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쓰기, 단상

이택광 씨 신간 <마녀 프레임>의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아는 선생님의 청탁에 거절 못 했거든요. 바쁜 일정이라 거절할 법도 했는데 차마 그러지 못 했습니다. 학부, 석사 시절, 그리고 그외 다른 여러 일로 많은 도움을 받은 분이라 거절하기 힘들었습니다. 요즘 쓰고 있는 원고는 대체로 빚을 갚고 있다는 느낌도 들어요.
(원고료가 있어서.. 아, 아닙니다..가 아니라.. 에.. ;;; )
리뷰를 쓰며,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책의 리뷰를 써야 즐겁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리뷰인데, <흑인 페미니즘 사상>을 쓸 땐 확실히 즐거웠습니다. 그땐 책 교정 작업에도 조금 참여했고 책 내용 자체가 저를 흔들었거든요. 이런 책의 리뷰를 쓰면 몸으로 쓰는 글이 절로 나옵니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습니다. 제가 관심을 갖는 저자가 아니라 리뷰를 위해 읽은 경우였고, 리뷰어로 할 얘기일까 싶지만 매력적이지 않아서요. 물론 곳곳에 흥미로운 얘기가 많습니다. 문화현상을 분석할 때 유용한 도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인터넷마녀사냥 등 문화현상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한번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그저 제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좀 갈등했습니다.
*어떻게 썼는지는 잡지가 나오면 알게 될 듯. 🙂
이택광이란 저자가 왜 그렇게 유명하고 인기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단편적 글은 몇 편 읽었지만 단행본은 이번이 처음인데, 적어도 이번 책에선 어떤 매력을 발견 못 했거든요. 유명한 외국 이론가 논의를 빌려 뭔가 다른 점을 모색하는데, 학술지 논문이라면 이런 형식이어야겠지만 학술지 논문도 아닌데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유명 이론가의 논의를 빌리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많은 페미니스트, 트랜스젠더 이론가, 퀴어 이론가, 탈식민주의 이론가 등이 줄곧 주장했던 내용은 무시하고 서구 ‘남성’ 학자의 말만 빌리는 방식이 불만입니다. 리뷰엔 쓰지 않았지만(추가할까?) 저자의 이런 태도는, 저자가 서술했던 지식의 위계화를 자신의 글쓰기에서 반복할 뿐입니다.
하지만 리뷰를 쓰는 작업 자체는 재밌었습니다. 글을 쓰며 배운 것도 있고요. 아울러 주로 넥서스7으로 지하철에서, 길에서 작성했다는 점도 재밌어요. 얼개는 노트북으로 했지만 수정은 주로 넥서스7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땐 펜으로만 글을 썼고, 이후에 조금씩 키보드로 글을 썼습니다. 키보드로 글쓰기에 익숙할 즈음 태블릿-넥서스7으로 글을 쓰는데 적응하고 있습니다. A4 10장씩 하는 분량의 글은 무리지만 두어 장 분량의 글은 가능하네요. 언젠간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없이, 태블릿의 소프트키보드(터치 키보드)로 모든 원고를 쓰는 날이 오겠죠? 글쓰기에 최적인 기기란 없네요. 그냥 적응하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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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리뷰어가 대놓고 이런 글을 써도 괜찮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