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어떻게 입력할까요?
무언가를 쓰려고 새글쓰기를 클릭했는데, 문득 할 말이 없다는 걸 깨달았죠. 무엇을 쓰고 싶었던 걸까요? 무언가를 쓰려고 나스타샤를 켰는데, 갑자기 할 말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막막함, 먹먹함. 그 어떤 상실감.
무엇을 써야 할까요? 태터툴즈 클래식 버전을 기억하시나요? 태터툴즈 클래식 버전의 글쓰기엔,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라는 글자가 기본적으로 들어 있어요. 하지만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라는 글자로 이미 내용은 채워져 있기도 해요. 아니에요, 이런 말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지지난 일요일, 개별연구수업을 준비하며, 논문의 키워드와 각각의 아이디어들은 있는데 그 아이디어와 키워드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몰라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지식인”이 떠올랐어요. 웃겼어요. 네이버라면 메일(주로 사용하는 메일은 gmail이지만 메일계정은 10개 정도 있는 듯;;;)과 카페로만 사용할 뿐이고, 검색은 엠파스와 구글을 사용하거든요. 지식인은 믿지 않는 정보 중 하나죠. 하지만, 각각의 연결고리를 잡지 못했을 때 떠오른 건, 지식인에 키워드와 아이디어를 적고 “이 키워드와 아이디어로 논문 목차를 구성해주세요. 급합니다. 내공 100 드릴게요.” 라는 글을 쓰고 싶다고 느꼈어요. 웃겼어요. 지식인이라곤 어쩌다 걸리는 웹페이지에 지나지 않는데도 어느 순간 이런 식의 말들에 익숙해져 있다는 사실에.
물론 이런 상상은 단지 당시의 몸상태를 표현하는 방식일 뿐, 누군가가 이렇게 주제를 구성하고 이런 목차로 글을 쓰거라, 고 한다면 “싫어!”라고 말하며 거절하겠죠. 그저 막막했었죠. 하지만 이런 막막함을 견디며 어떤 상황을 모색하는 것을 좋아해요. 불안을 견디듯 견디는 막막함.
정말이지 키워드만 있고 주제를 명확하게 잡지 못하는 상황에선, 누군가가 주제를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기도 했어요. 그러면 글은 어떻게라도 열심히 할 텐데, 라고 중얼거리면서. 하지만 이렇게 막막함을 견디다, 지난 일요일 갑자기 목차를 짜기 시작했고, 그렇게 현재의 목차가 나왔어요. 사실 목차를 짜기 직전까지는 목차를 짤 엄두도 못 냈어요. 그런데 목차를 짜야겠다고 책상에 앉아 이면지를 꺼냈을 때, 어떻게, 어떻게 목차가 구성되고 있더군요.
물론 이 목차를 또 언제 어떻게 바꿀지는 알 수 없죠.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그래도 현재로선 현재의 목차대로 진행할 거예요. 아니, 현재의 목차대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하려고 계획한 방식으로 목차를 구성했네요. 하고 싶은 건 있어요. 그걸 목차로, 어떤 한두 줄로 설명할 주제로 잡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사실 지금도 한두 줄로는 설명을 못 해요. 아니 여전히 주제는 불명확해요. 두 가지인지, 한 가지인데 두 가지라고 착각하는 건지, 따로 다뤄야 하는데 하나에 구겨 넣고 있는 건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아요. 그래서 목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가장 엉성하게 남아 있는 건지도 몰라요. 정확하게 어떤 지점을 말 하려는 지를 명확하게 할 때 목차도 조금은 덜 엉성한 형태로 구성되겠죠.
이번 학기가 끝나면 좀 달라져 있을까요? 아무렴 어때요. 그저, 이 막막함을 견디며 지내겠어요. 이 막막함을 묵묵히 견디고 나면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하나만 놓치지 않겠어요. 그러다 무엇도 느낄 수 없으면 또 어때요. 어쨌거나 막막함을 견딘 시간은 몸이 기억할 테니까요. 이런 시간들을 몸이 기억한다면, 이번 학기 내내 고민했던 내용들을 모두 엎고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목차를 처음부터 새로 짠다고 해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반복한다고 해서 익숙해지거나 능숙해지는 건 아니지만, 아주 낯설지는 않겠죠. 어렴풋한 흔적만은 남아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