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세요?”
“** 좋아하세요?”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제대로 말해야 할 텐데…. 걱정이었다. 항상 중요한 순간에 말이 꼬여 엉뚱한 말을 한다는 걸 알기에 몇 십 번을 연습했다.
“** 좋아하세요?”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 말을 가려야 했다. 그러니 긴장에 또 긴장!
그 말을 해야 하는 순간까지 긴장하며 입에서 중얼중얼. ‘** 좋아하세요?’ 그리고 이제 권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상황은 대체로 무난하게 넘어갔다. 별 일 없었고.
玄牝으로 돌아가는 길에, 불현 듯 깨달았다. “** 좋아하세요?”라고 물어야 하는데 “** 드세요?”라고 물었다는 것을. 아하하.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그저 나의 채식 경험이 나의 말버릇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어 좀 웃겼다. 어떤 사람들에겐 특정 음식을 좋아하는 것과 먹는 것이 동일한 경험이겠지만, 내겐 그렇지 않다. 일례로 내 음식의 향수는 라면이지만, 난 라면을 먹지 않는다. 농담처럼 내가 채식을 관둔다면 라면 때문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라면 특유의 인스턴트와 조미료 맛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좋아한들 무슨 소용이랴. 나는 라면을 먹지 않고, 내가 먹을 수 있는 라면이 없는데.
아무리 연습해도 소용없다. 좋아하는지 보다 먹는지가 내게 더 중요한 이슈다. 십 몇 년을 이 이슈에 부딪히며 살다보니 이젠 몸에 익었다. 그래서 긴장하는 순간, 말을 하기 전까지 연습한 말이 아니라 몸에 익은 말이 튀어나온다. 긴장하면 그냥 알아서 몸에 익은 말이 나온다. 채식은 나의 언어 습관도 바꾸고 있다.