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고양이 카페』, 루이스 웨인

요즘 저녁 알바를 하고 있어, 내가 몰랐던 책과 접하는 기회가 부쩍 늘었다. 이 말은 계획에 없던 책을 사는 일이 늘었다는 뜻이다. ㅡ_ㅡ;; 가급적 자제하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다. ㅠ_ㅠ

암튼, 어제 발견한 책은 레슬리 오마라의 『고양이 카페』. 저자는 고양이와 관련한 거의 모든 내용을 쓰고 있다지만, 고양이 예찬론에 가깝다. 고양이와 관련한 부정적인 내용은 ‘예의 상’ 조금 있을 뿐.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샀고,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구성이 살짝 산만하달까, 지루하달까, 뭐 그렇다. 그래도 고양이 이야기니까. 무엇보다도 고양이 이미지가 많이 들어가 있어 좋다. 흐흐.

개는 부르면 오지만, 고양이는 일단 메시지만 받아놓고 나중에 찾아온다.
-메리 블라이

개와 고양이의 차이는 이렇다. 개는 ‘주인님은 나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사랑해줘. 주인님은 신이 틀림없어’라고 생각하는 반면, 고양이는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은 나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사랑해줘. 나는 신이 틀림없어’라고 생각한다.
-작자 미상.


흔히 고양이와 개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인상을 무척 간결하게 요약하고 있는 구절인데, 읽으면서 키득거리며 웃었다. 모든 개가, 모든 고양이가 위의 구절과 같지는 않다. 인간이 고양이와 개를 소비하는 방식이 재밌달까.

사실 이 책은 또 다른 이유로 무척 반가웠다. 얼추 10년도 더 전, 한 백과사전에서 어느 화가가 고양이를 그린 그림을 접하곤 단박에 반했었다. 그림 이미지는 강렬했지만, 문제는 화가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 ㅡ_ㅡ;; 근데 이 책에 그 화가의 이름이 있었다. 바로, 루이스 웨인(Louise Wain). (참고: http://images.google.com/images?hl=en&q=louis+wain&um=1&ie=UTF-8&ei=hfsPSsT4LMWdkAXOzoGoBA&sa=X&oi=image_result_group&resnum=1&ct=title )

때때로 그의 그림은, 정신분열증이 진행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쓰인다. 정신분열증을 앓기 전-초기-중기-말기 식으로 구분하고 그에 따라 그림도 구분하는 식이다. (참고: http://blog-imgs-12.fc2.com/d/o/d/dodonnchanchann/louiswain01.jpg )고백하자면, 난 그의 중후기 작품을 더 좋아한다. 중후기의 이미지에 혹했고, 여전히 그렇다.
( http://www.lilitu.com/catland  여기에 가면 그의 초기 작품이 있다.)

참, 아는 사람이 조만간에 고양이를 분양한다는데, 안타깝게도 함께 살 수가 없어 사양했다. 내년이면 몰라도 올해는 불가능하다. 언젠가 또 기회가 생기겠지.

고양이와 참치캔

며칠 전부터 밥을 해먹기 시작했고, 아울러 도시락을 싸다니고 있다. 도시락을 싸는 건 귀찮을 것도 없고 어려운 일도 아니거니와, 도시락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두 가지 좋은 효과를 주고 있다. 한 번 연구실에 오면 건물 밖으로 안 나가도 되고, 점심 겸 저녁으로 무얼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물론 밥 먹으러 나가는 걸 빌미로 그나마 했던 걷기 운동을, 이제 전혀 안 하는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_-;;

어제는 처음으로 참치캔을 샀다. 네 개를 묶어서 파는 걸로. 반찬으로 먹으려는 건 아니고;;;, 고양이에게 주려고.

지난겨울, 학교 도서관 근처에 고양이가 있었다. 사람들을 피하기는커녕 다가가면 가만히 있고, 먹을 것을 주면 따라오기도 하는. 어느 순간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는 것에 익숙했는지, 배고파 보이는데도 먹을 것 찾기보다는 사람들을 따라다니거나, 사람들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모습. 그땐 마냥 귀여웠고, 좋았다. 그러다 설이 다가와서 조금 일찍 부산에 가려고 했을 때, 그 고양이가 신경 쓰였다. 과연 설 연휴가 끝난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사람들이 주는 먹을 것에 익숙해서 음식을 직접 찾는 습관이 사라진 상태에서, 학교가 거의 텅 빌 설 연휴 기간 동안 굶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 굶어 죽은 건지, 학교를 떠난 건지,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지만 루인이 못 알아보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설 연휴가 끝나고 돌아왔을 때 그 고양이는 안 보였다. 그땐 그냥 싸한 느낌이었다.

어제 오후, 고양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배가 고픈 걸까.

몇 주 전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연구실이 있는 건물 근처에 고양이 몇 마리가 산다는 걸 알았다. 근데 이 고양이들은 사람들을 피하는 편이다. 사람 소리만 나도 숨고, 마주보다가 조금만 움직여도 어딘가로 숨고. 사람이 나오는 기척만 있어도 아예 숨어서 나오질 않는 정도다. 그러니 이 고양이들에게 먹을 걸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을 리 없다(고 짐작한다). 그런데 이 건물에 와서, 고양이를 만나기 시작한 지 좀 되었는데, 어제 오후처럼 우는 건 처음이었고, 그래서 배가 고픈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연구실에 같이 있는 사람도 비슷한 얘길하며, 아침에 건물로 오는 길에, 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져서 참치캔을 핥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 순간, 어제의 내일과 모렌 참치캔을 사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아침, 그 고양이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건물 옆에 있는, 쉬는 곳)에 참치캔을 들고 갔지만 나올 리 없다. 고양이들이 있다는 걸 확인하면 캔을 놓고 가려고 했지만, 의자에 앉아 있으면 오히려 안 나올 것 같아, 그냥 고양이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캔을 두곤 연구실로 돌아왔다. 몇 시간이 지나 복도를 걷다가 캔을 둔 곳을 보니, 캔이 뒤집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먹긴 먹었나보다 했다. 오후엔 두유 한 잔과 참치캔 하나를 뒀고.

이 이상 줄 의향은 없다. 추석이 끝나고 다시 사람들이 북적거리기 시작하는 목요일부턴 주지 않을 계획이다. 그러다 일요일 아침 학교 오는 길에 고양이가 떠오르면 편의점에 들러 참치캔 두어 개를 살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길들고 싶지가 않아서. 고양이가 루인을 길들이는 건지, 루인이 고양이를 길들이는 건지는 모르겠지만-_-;; 그 어느 쪽으로도 길들고 싶지가 않다(라고 썼지만, 이미 고양이가 루인을 길들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크크크;;) 설 연휴가 끝나고 사라진 고양이(루인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가 떠올라서기도 하고, 그 고양이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꾸려가고 있는 삶에 가급적 간섭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누가 그 캔을 가져다 두는지 드러내고 싶지도 않고. 뭐, 사람의 기척만 있어도 숨어버리니 누가 가져다 두는지 알 수도 없겠지만. 흐흐. 그냥, 걔네들은 걔네들 방식으로 살고, 루인은 루인이 살아온 방식으로 살아가면서, 그저, 그 고양이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 주말이나 연휴 기간에만 슬쩍, 누군가 흘린 것처럼 가져다 두는 정도. 그렇게 간섭하지 않으면서 루인의 판단으로 최소한이라고 여기는 수준에서만 개입할 수 있게.

딱, 이 정도의 인연이면 좋겠다.

+
근데 고양이들, 햄도 좋아하나요? 인근 할인점에 콩고기로 만든 햄을 팔았는데(지금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햄도 먹으면 담엔 햄을 줄까 해서요… -_-;; 캔의 뚜껑을 확실히 제거하고 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캔에 베일까봐 걱정도 되고…. 이러다 나중엔 고양이용 접시를 마련하는 건 아닌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