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가 끝난 다음날엔 어김없이 비염이 터진다. 긴장이 풀려서다. 알바를 하는 동안은 늘 긴장 상태다. 이제까지 알바를 하며 지각한 적 없듯,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몸을 관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말을 제외한 매일 아침, 6시 즈음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씻고 준비해서 지하철을 타고 알바를 하러 간다. 이것이 9개월 동안 지속된다. 흔히 얘기하는 연가나 월차 같은 것이 없기에 그냥 매일 다닌다. 다른 일이 있어서 알바를 빠져야 하면 다른 날 보충하는 식으로 조정해야 하고. 그래서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아도 괜찮은 아침엔 긴장이 풀릴 수밖에 없다. 긴장이 풀리니 비염이 터진다. 긴장이 풀리지 않아도 비염은 터지지만 긴장이 풀리면 어김없이 비염이 터진다. 뭔가 재밌다. 긴장감과 비염은 무슨 상관관계일까? 알바를 할 때도 비염이 터지지만, 어떤 일을 일단락 한 다음 한숨 돌릴 때면 긴장감이 풀리면 어김없이 비염이 터지니…
그래도 일전에 사둔 약도 있었고 낮에 한숨 잘 수도 있어서 종일 비염을 앓지는 않았다. 일전에 사둔 약, 괜찮다. 효과는 느리지만 그래도 중단된다는 게 중요하다. 약효가 즉각적이면 더 좋겠지만 이것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보통 비염이 터지면 그 순간부터 잘 때까지 지속되거나 잘 때도 지속되니 다음날 아침이 되어야 그럭저럭 살만하다. 하지만 이번에 약을 먹으니 중간에 중단되었다. 오오… 오랜 만에 약을 먹어 괜찮은 걸까? 물론 코 세척은 계속 하고 있다. E느님께서 사준 비염용 코세척기가 있어서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하고 있다. 물론 코세척만으로는 비염이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코세척을 하면 그나마 좀 낫다. 좀 편하다. 그리고 이전보다 상태가 호전되었다. 지금이라고 그렇게까지 양호한 것은 아니지만.
암튼 알바가 끝나 한숨 돌리며 이런저런 일을 했다. 아직 완전하게 쉴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원고도 써야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을 잔뜩 읽고 싶다. 방학이라고 무작정 많은 책을 읽을 순 없지만 그래도 많이 읽고 싶다. 머리가 비어 있으니 허기지다.
알바가 끝나니 이제 학생이다. 전업학생. 나는 언제 전업학생으로 살 수 있을까?
+이 글은 크롬 웹브라우저의 writer라는 웹앱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타자기 소리가 나니 글쓰는 재미가 배가 되는구나. 우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