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 2007.07.06. 20:40, 아트레온 8관 11층 D-5
#스포일러 없음.
[씨네21]을 뒤적이다, 김혜리씨가 쓴 글의 “미리 정보를 구하지 말 것. 무작정 어둠 속으로 따라갈 것. 실컷 비명 지를 것.”이란 구절에 낚였습니다. 예, 정확하게 이 구절에 낚여서 영화관에 갔어요.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꼭 보세요.
[#M_ 왜냐면.. | 흐흐흐.. |
루인만 무서우면 억울하니까요. -_-;;_M#]
정말 이 영화와 관련한 정보는 저 구절 이상도 이하도 없었어요. 그리고 영화를 읽는 내내 괴로웠어요. 대충 정보를 알면 예측이라도 하는데,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읽고 있으니까요. 사실 이 영화는 이런 “정보 없음”이 주는 재미가 크죠. 하지만,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읽은 걸 후회했어요. 컴퓨터로 읽었다면 중간에 관뒀거나, 마우스로 대충 넘겨가면서 읽었겠죠. 공포영화를 못 읽는 편이 아니고, 다른 한편으론 꽤나 즐기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쉽지가 않더라고요.
루인이 이 영화를 읽으며 괴로웠고, 공포라고 느낀 건 이 영화의 장르가 “공포”여서가 아니에요. 괴물에게 당하는 장면들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그 장면이 다른 여러 영화들에서 성폭력을 재현하는 방식과 너무도 닮아 있다는데 있어요. 고어나 호러로서의 장면뿐이었다면(스포일러 없이 쓰려니 이런 식의 표현 밖에ㅜ_ㅜ) 그냥 읽을 만 했겠죠. 하지만 성폭력을 재현하는 방식과 거의 같은 장면들이 등장할 때, 그것도 여러 번 등장할 때, 이 영화는 정말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영화로 다가왔어요.
좀 더 끔찍했던 건, 6명의 주인공들 중, 몇 가지 장면을 통해 “저 사람은 레즈비언이겠는데”했던 동시에 6명 중 가장 멋지다고 느낀 사람이, 가장 먼저 죽는다는 데 있어요. 영화에선 명시적으로 레즈비언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루인은 레즈비언으로 해석했는데, 그 사람이 가장 먼저 죽을 때, 이 장면은, “동성애에 대한 처벌” 혹은 “혐오폭력”으로 다가왔거든요.
최근 읽은 [검은 집]과 함께, 공포영화를 읽으며, 어떤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보수화”를 드러내고 있는 걸까요?
+
참 그래도 이 영화 읽고 있다보면, 왠지 “여전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장르인가 싶을 때도 있어요. 흐흐. 은근히 패러디도 있고요. 아무려나 잘 만들긴 잘 만들었더라고요. 몇몇 장면들 때문에 꺼리지만, 이 영화는 갈등과 공포를 기가 막히게 잘 엮어가고 있어서, 다시 읽으며 분석하고 싶을 정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