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년 전 크리스마스 전날 밤엔 이사 준비로 바빴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저도 안 믿습니다만;;; ), 이사 날짜를 25일로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밤새 이삿짐을 싸고, 뒷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그 후 5년 동안 제 삶은 언제나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 아니군요. 뭔가 엄청난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 제가 평생을 여유롭고 빈둥거리며 지낼 거라 믿었습니다. 모든 약속은 기억할 수 있는 정도고, 다이어리 같은 건 필요 없는 삶. 더 정확하게는 한달에 많아야 약속 한둘인 삶. 방에 콕 박혀 느긋하게 책을 읽는 삶. 알바와 학교, 그리고 책과 웹이 전부인 삶. 5년이 지난 지금 저는 동시에 서너 가지 프로젝트에 알바와 원고 쓰는 것 정도는 바쁜 축에도 안 드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알바와 원고 두엇, 프로젝트 한둘이면 그냥 평범하다고 말하는 삶. 어떤 사람에겐 너무도 바쁜 것 같은 삶이 느긋하게 여겨지는 삶. 아니, 제 주변 사람들 상당수에겐 그냥 일상적이고 평이한 방식인 삶. 이런 삶을 살거라곤 단 한번도 예상한 적 없습니다. 이렇게 살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 거라 믿었는데, 많지는 않아도 꾸준히 책도 읽고 논문도 읽고 지내는 삶. 사실 전 지금의 삶이 바쁘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일만 골라서 하고 있는 걸요. 🙂
그리고 지금 저는 이사를 준비하기 위해 대청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밤새 대청소를 하고, 내일 낮엔 종일 잤다가 저녁에 알바를 가리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청소를 조금이라도 미루기 위해 카페에 잠시 들러 블로깅을 하고 있습니다. 으하하. ;;; 5년 전이나 5년이 지난 지금이나 이사란 핵심어로 뭔가를 하는 건 변하지 않았네요.
참, 이번엔 포장이사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도 제가 직접 포장하는 건 못 할 거 같아서요. ;;; 몇몇 사람들에게 물으니, 포장이사가 나쁘지 않다고 하네요. 다행입니다. 직접 이사를 하려면 박스를 구하고, 짐을 싸느라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정신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사 가기 전에 버려야 할 짐이 많으니 할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뭐, 원고료만 타이밍 적절하게 들어오면 포장이사비용 정도는 충분히 댈 수 있으니 큰 걱정은 없습니다(근데 왜 책이 아직도 안 오는 걸까요? ;;; ).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