았다.
흰양말도 태비도 다 좋았지만 첫느낌은 태비였다. 묘하지. 흰양말은 묘한 망설임이 있었다. 태비는 망설임이 없었다. 운명이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해도 망설임은 들지 않았다. 이게 좋았다.
내 집에 오기 전까진 오는 게 아니기에 더 이상 말하는 건 좋지 않겠다. 때가 되면 새로운 고양이와 바람이 같이 있는 사진이나 아깽이를 피하는 바람의 사진을 올리는 날이 오겠지.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