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어젠 좋은 기회로 논문의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올해 들어 특강이건, 강좌건, 이것저것 다 모으면 세 번 정도 강의 혹은 발표 할 기회가 있었다. 이전에도 논문 내용의 일부를 언급하긴 했지만, 온전히 논문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를 한 건 어제가 처음이었다. 그러니 공식적으로 첫 논문발표 자리였나? 실력이 부족한데도 끊임없이 이런 기회를 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며칠 동안 논문을 처음부터 정독해야 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언젠간 해야 할 일. 이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학하는 몸으로, 자해하는 몸으로 논문을 읽는다. 흥미롭게도 이번엔 예전과 느낌이 많이 달랐다. 예전엔 그저 싫기만 했다. 오탈자와 문제점이 너무 커서 그저 싫었다. 근데 이번엔 싫은 와중에도 좀 달랐다. 이 논문을 통해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무엇이었는지를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달까. ‘아, 그래, 난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구나‘란 말을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논문구조의 문제점이 조금은 더 분명하게 다가왔다. 좀 다른 구조를 취했어야 했는데, 라는 아쉬움도 느끼고.
확실히 논문을 쓰고 다시 검토하는 과정은 글을 쓰는 방법을 (다시/새롭게)배우는 과정이다. 큰 틀을 조직하고 논리적인 흐름을 몸에 익히는 과정이기도 하고.
논문의 내용 중 일부는 좀 더 발전시켜서 새로운 글로 만들고 싶은데, 게을러서 정말로 쓸지는 미지수다. 암튼 어제 발표는 여러 모로 유익했다. 무려 두 가지 새로운 주제를 얻기도 했고. 발표자리, 특강자리는 언제나 내가 가장 많이 배우는 자리라는 말은 불변일까나.
02
조금만 언급하자면, 문제의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위 문장은 논문의 일부. 어쩌면 이 한 문장에 모든 고민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제기하고 싶은 이슈는 트랜스젠더와 같이 비규범적인 존재들의 특수성이 아니라, 특정 개인들을 특수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 그리고 자신들은 평이하다고 믿는 그 평이함이다. 그것이 정말 평범한지 의심스러웠고, 그래서 계속해서 평이함 혹은 규범을 질문하며 논의를 전개했다. 그래서 동어반복, 했던 말 하고 또 하고, 또 하는 경향이 심하다. ㅡ_ㅡ;;
트랜스젠더 이슈를 얘기한다는 건, ‘트랜스젠더란 누구인가’란 방식으로 ‘그들’을 질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관련 얘기를 하면 적잖은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그들’의 문제로 여기고 ‘우리’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반응한다. 하지만 특정 이슈를 얘기한다는 건, 언제나 그 이슈와 관계에 있는 모든 이들을 끌어 들여 이야기 하는 것이다. 트랜스젠더 이슈를 말한다는 건, 트랜스젠더와 비트랜스젠더의 관계를 얘기하는 것이며, 젠더란 이슈를 다시 질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 규범들, ‘평이함’들을 질문하고, ‘평이함’이란 허구를 폭로하는 과정이다.
관련해서 좋아하는 또 다른 구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