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일상, 착각

01

바람이 네 발로 걷는 모습을 볼 때면 당황한다. 두 발로 걷지 않고 왜 네 발로 걷고 있지? 난 바람이 두 발로 걸을 거란 착각을 할 때가 많다. 바람은 원래 두 발로 걷는데 내가 있을  때만 어색하게 네 발로 걷고 있다는 착각… 바람아, 얼른 두 발로 걸으렴…
02
며칠 전 늦은 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는데… 무언가가 후다닥 거실(?)을 지나 방으로 들어간다. 신을 벗고 방을 들여다 보니 구석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불을 켜니 바람이 구석에 숨어들어가고 있었다.
… 이 녀석이!!! 이건 바람 영역에 내가 무단 침입하는 분위기다… -_-;;;
근데 왜 외출할 때면 외출하지 말라고 우는 것이냐!!!
03
바람은 종종 내게 놀자며 야~~옹, 울지만 내가 다가가면 후다닥 도망간다. 묘하게 괘씸한데… 그래도 눈을 마주하고 내가 먼저 눈을 깜빡이면 바람도 따라 눈을 깜빡인다. 날 피해 도망가지만 고양이키스엔 적극 응하니 참을 수밖에.. 흐흐흐.

[고양이] 49일, 리카

01
외출 준비를 하면 바람은 불안한 표정으로 염소처럼 미앙, 미앙, 운다. 낮고 조금은 슬픈 느낌이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안다. 나가지 말라는 뜻이다. 같이 있자는 뜻이다.
바람은 자신의 영역에 머물고 있는 생물이 자신과 나 뿐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한 듯하다. 그리고 집에 혼자 머물고 싶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고 내가 집에 머물 때면 계속 붙어 있는 것도 아니다. 종종 놀자고 바람이 울긴 하지만, 계속 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바람은 그저 내가 있는 곳 근처에 머물 뿐이다. 바람은 그저 혼자 있길 바라지 않을 뿐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종일 집에 머물면 바람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럴 때마다 바람에게 미안하다. 여러 가지로…
02
방은 바람의 공간, 거실(?)은 리카의 공간이었을까. 둘 다 두 공간을 자유롭게 오갔지만 나름의 영역 구분은 있었던 것 같다. 리카가 떠난 후 바람은 꽤나 오랫동안 거실을 사용하지 않았다. 방과 거실을 들락거리긴 했지만 거의 항상 방에만 있었다. 얼추 일주일 전부터야 바람은 거실에서 뒹굴거나 거실에 머물곤 했다. 나름 각자의 공간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리카가 떠나던 날 거실에 있던 모습을 기억하며 거실에 머물기 무서웠던 걸까?
03
아침에 외출하거나 집에 돌아올 때마다 리카에게 인사한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가끔은 리카에게 인사하는 것을 잊을 때도 있다. 어떤 날은 일부러 인사를 하지 않는다. 이별을 몸에 익히기 위해.
바람을 마구마구 괴롭히며 놀다가, 가끔 리카의 스톤이 들어 있는 함을 보며 “지금은 어디에 있니?”라고 묻기도 한다. 리카는 지금 어디 즈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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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있을 때, 감정의 육체가 살아 있을 때 사랑하는 것이 좋다. “내일” 혹은 “나중에”라는 시간은 없다. 이 사소한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난 리카와 15년은 함께 살 줄 알았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소홀해도 나중에 잘 해 줄 거니까, 내일 맛있는 거 줄 거니까,라며 가볍게 넘어갈 때가 있었다. 그렇게 미뤘던 내일은 없다. 내일 같은 건 영원히 없다. 그냥 지금 현재 뿐이란 사실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너무도 절실하게 깨닫고 있다.
바람이 나를 부를 때면, 예전이라면 그냥 돌아보며 씨익 웃고 넘어갔다. 요즘은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줄 뿐이라고 해도 꼭 반응한다.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귀찮다고 느끼는 순간 불안이 엄습한다. 불안이 나를 훈육한다(아, 원래 불안이 몸을 훈육하긴 하지만;; ). 지금 이 순간, 내게 유의미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 뿐이다.
05
아직도 5월 27일과 5월 28일이 생생하다. 그나마 멀쩡한 모습을 봤던, 잠에서 덜 깬 얼굴로 나를 맞던 리카의 모습, 구석에서 우어엉 울던 리카의 모습… 이런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쩔 수 없다. 파일을 지우기 위해 Delete키를 누르고 쓰레기통을 비워도 하드디스크 어딘가에 흔적이 남는데… 하드디스크보다 부드럽고 결 많은 기억의 흔적을 어떻게 쉽게 지울 수 있을까? 그냥 떠올리는 수밖에.
하지만 7월 들어서는 리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고양이 안부를 묻는 사람에게만 말하고 있지만… 6월엔 차마 이 말을 못 했다. 최근에야 무지개다리를 건넌 리카 얘기를 하고 있다. 길게 말하는 건 아니다. 짧게 소식을 전하고 얼른 화제를 돌린다. 이 정도도 상당한 용기고 상당한 변화다.
06
이렇게 익숙해지고 있다.
그저 어떤 냄새는 괴롭다. 리카가 머문 입원실에선 어떤 지독한 냄새가 났다. 묵은 냄새가 났다. 꽤나 역한 냄새였다. 종일 그 냄새를 맡아야 하는 리카는 참 괴롭겠다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리카와 함께 병원을 나서며 다시는 그 냄새를 맡을 일 없을 줄 알았다. 아니었다. 길을 걷다 우연히 그와 비슷한 냄새를 맡았다. 후각은 즉각 반응한다. 어떤 중간 경로 없이 즉각 기억을 소환한다. 그 냄새를 맡는 동시에 나는 입원실에 누워 있던 리카를 떠올렸다.
그 어떤 냄새는 언제나 불시에 나를 찾겠지.
07
그래 이제 안녕, 49일 동안 이곳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안녕. 잘가…

[고양이] 바람의 일상

최근 읽은 논문으로 때우려다 바람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있어, 사진으로 때우는 글입니다…;;; 고양이 블로그를 따로 운영할 땐 고양이 사진을 올리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고양이 블로그를 중단하고 이곳과 통합한 지금은 고양이 사진을 올리려고 할 때마다 망설입니다. 왜일까요?

사진이 조금 늦게 뜰 수도 있습니다. 드랍박스에 사진을 올려 링크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제 블로그에 사진을 직접 올리면 사진이 빨리 뜨지만 트래픽초과가 나거든요. ;ㅅ;
열심히 그루밍하는 모습입니다. 찹쌀떡이 맛있나 봐요.. 흐흐.
뒤에 지저분한 모습은 무시합시다… 전부 인쇄한 논문.. 언제 다 읽나…;;;
저를 부르는 모습 같지만… 발라당 누워서 그루밍하는 모습입니다.
땡그란 눈은 우연히 걸린 모습이에요. 하하.
바람은 이렇게 그루밍을 하면서 이불을 엉망으로 만듭니다. -_-;
그루밍을 하고 이제 슬슬 잘 준비를 합니다.
이것은 속편하게 자고 있는 모습입니다. 네네.. 매우 부러워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