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엄마고양이 리카는 여덟 아깽을 낳았다. 그 중 바람만 남고 모두 떠났다. 지난 주말, 떠나간 아깽 중 한 녀석, 말리를 만났다. 세미나를 말리네에서 했다.
집에 도착하기 전, 말리네 집사는 말리가 낯가림이 심하다고 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야 사람에게 다가온다고 했다. 하지만 집에 가니, 말리는 나와 동행에게 곧장 다가왔고, 5분 뒤엔 배틀그라운드였다는… 손에 상처를 내며 신나게 놀았다는, 뭐, 그런 흔한 이야기. 흐. 그렇다고 말리가 나를 기억했다는 것은 아니다. 나의 냄새를 기억할 리 없다. 그저 내 몸에서 어떤 고양이 냄새가 나, 낯설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말리는 같이 태어난 바람과 덩치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작은 거 같기도 하고, 큰 거 같기도 하고… 헷갈리는데, 암튼 미묘로 잘 자라고 있었다. 또 언제 만날지 알 수 없지만, 기분이 참 묘한 시간이었다. 🙂
02
어느 골목을 돌았더니, 작은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는 서둘러 몸을 돌려 달렸다. 잠깐 달렸다가 뒤돌아봤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총총 걸으며 낮은 담장 위, 화단으로 올라갔다.
무늬는 리카를 닮았지만, 덩치는 바람과 비슷했다. 기껏해야 9~10개월이었다. 추운 겨울, 녹지 않은 눈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였다. 화단에서 아기고양이가 아장아장 걸으며, 덩치 작은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무늬가 똑같았다. 아기는 기껏해야 두 달 정도 될 법했다. 그 어린 나이에 차가운 눈길을 걷고 있었다.
엄마와 자식 관계일까? 바람도 발정이 났으니 그 나이에 출산을 했다고 해서 놀랄 거 없다. 바람도 길에서 살았다면 출산을 겪었으리라. 몸 한 곳이 짠했다. 그 자리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때마침 가방에 사료가 없어 아무 것도 줄 수 없다는 점이 미안했다. 다 어리석은 감정이다. 부디 이 추운 겨울, 별탈 없이 무사히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