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융의 셀프입양 시도,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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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아침. 참 오랜 만에 융을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캔 사료를 주고 등을 살짝 토닥여주기도 했다. 그러며 융 특유의 꼬리를 구경했는데… 아픔만 느꼈다.
융의 꼬리는 사각형 아이스바처럼, 짧고 넓적한 편이다. 첨엔 사고로 잘린 것일까 착각했다. 그 정도로 짧다. 아울러 직사각형 모양이다. 그래서 융을 만나면 꼬리 구경하는 게 또 하나의 재미다.
이틀 전에도 꼬리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아… 몸과 꼬리가 연결되는 부분이 벗겨지고 피빛이 선명했다. 다친 것일까? 싸워서 그런 것일까? 사고라도 났던 것일까? 융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지만 내 몸이 편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겪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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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 참 오랜 만에 융을 이틀 연속 만났다. 그것도 융이 문 앞에서 끼앙, 끼앙 울고 있었다. 마침 나가는 길이었기에 겸사겸사 서둘러 나갔다.
문을 열고 나갔는데, 그 틈을 타고 융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선 거실(이라고 내가 주장하는 곳)에 발을 놓기 직전이었다. 난 화들짝 놀라 ‘으악’이란 소릴 냈다. 융은 서둘러 되돌아 나왔다. 융의 2차 셀프 입양 시도.
밥 그릇엔 밥이 남아 있었지만 융은 먹지 않고 있었다. 사료를 새로 담아주니 그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융은 내게 무얼 바라는 걸까? 루스는 문이 열려 있어도 집안을 구경만 할 뿐 융처럼 들어오려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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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이 세 번째로 셀프입양을 시도하면 그땐 융을 들여야 할까? 아마 입양을 결정하는 순간, 수십만 원이 깨질 각오를 해야 한다. 아니, 백만 원 가량이 깨질 각오를 해야 할까? (통장에 그 정도 잔고가 있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의 이슈다.) 건강 검진을 해야 하고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질병검사를 해야 하고 털도 한 번 다 밀어야 하고…
입양이 쉽지 않은 것은 단순히 돈 백 깨지는 문제라서가 아니다. 바람이 어떻게 반응할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바람보다 덩치도 훨씬 큰 융이 바람의 공간에 들어온다는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 바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나는 융을 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도 융이 자꾸 신경 쓰이고 융을 만나면 거의 항상 간식사료를 같이 주고 있다. 물론 정이 들어서 이런 것일 뿐이지만. 어장 관리도 아니고, 융과 나는 참 어정쩡하고 난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또 이렇게 대답이 있을 수 없는 고민만 하고 있다.

[고양이] 이것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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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처음 살 땐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리카가 나와 같은 언어를, 혹은 내가 리카와 같은 언어를 사용해서 리카가 하는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소통에 강박적이던 시절이 있었다. 끊임없이 얘기를 나눠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고양이와 살면서 말이 통하지 않아 상처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말이 주고 받으면서가 아니라 말이 통할 것이란 기대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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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이전부터 융을 만날 수 없다. 설이 되기 며칠 전 융을 만났는데 그 이후 융을 못 만났다. 밥을 먹고 가는지도 모르겠다.
융은 처음으로 밥을 먹으러 온 아이고, 한 동안 집 근처에 자리를 잡기도 했기에 정을 줬는데.. 이 추운 날 안 좋은 상상을 하려다가 서둘러 관뒀다. 그 상상력이 만들 무서움과 공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부디 잘 지내기를…
그리고 어차피 다 스쳐가는 인연인 걸. 그냥 스쳐가는 인연인 걸…
… 이라고 어제 아침 작성했는데, 어제 낮에 잠깐 바깥에 나갔더니 융이 밥을 먹고 있었다. 너무 반가워 깡통 간식 사료를 하나 주고, 따뜻한 물을 줬다. 융은 맛있게 밥을 먹었고 그 틈을 타 난 (캔사료를 주느라 끼고 있던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등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좀 야위었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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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는 이 추운 날에도 여전히 밥을 먹으러 온다. 아침에 물을 주면 그 자리에 앉아 한참 마시기도 하고. 이렇게 꾸준해서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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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대피소 박스가 스크래처로만 쓰이는 줄 알았는데, 설 전까지는 루스가 안식처로 사용했다. 그 사실을 우연히 알았다. 시험삼아 박스 근처에서 간식거리 포장을 뜯는 소리를 냈더니 후다닥 기어나오더라. 흐흐. 어떤 날은 루스가 박스 안에 있고, 허냥이가 박스 위에 올라가 있곤 했다. 하지만 비가 내리가 박스가 좀 허물어지면서 이제는 폐허가 되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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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흰둥이 둘이 어울려 있곤 한다. 어느 집 지붕 위에 둘이 딱 붙어선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그 두 고양이가 어느 날 집 앞으로 밥을 먹으러 왔다. 오홋. 종종 들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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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밥이 거의 안 줄었고 어떤 날은 아침 저녁으로 밥그릇을 가득 채워야 한다. 꾸준히 드나드는 고양이도 있고 가끔 들리는 아이도 있겠지. 이 추운 날 부디 무사히 살아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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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람을 내 배 위에 올려놓으니, 뭐랄까, 그 얼굴이 매우 만족스럽고 또 푹 퍼진 것만 같은 표정이다. 흐흐. 언젠간 꼭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표정이다. 🙂

[고양이] 융, 루스, 노랑둥이, 시베리안 허냥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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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아침. 오랜 만에 융을 만났다. 그 전, 융이 집에 들어오려고 했으나 내가 거절했고 그 이후 융은 단단히 삐진 듯했다. 아침 저녁으로 밥그릇에 사료가 너무 많이 남아서 융이 안 오는 것일까, 걱정할 정도였다. 그래서 13일 아침, 융을 만났을 때 유난히 반가웠다. 다행이었고.
하지만 융의 표정음 심상찮았다. 내가 나가자 융은 자리를 피했다. 최근 많이 가까워졌는데, 가깝던 거리보다는 멀어졌고, 멀었던 거리보단 가까운 그런 거리로 피했다. 심지어 내가 밥과 물을 챙기는 동안 고개를 살짝 돌리곤 ‘나 삐졌어’ 혹은 ‘나 화났어’란 분위기를 팍팍 풍겼다. 흐흐. 아우, 귀여워라. 그래서 캔사료를 하나 추가로 줬다. 이런 것으로 화가 풀리진 않겠지만.
지금은 집에 못 들이지만, 언젠가 내가 이사를 해야 할 때, 그리고 그때도 융이 살아 있고 밥을 먹으로 온다면 그땐 납치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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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는 재밌게도 나만 보면, 운다. 일단 운다. 야아옹, 운다. 목소리라도 작으면 좋으련만, 꽤나 요란한 크기로 운다. 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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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둥이를 만났다. 꽤나 오래 전 단 한 번 만난 고양이라 그저 지나가는 길에 한 번 들린 것이려니 했다. 더 이상 만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 그냥 잊고 살았다. 그저 아주 가끔, 이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내나 궁금할 뿐이었다.
어제, 토요일, 택배를 받을 일이 있어 잠깐 나갔다. 문을 여니 서둘러 도망가는 고양이가 보였다. 노랑둥이가 밥을 먹다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피하는 딱 그 정도 거리로 피했다. 주택이라 택배를 받으러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니 노랑둥이는 밥을 먹고 있었다. 노랑둥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야겠다고 결정하고, 중간에 멈췄다. 그랬더니 노랑둥이는 밥을 먹지 않고 나를 바라봤다. 눈을 껌뻑껌뻑이며 나를 보기만 했다. 내가 근처에 있으니 불안한 것일까. 계단을 오르려고 시도하니 노랑둥이는 얼른 옆으로 피했다. 서둘러 집으로 들어왔다.
몸 한 곳에 반가움이 남아, 간식거리를 챙겨 나갔다. 노랑둥이는 또 서둘러 피했다. 노랑둥이의 점심은 참 고달프다. 간식을 꺼내 주니, 눈이 번쩍 뜨이는 티가 난다. 아마 처음이겠지? 아침 저녁으로 밥을 주면서 가끔 기분이 내키면 간식사료(캔을 비롯한 자잘한 것)를 같이 준다. 하지만 이 시간에 맞춰 오는 아이는 융이나 루스니 노랑둥이가 먹을 가능성이 적다.
자주는 아니라고 해도 가끔은 만났으면 좋겠다. 안부라도 알 수 있게.
그나저나 눈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괜찮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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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밥을 주러 나갔더니 어디선가 아련한 느낌으로 야옹, 울음소리가 들렸다. 착각한 것이려니 하면서도 어딜까, 둘러봤다. 옆집 담장 근처에 고양이 얼굴이 보였다. 토메키치를 닮은 얼굴이었다. 오오, 새로운 얼굴에 꽤나 잘 생겼다고 감탄했다. 하지만…(응?) 융이었다. 흐. ;;; (미안;;) 융은 1.5미터가 넘는 높이의 담장에서 어떻게 내려올까를 망설였다.
이 와중에 또 다른 곳에서 고양이가 나타났다. 평소 고양이가 드나드는 길목에서 루스가 나왔다. 어김없이 우아앙, 울었다. -_-;;
자, 이제 누가 먼저 밥을 먹을 것인가. 평소엔 융이 먼저 먹지만 이번엔 루스가 먼저 먹겠거니 했다. 그런 줄 알았는데, 융이 담장에서 내려오더니 내가 있거나 말거나, 루스가 있거나 말거나 계단을 걸어올라왔다. 그러고선 내가 밥그릇을 채우는 중인데도 자리를 딱 잡더니, 밥그릇을 다 채우니 곧장 와그작, 와그작 밥을 먹기 시작했다.
우와앙 울던 루스는 결국 2등. 용기 없는 자 혹은 아직 경계하는 자는 2등이란다. 크크크.
암튼 융이 밥을 와그작, 와그작 먹기 시작할 때, 난 손가락 끝으로 살짝 융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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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있던 일. 혹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
밖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렸다. 배가 고픈걸까 했다. 저녁시간이나 밥그릇이 비었을 수도 있다. 물론 밥그릇이 비었다고 우는 경우는 없지만 그래도 또 모를 일이다. 그래서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문을 연 순간, 두 고양이가 동시에 눈에 들어왔다. 우선 익숙한 녀석. 루스는 밥을 먹는 중이었는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평소 고양이들이 자리를 피하는 곳엔 연회색의 덩치 큰 고양이가 있었다. 그 녀석, 요란하게 울다가 갑자기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는데… 강아지? 얼굴이 딱 강아지 닮았다. 그것도 시베리안 허스키 무늬와 얼굴이었다. 덩치도 꽤나 컸다.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 중 가장 큰 편. 그래서 시베리안 허냥이가 루스를 밀어내고 밥을 먹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루스가 밥을 먹고 있었다. 밥 그릇엔 밥이 적잖게 남아 있었다. 신경을 끄기로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다시 울음소리가 들렸다. 이상하다 싶어 나갔더니 후다닥,하는 소리가 들렸다. 둘은 뭘 하고 있었을까. 둘은 다시 자기들끼리의 경계를 풀고 날 경계했다. -_-;; 그 모습을 잠깐 구경하다 집으로 들어왔다. 아니, 밖으로 나가진 않았다. 문을 살짝 열고 얼굴만 내밀었으니까.
또 울음소리가 들려 이번엔 그냥 밥그릇을 채우기로 하고 나갔다. 겸사겸사 간식도 좀 주고. 나가니 루스와 허냥이, 모두가 떠났는지 안 보였다. 잠시 주변을 살피니 허냥인 임시보호소 박스 위에 앉아 있었다. 루스는 안 보였다. 밥그릇을 채우고 간식사료를 주려는데, 그 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루스가 나타나선 우아앙, 울기 시작했다. 이 녀석. -_-;;; 반으로 나눠 둘에게 주고선 집으로 들어온 지금.
아직도 밖에선 허냥이 울음 소리가 들린다. 끄응.. 이 집에서 밥을 먹으려면 조용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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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추위 대피용 구호소인데도 모두가 외면하여 그냥 박스일 뿐인 임시거처의 쓰임을 발견했다. 스크래처다. ;; 박스의 지붕을 발톱으로 뜯은 흔적이 선명하다.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쓰임을 찾았으니 다행이다. ;ㅅ;
07
그나저나 내가 고양이를 걱정하고 신경쓰는 만큼만 혹은 그 십분의 일 만큼만 사람에게 신경을 썼다면 내 인간관계가 달라졌겠지.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