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고장, 글쓰기 강좌

이 계절이 춥다고 느끼는 분께선 피해야 할 소식.
집 보일러가 고장났습니다. 후후후. 11월 중순 즈음 시험 삼아 보일러를 틀었는데 무반응.. 흠.. 귀찮아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최근 밤에 보일러를 틀지 않고 자기엔 좀 쌀쌀하여 틀었는데 무반응. 후후후. 토요일 오전에 한 번 작동은 했지만 이후로 계속 무반응. 그리하여 현재 보일러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이는 소식은 전기장판도 고장났습니다. 온도조절기가 고장. 중고로 물려받은 건데 현재 제품을 생산한 회사는 부도났는지 검색이 안 됩니다. 우흐흐흐.
이 시원한 계절, 이불을 덮어쓰고 자고 있는데 이러다가 두통으로 새벽에 깨진 않으려나 걱정을 살짝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전 트랜스니까요. 😛
(아, 시간이 안 맞아서 보일러 수리기사를 못 부르다가 오늘 저녁에 만날 듯합니다.)
화요일 저녁에 글쓰기 세미나를 했는데.. 반응이 좋으네요.. 들은 분들은 다 좋다고,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다행이고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제 전공인 트랜스젠더 이슈로는 이 정도의 반응을 접한 적이 없어서 살짝 당황… 흠.. 어째서…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죠.. 흐흐. 그리고 어떤 주제의 강의건 이런 반응을 받으면 기분 좋고 또 좋게 들어준 분들께 고맙지요.)
암튼 이런 반응을 보며 다시 한 번 글쓰기의 기술적인 부분을 강의하는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음과 함께, E와 유료 글쓰기 세미나를 진행하는 걸 농담 삼아 얘기했습니다. ‘이런 걸 유료로 강의해도 괜찮나’라는 갈등과 ‘하지만 강의는 기본적으로 유료인데’라는 고민 속에서 이 농담을 실현할 것이냐 마느냐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괜찮으려나..
학위논문을 써야 하는 대학원생, 혹은 대학원 생활을 하며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대상으로 ‘야매’ 노하우/실전 글쓰기 강의를 (너무)부담스럽지는 않은 가격으로 한다면 들을 분이 계시려나.. 암튼 뭔가 재밌는 걸 깨달은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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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자료 검색 서비스도 하고 있는데.. 으하하. ;;;

글쓰기 세미나

다음주에 (반드시 학과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학과 사람 뿐일 거라)학과 사람과 함께 하는 글쓰기 세미나를 하기로 했다. 학과 사람들과 무엇을 나눌까 고민하다가(여기엔 많은 다른 배경이 있지만, 훈훈한 에피소드로 조작하기 위해 자세한 내용은 생략합니다) ‘글쓰기와 자료찾기’를 키워드로 2시간 가량의 세미나 자리를 열겠다고 했다. 이 세미나를 기획했을 때 내가 떠올린 집단은 이제 1학기이거나 2학기인 분들이었다.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어떻게 기말페이퍼/논문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자료를 찾아야 하는지 가늠이 안 되는 분들을 위한 팁을 제공하는 자리랄까. 딱 이 정도 상상으로 자리를 기획했는데.. 논문학기생이 더 좋아한다. 지금 논문 쓰는 분들이 더 열렬하게 반응한다. 흠…
하지만 딱히 놀라운 일도 아닌데, 글쓰기 문제에서 어려움을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사람은 학위논문을 쓰면서 헤매는 사람이다. 나는 글쓰기의 어려움이, 이제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이 가장 크게 겪을 거라고 판단했지만,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더 크게 겪는 문제란 걸 잊고 있었다. 즉 글쓰기가 지금 당면한 문제인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란 걸, 나는 왜 깜빡했을까…
단지 다음주에 할 글쓰기와 자료찾기 세미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원에 재학하고 있는 많은 사람이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구나,라고 느낀 건 지난 9월이었다. 학과에 글쓰기 수업이 개설되었는데(결국은 글‘쓰기’ 수업이 아니라 사유하기 수업이지만) 수업 첫날 29명이 들어왔다. 대학원 수업에서 29명이면, 수업이 불가능한 인원. 이때 정말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어려워한다는 걸 체감했달까. 그러고 보면 대학원에 입학하면 글쓰기와 강의하기는 거의 필수인데도, 이를 가르쳐주는 수업은 거의 없다. 글쓰기와 강의는 그냥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느낌이다. 혹은 글쓰기 수업을 통해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고 싶은데 인식론만 말한다거나(인식론 없이 글쓰기가 불가능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정말 기술적인 부분에서 막힐 때가 있다)…
그나저나 내가 할 얘기는 논문 쓰기의 기술적인 부분이라, 사람들의 기대가 어떤지에 따라 많이 실망하겠지.. 물론 출판하면서 야매로 배운 기술이나 노하우를 약간 공유하긴 하겠지만 이건 워낙 개인차가 심해서 마냥 공유할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더 큰 문제는 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실제 내가 공유하는 정보가 좋은 정보는 아닐 수 있다.
암튼 완전 비공개 세미나는 아니라고 알고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알아서 정보를 찾아서 오셔요.. 설마 쫓아내겠어요.. ^^; 그럼에도 학과 사람을 우선 대상으로 하기에 자리가 부족하다면 못 들으실 수도.. ^^;;;;;;
+그리고 여러 번 강조하지만, 내가 글쓰기를 제대로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라 야매로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